향수, 화장품, 장식용 꽃 등 꽃향기는 인간 삶에서 다양한 형태로 영향을 끼친다. 이 꽃향기를 눈으로 볼 수 있게 실시간으로 측정한 연구a 결과가 나왔다. 김형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와 김상규 생명과학과 교수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Volatile Organic Compounds)과 공기의 굴절률 차이를 분석해 백합에서 나오는 꽃향기를 실시간으로 가시화했다. doi: 10.3389/fpls.2022.835305 연구 과정과 의의를 연구팀과의 가상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기존의 꽃향기 측정법은
지금껏 꽃향기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꽃향기를 내는 휘발성 물질을 포집했다. 그 뒤 기체 크로마토그래피법과 질량분광분석법을 결합해서 꽃향기를 측정했다. 기체 크로마토그래피로 꽃향기 속에 섞여 있는 여러 물질을 분리하고 질량분광분석법으로 각 물질이 얼마나 있는지 정량적으로 알아내는 방식이다.
연구 과정을 알려달라
기존의 향기 측정 방법을 쓰려면 꽃향기를 매 시간마다 포집해야 해서 꽃이 연속적으로 향기를 뿜어내는지 알 수 없었다. 따라서 우리 연구팀은 레이저 간섭계를 사용해서 백합이 향을 내뿜는 빈도를 측정했다. 휘발성유기화합물과 주변 공기의 굴절률을 측정해서 차이를 비교했다. 분석을 통해 휘발성 증기가 점점 늘어나서 쌓이는 것을 시각화할 수 있었다. 백합에서 나오는 꽃향기를 실시간으로 확인한 것이다. 백합이 매 10~50분마다 불연속적으로 휘발성 화합물을 방출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꽃향기 시각화의 의의는?
꽃은 꽃가루를 실어 나르며 수분을 돕는 곤충과 상호작용한다. 이번 연구를 꽃향기 물질이 곤충과 상호작용하며 어떻게 진화됐는지 파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꽃향기 합성과 분비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는 데도 도움될 것으로 전망한다. 더 나아가 향기 물질 분비를 제어할 수 있다면 원예뿐 아니라 농작물의 생산량을 늘리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꽃향기가 불규칙적으로 방출되는 원인은 아직 모른다. 그러나 증기나 기체를 가시화할 수 있는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공기 중 유해물질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파악하는 등 다양한 연구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