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a에 한국판 미국항공우주국(NASA)인 ‘항공우주청’이 생긴다. 4월 27일, 김병준 제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이 ‘17개 시도 공약과 15대 정책과제’를 발표하며 항공우주청 설립 계획을 공식화했다.
항공우주청은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한 우주 전담 기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우주 정책을 총괄하는 범부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선거 유세를 할 때부터 경남 지역에 항공우주청을 세우겠다고 여러 번 말해왔는데, 이번에 경남 사천에 설립하는 것을 공식 발표한 셈이다.
이날 인수위는 항공우주청 설립과 함께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항공우주청 근처에 위성이나 소재 부품을 개발하는 기업이 모이도록 해서 경남을 항공우주산업의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사천을 고른 이유는 항공우주 관련 생산 업체들이 모여 있어서다. 항공기, 우주선 및 부품을 만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포함해 항공기용 부품을 만드는 S&K항공, 송월테크놀로지 등이 사천에 있다.
항공우주청 설립이 필요하단 얘기는 몇 해 전부터 나왔다. 민간기업이 우주산업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맞는 새로운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우주산업과 관련된 업무는 대부분 과기정통부에서 전담해왔는데, 정부 기관이 주도하는 거버넌스에서는 민간이 주도적으로 연구를 하기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이번 항공우주청 설립 계획을 반기는 건 아니다. 항공우주청의 역할이나 비전, 운영 철학 같은 청사진이 나오기도 전에 위치부터 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항공우주청 계획을 공식화한 바로 다음 날 과학자들이 같은 장소에 모여 단체 행동에 나선 이유다. 4월 28일, 과학 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자와 관련 산업 관계자 80여명은 대전컨벤션센터 앞에 모여 ‘인수위 우주청 경남 설립 결사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수위 계획에 반대하며 매일 연재 편지를 쓰는 천문학자도 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우주탐사그룹장은 매일 인수위에, 인수위가 해단한 이후에는 과학기술비서관에게 편지를 전달하고 있다.
문 그룹장은 편지를 통해 “정부 기관을 새로 설치하려면 설립 철학과 비전, 업무영역을 먼저 정의하고 합의한 뒤에 조직 구성 이후에 설립 지역을 논의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관련 전문가와 민의를 수렴하고 반영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그는 “안타깝게도 ‘한국 NASA’는 모든 논의가 지역 발전 문제로 쏠렸다”며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