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의 연구 분야는 조금 특별하다. 학부 내에서 유일하게 레이저를 연구하고 있다. ‘전기․정보공학부=반도체’로 생각했다는 기자에게 정 교수는 자신도 학창시절엔 그랬노라고 말했다. 우주와 빛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을 찾아보곤 했다는 정 교수는 최초로 레이저를 개발한 테오도르 마이만에게 감명 받아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세계 최초로 1kW급 고출력 이터븀 광섬유 레이저를 성공시켰다.
방준휘 교수님, 안녕하세요. 전기․정보공학부 4학년 방준휘입니다.
정윤찬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방준휘 저 옆에 있는 기기가 굉장히 궁금한데요. 어디에 쓰는 건가요?
정윤찬 저 기기는 반도체에 쓰이는 실리콘 웨이퍼(기판)의 결함을 찾는 장치예요. 목적은 다르지만 얼마 전 중력파를 발견한 라이고(LIGO․레이저간섭중력파관측소)의 원리와 똑같습니다. 이 장치를 엄청나게 크게 만들면 라이고가 되는 거죠. 두 장치 모두 레이저의 간섭원리를 이용합니다.
방준휘 무언가를 검출하는 데 레이저가 많이 쓰이는데, 레이저의 어떤 특성 때문인가요?
정윤찬 레이저는 제멋대로 움직이는 빛 가운데 특정 방향, 특정 위상으로 움직이는 빛만을 걸러내 증폭시키는 장치입니다. 일반적인 빛보다 세기가 강하고 모두 동일한 위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위상을 흐트러뜨리는 무언가가 있으면 바로 감지할 수 있습니다. 라이고에서는 중력파에 의한 시공간의 변화가 되겠고 저희 실험실 기기에서는 웨이퍼의 결함이겠죠.
방준휘 응용 범위가 굉장히 넓겠네요. 산업에서는 어디에 주로 쓰이나요?
정윤찬 광통신이나 의료, 국방, 정밀가공 등의 분야에 많이 사용됩니다. 저는 그 중 국방이나 광양자통신 분야를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방준휘 국방이라면, 영화에서처럼 레이저로 미사일을 격추시키기도 하나요?
정윤찬 네, 맞습니다. 요즘 신문에 많이 나오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는 미사일을 쏘아 올려 적군이 쏜 미사일을 격추시키는 것인데, 레이저를 이용하면 정확도가 훨씬 높습니다. 미사일은 속도가 음속의 7~8배, 즉 마하 7, 8 정도인데 레이저는 빛의 속도니까 날아오는 미사일을 놓칠 확률이 훨씬 적죠. 제가 이런 방어체계를 만드는 것은 아니고, 레이저 광원에 대해 연구합니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거죠.
방준휘 광양자통신도 연구한다고 하셨는데, 광양자(광자)와 레이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정윤찬 일반적인 레이저는 위상과 방향이 같은 빛을 아주 많이 모아놓은 형태입니다. 하지만 광양자통신은 광자하나에 정보를 실어 보내죠. 그렇다 보니 조금이라도 다른 형태로 변동되는 상황, 즉 노이즈(잡음)가 생기면 신호의 왜곡이 생겨 정확한 정보 전달이 어렵습니다. 광양자통신의 핵심은 이 노이즈를 줄이는 것입니다.
방준휘 교수님은 노이즈를 줄이는 연구를 하고 계신 거군요.
정윤찬 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초방사현상’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방준휘 초방사현상이 뭔가요?
정윤찬 초전도현상은 많이 들어봤죠? 온도가 특정 온도보다 낮아지면 물체의 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입니다. 레이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는데요. 레이저에 있는 잡음 호가 특정 조건에서 극도로 줄어드는 현상이 초방사현상입니다. 이 현상을 이용하면 극초저잡음 레이저 광원을 들 수 있어요. 그럼 광양자통신이나 양자컴퓨터 연구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방준휘 전기․정보공학부에서 레이저 연구를 하는 분은 교수님이 유일하신데요. 레이저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정윤찬 전기 현상은 전자기파와 관련이 많습니다. 빛도 전자기파의 한 종류고요. 따라서 빛을 다루는 레이저 분야는 다양한 전기․정보공학 분야 중 기초에 속합니다. 보다 본적인 전기 현상을 탐구하고 개척하는 것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방준휘 전기․정보공학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정윤찬 레이저 같은 학생이 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방준휘 정확한 학생을 말씀하시는 건가요?(웃음)
정윤찬 제가 레이저를 좋아하는 이유는 레이저가 ‘능동’ 소자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미미한 빛도 결국에는 레이저로 폭시킬 수 있습니다. 학생들도 틀 안에 자신을 가두지말고 좀 더 능동적인 학생이 됐으면 합니다. 100점이라는 험 점수에 얽매이지 말고,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