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어린이, 행복한가요?

어린이날 100주년, 방정환이 묻다

 

1922년 5월 1일은 저, 방정환이 정한 한국 최초의 ‘어린이의 날’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여러분의 세상이 궁금합니다.

어린이들은 얼마나 행복해졌나요?

 

 

  2021년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한국방정환재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연구조사결과보고서’를 살펴보죠. 한국 어린이청소년의 행복지수는 대부분 OECD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어요. 딱 하나만 빼고요.

어린이청소년이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나타내는 ‘주관적 행복’ 지표는 OECD 22개국 중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주관적 행복 지표는 ‘주관적 건강도’ ‘학교생활의 만족도’ ‘삶의 만족도’ ‘소속감’ ‘주변 상황에의 적응도’ ‘외로움’ 등 세부 지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 주관적 건강도, 삶의 만족도, 주변 상황에의 적응도는 OECD 중 한국이 꼴등이었죠.

 

 

방정환 선생님께

바뀐 세상이 좋지만은 않아요 

 

과학기술이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어요. 그 덕에 영아 사망률은 1920년대 후반 1000명당 482명이던 수치가 2020년 2.5명으로 줄었죠. 평균수명도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어린이청소년은 마냥 행복해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선생님이 100년 전 발표한 ‘제1회 어린이의 날 선전문’ 7개 조항을 기준으로 되짚어봤습니다. 뭐가 요즘 아이들을 행복하지 못하게 했을까요.

 

 

성매수 범죄 가해자 중 인터넷에서 만남

86.5%

 

그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인터넷은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범죄가 발생할 새로운 터전이 됐어요. 여성가족부가 지난 3월 24일 발표한 ‘2020년 어린이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 분석’에 따르면 성매수는 86.5%, 성착취물 제작은 71.3%, 강간은 22%가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사람이 가해자입니다. 피해 어린이청소년과 가해자가 인터넷을 통해 만난 경우, 처음으로 접촉하게 된 경로는 51.1%가 채팅앱을 통해서였습니다. 이 접촉이 실제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진 경우는 72.2%에 달합니다.

 

 

미래세대 6인, 유럽 33개국에 소송

6 vs 33

 

기후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어린이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잘 귀담아들어야 할 겁니다. 미래를 살아가야 할 이들이 바로 기후위기의 주요 당사자 중 하나기 때문입니다. 2020년, 포르투갈의 8~21세 환경운동가 6인이 유럽인권법원에 유럽 33개국이 탄소 감축을 실천하지 않아 자신들의 생명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유럽인권법원은 원고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인정하면서 유럽 33개국에 온실가스 감축안을 담은 합의서를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같은 해 국내에서도 ‘청소년기후행동’의 청소년 19명이 기후변화를 방치하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헌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어린이청소년 대상 혐오표현 경험

52.8%

 

어리다는 이유로 혐오표현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난해 5월 발표한 ‘온라인 혐오표현 인식조사’에 따르면 한국 거주 만 15세 이상 남녀 1200명 중 52.8%가 온라인에서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혐오표현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혐오는 바이러스처럼 퍼집니다. 같은 기관에서 2019년 발표한 ‘혐오표현에 대한 청소년 인식조사’에 따르면 만 15~17세 청소년 500명에게 혐오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혐오표현 내용에 동의’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60.9%, ‘남들도 사용하니까’라는 답이 57.5%였습니다.

 

 

일주일 평균 신체활동

2.2시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그런데 어린이들은 막상 푸르른 오월이 돼도 충분히 만끽하지 못하는가 봅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5월 발표한 ‘2021년 청소년 통계’를 살펴보면 9~12세 어린이의 일주일 평균 신체활동 시간은 2.2시간입니다. 하루 평균이 아닙니다. 일주일 평균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하루 평균 1시간 이상에 턱없이 부족하죠. 한편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 중 가장 높은 비율인 26.6%가 하루 평균 2~3시간 공부한다고 답했습니다. 하나 위안이 되는 건 그나마 9~12세 어린이의 주중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9시간 13분이라는 거…?

 

 

아동학대 사례 중 정서학대

71.6%

 

때리는 것만 학대는 아니죠.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8월 발행한 ‘2020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례 3만 905건 중 71.6%가 정서학대거나 정서학대를 포함한 학대였습니다. 정서학대는 어린이의 몸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아동학대를 경험한 경우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감정적 균형과 인식을 담당하는 전액골 피질의 크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마음이 아프다’란 말은 맞는 말일지도 몰라요. 아동학대를 경험한 성인들의 경우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높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어린이 사망자

109명

 

나쁜 소식은 100년 전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지난 3월 18일 빈 유모차 109대가 우크라이나 리비우시 중앙 광장을 채웠습니다.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한 어린이 109명을 추모하는 의미입니다. 같은 날 키이우시는 전쟁이 발발한 2월 24일 이후 어린이 757명이 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 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 어린이 5명 중 1명이 분쟁지역에 살았습니다. 떠난 어린이, 살아갈 어린이 모두 지금 가장 바라는 건 평화일 겁니다.

 

 

청소년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69.6%

 

‘사람답게’란 뭘까요. 방정환 선생님은 가축처럼, 마음대로 장가나 시집을 보낼 수 없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결혼할 수 있는 상태를 사람답게 살기 위한 조건으로 여겼던 모양입니다. 물론 지금은 세상이 다릅니다. 사람답게 살기 위한 조건도 달라졌죠. ‘2021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의 96.9%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언제나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어린이도 사람이죠. 같은 통계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의 69.6%는 “청소년은 아직 어려서 결정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생각에 따라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2022년 5월 과학동아 정보

  • 김소연 기자 기자

🎓️ 진로 추천

  • 아동가족학
  • 심리학
  • 교육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