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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본 제주] 자연이 빚어낸 절경 ③ 동부

 

제주의 동부는 조천읍, 구좌읍, 성산읍 등을 포함한 지역이다. 비교적 도시화가 진행되지 않은 만큼 고즈넉하고 한적한 자연 광경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독특한 지형이 동부 지역만의 매력을 한껏 높여 준다. 썰물 때만 길이 열리는 ‘성산 일출봉’, 하얀 돌이 가득한 섬 ‘우도’를 비롯해 자연유산으로 선정된 ‘거문오름’, 용암이 흐르는 길을 품은 ‘만장굴’, 그리고 독특한 형태의 습지를 품은 ‘1100고지’의 모습을 드론으로 담았다. 드론 촬영 뒷이야기도 함께 소개한다.

 

해발 1km에서 습지를 품은 1100고지

1100고지에는 마치 누군가 흩뿌려 놓은 듯 지름 30cm가량의 커다란 암석들이 널리 퍼져 있다. 한라산에서 흘러나온 용암들이 굳어 만들어진 암석들로, 암석 표면에서는 곰팡이와 같은 균류와 물속에서 광합성을 하며 살아가는 조류가 발견된다. 지금의 환경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그 일대에서는 한라산 서쪽을 차지하는 조면현무암과 조면현무암으로 구성된 스코리아 퇴적층이 발견된다. 스코리아는 화산폭발로 나오는 분출물 중 구멍이 많은 암석 덩어리를 말한다. 이곳의 조면현무암은 한꺼번에 많은 양이 빠르게 흐르는 아아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것이다. 용암 겉이 굳었다가 팽창, 또는 다른 용암류에 영향을 받아 거친 입자들이 탄생했다.


1100고지에는 면적 약 12만 6000m2의 ‘1100고지 습지’가 있다. 해발 1100m의 고산 지대에 있어 일반적인 습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크기, 상태가 서로 다른 습지 16개가 일정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패치’ 형태다. 물이 고여 있는 습지부터 물의 흔적만 남아 있는 습지, 완전히 육지화된 습지 등이 있다. 이곳에는 다양한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놀랍게도 1100고지는 미세먼지를 분석하는 연구에도 이용된다. 대기 경계층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주변 지역에서 발생하는 대기 오염원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에는 2011~2012년 사이 1100고지에서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를 채취해 대기 성분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doi: 10.5806/AST.2016.29.5.209

 

퇴적물이 쌓여 길을 만든 성산 일출봉

 

제주 동쪽에는 약 5000년 전 수성 화산이 폭발하며 만들어진 성산 일출봉이 있다. 동쪽 절벽은 가파르고, 서쪽 절벽은 완만한 독특한 비대칭 구조다. 본래 화산섬이었던 성산 일출봉은 오랜 세월 침식 됐고, 그 과정에서 떨어져나온 화산재와 자갈이 바닷가에 퇴적되면서 신양리층을 만들었다.

 

이것이 발달해 썰물 때 바닷속에 숨어 있던 길이 드러나면서 제주 본섬과 이어진다. 너비 500m, 길이 1500m의 ‘육계사주’가 만들어진 것이다. 육지와 연결되는 사주라는 뜻인데, 사주는 모래톱이 퇴적되면서 바다로 길게 돌출된 지형인 사취가 점점 성장해 육지나 연안의 섬과 연결된 형태를 말한다. 이 사주는 약 700년 전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성산 일출봉은 ‘판상 층리’를 기준으로 크게 상부와 하부로 나뉜다. 판상 층리는 화산재 지층이 차곡차곡 쌓인 지형이다. 성산 일출봉의 판상 층리는 현재 해수면과 거의 일치하는데, 이는 지금의 해수면과 같은 얕은 깊이의 바다에서 침식 작용이 일어났다는 의미다. 


판상 층리 상부에는 가파른 경사면을 따라 지층이 무너져내리면서 큰 화산 자갈들이 떨어져 생긴 탄낭 구조가 있다. 경사면에 엉겨 굳어 있던 화산재들이 미끄러져 겹쳐지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기왓장을 포개놓은 듯한 수평의 층리도 생겨났다. 반면 하부는 파도에 의한 침식으로 한쪽으로 경사져 있으며, 연속적이고 평행한 층리 구조를 이루고 있다. 성산 일출봉은 이런 독특한 지질학적 특징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0년 7월 19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오름 중 유일한 자연유산 거문오름

제주에는 오름이 368개나 있다. 그런데 이 중 자연유산으로 선정된 오름은 오직 단 한 곳, 거문오름뿐이다. 제주 조천읍에 있는 거문오름은 검은 돌과 숲으로 이뤄져 있어 얼핏 검은색으로 보인다. 검은색으로 보인다는 데서 거문오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화산폭발 당시 만들어진 정상의 분화구 안에는 물이 고여 있어 상록수나 낙엽수가 자란다.


자연유산에 오를 만큼 거문오름의 가치를 드높인 데는 안쪽으로 뚫려 있는 용암동굴이 큰 역할을 했다. 화산폭발 이후에도 용암이 분화구 벽으로 터져 나와 흘러가면서 동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표면은 먼저 식어 굳으며 틀이 됐고, 그 덕분에 안쪽에 있던 용암은 식지 않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었다. 이렇게 흘러간 길이가 약 14km로, 그대로 굳으면서 긴 터널들이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김녕굴, 만장굴 등을 포함한 20여 개의 용암동굴이 탄생했다. 모두 거문오름에서 시작해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라고 부른다. 거문오름 북동쪽부터 바닷가까지 이어져 있다.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 일부에서는 석회동굴에서만 나타나는 종유관과 석순 등도 발견된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구조로 꼽힌다. 


한편 거문오름은 ‘용암협곡(붕괴도랑)’으로도 유명하다. 용암동굴 윗부분이 무너져서 도랑 형태로 남은 것이다. 길이는 약 2km로 유난히 길며, 그 깊이는 최대 30m에 달한다.

 

용암이 흐르는 통로 만장굴

앞서 거문오름이 만들어질 때는 비교적 점성이 낮고 온도가 높아 잘 굳지 않고 멀리까지 흐르는 ‘파호이호이 용암’이 나와 흘렀다. 이때 천천히 굳은 용암의 표면이 만장굴의 겉 ‘껍질’이 된 셈이다. 하지만 거문오름에서 나온 용암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그 덕에 용암의 껍질 안으로도 계속해서 용암이 흘러들어왔고, 이후 용암이 동굴 안을 흐르면서 동굴 바닥을 녹이기 시작했다. 결국, 용암의 열로 동굴 내부가 깎여나가는 열 침식이 이뤄지며 움푹 파인 형태의 동굴 구조가 탄생했다. 이것이 바로 총 길이는 7400m, 최대 높이 23m의 만장굴이다. 


열 침식이 일어나면 용암과 동굴이 맞닿는 부분에서 용암이 식어 굳으면서 동굴 내부에 줄무늬를 만든다. 용암동굴에서만 볼 수 있는 구조인 ‘용암유선’이다. 용암유선 줄무늬를 보면 당시 용암의 수위를 알 수 있다. 


한편 동굴을 빠져나가지 못한 용암은 동굴 안에 붙어 식으면서 만장굴 안에 특이한 지형을 만들었다. 동굴에 난 구멍을 통해 만들어진 약 7.6m 크기의 용암 석주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동굴 지붕 일부가 녹아내리며 생성된 용암 종유, 용암 종유가 바닥으로 떨어지면 땅에서 굳어 만들어진 용암석순도 볼 수 있다.

 

하얀 돌로 이뤄진 섬 우도

 

제주도를 중심으로 주변에는 약 60개의 크고 작은 섬이 흩어져 있다. 그중 가장 큰 섬은 제주 동쪽 맨 끝에 있는 우도다. 


우도는 물과 용암이 만나 큰 폭발을 일으키며 만들어졌다. 수성화산이 폭발하며 터져나온 화산재는 서로 엉겨 붙으며 웅덩이 형태의 분화구를 만들었다. 이 분화구가 바로 소머리 오름이다. 그런데 이 분화구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반복해서 화산폭발이 몇 번 더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화산 분출물이 뿜어져 나왔다. 화산재를 비롯한 각종 분출물은 분화구 주변으로 쌓였다. 이때 분화구 아래로 흘러내린 용암이 화산 주변으로 멀리 퍼지면서 편평한 평지가 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 섬은 바다에서 본 모습이 마치 누워 있는 소를 닮아 ‘우(牛)도’, 또는 ‘소섬’이라 이름 붙었다.


제주를 비롯해 주변 섬들은 대개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만큼 대부분 검은 돌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우도에는 오히려 밝은 색상의 돌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흰색이나 노란색을 띠고 있는 유문암, 산성 응결응회암 등이 대표적이다. 이 돌들은 지하에 있다가 화산폭발과 함께 지표면 위로 나온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제주 지상에는 화산폭발로 생긴 암석이 대부분이지만, 지하에는 주로 밝은색 암석이 분포해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우도 서쪽에는 완전히 하얀 돌들로만 이뤄진 해변도 있다. 하얀 모래해변이라는 뜻의 ‘서빈백사’다. 마치 밥알을 뭉쳐놓은 것처럼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구멍도 나 있는 돌들이 해변을 이루고 있다. 한때는 산호가 부서져 생긴 모래로 알고 있었으나, 해양 동물에서 나온 탄산칼슘 덩어리가 뭉쳐져 만들어진 ‘홍조단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홍조단괴는 1년에 0.25mm 정도만 커질 정도로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다. 지름 7cm 정도라면 100년 이상 걸려 만들어진 셈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걸려 만들어진 홍조단괴가 해안에 떠내려와 해변에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서빈백사다. 해변 모두 홍조단괴로 이뤄진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어 서빈백사는 2004년 천연기념물 제438호로 지정됐다. 

 

하얀 돌로 이뤄진 섬 우도

제주도를 중심으로 주변에는 약 60개의 크고 작은 섬이 흩어져 있다. 그중 가장 큰 섬은 제주 동쪽 맨 끝에 있는 우도다. 


우도는 물과 용암이 만나 큰 폭발을 일으키며 만들어졌다. 수성화산이 폭발하며 터져나온 화산재는 서로 엉겨 붙으며 웅덩이 형태의 분화구를 만들었다. 이 분화구가 바로 소머리 오름이다. 그런데 이 분화구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반복해서 화산폭발이 몇 번 더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화산 분출물이 뿜어져 나왔다. 화산재를 비롯한 각종 분출물은 분화구 주변으로 쌓였다. 이때 분화구 아래로 흘러내린 용암이 화산 주변으로 멀리 퍼지면서 편평한 평지가 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 섬은 바다에서 본 모습이 마치 누워 있는 소를 닮아 ‘우(牛)도’, 또는 ‘소섬’이라 이름 붙었다.


제주를 비롯해 주변 섬들은 대개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만큼 대부분 검은 돌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우도에는 오히려 밝은 색상의 돌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흰색이나 노란색을 띠고 있는 유문암, 산성 응결응회암 등이 대표적이다. 이 돌들은 지하에 있다가 화산폭발과 함께 지표면 위로 나온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제주 지상에는 화산폭발로 생긴 암석이 대부분이지만, 지하에는 주로 밝은색 암석이 분포해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우도 서쪽에는 완전히 하얀 돌들로만 이뤄진 해변도 있다. 하얀 모래해변이라는 뜻의 ‘서빈백사’다. 마치 밥알을 뭉쳐놓은 것처럼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구멍도 나 있는 돌들이 해변을 이루고 있다. 한때는 산호가 부서져 생긴 모래로 알고 있었으나, 해양 동물에서 나온 탄산칼슘 덩어리가 뭉쳐져 만들어진 ‘홍조단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홍조단괴는 1년에 0.25mm 정도만 커질 정도로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다. 지름 7cm 정도라면 100년 이상 걸려 만들어진 셈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걸려 만들어진 홍조단괴가 해안에 떠내려와 해변에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서빈백사다. 해변 모두 홍조단괴로 이뤄진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어 서빈백사는 2004년 천연기념물 제438호로 지정됐다. 


● 인터뷰_드론 촬영, 어떻게 했을까?

글·사진 조혜인 기자

 

 

면적 6180 m²에 이르는 커다란 섬, 우도의 전경을 한 장의 사진에 담는 일은 드론이 있기에 가능했다. 군사용으로 개발됐던 드론이 보편화 된 덕에 항공 촬영도 함께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드론탐험 스타트업 ‘브리칭’은 지난 2월부터 세 달에 걸쳐 드론을 통해 제주 지질을 담아냈다. 유승민 브리칭 대표를 인터뷰해 궁금증을 풀어봤다.

 

드론이 굉장히 크다. 누구나 날릴 수 있나.

날개를 폈을 때 1m가 넘고, 무게는 배터리를 장착했을 때 9kg 정도다. 최대 속도는 초속 23m다. 이렇게 큰 드론은 드론 자격증이 있어야만 날릴 수 있다. 또 드론을 날리기 전에 반드시 관계기관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249g 이하의 드론은 자격증, 사전신고 없이 허가된 장소라면 누구나 날릴 수 있다. 물론 이 때도 사진 촬영은 허가 받은 곳에서만!

 

드론 자격증 시험에 한 번에 합격했나.

떨어졌다. 곧바로 재수했다. 실제로 드론 조종은 위험하기도 해서 실기 시험이 특히 까다롭다. 하지만 입문하면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어, 또다시 도전했다. 재수한 덕분에 얻은 것도 있다. 시험을 보기 전 이수해야 하는 드론 비행 교육 시간이 있는데, 처음 시험 볼 때 이 시간을 초과해서 다음 시험에서 비교적 쉽게 합격했다.

 

조종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 

호버링. 제자리에서 정지 비행하는 것을 뜻한다. 사실 드론 세팅과 촬영까지는 20분이면 된다. 다만 드론을 원하는 위치까지 보내고, 호버링 하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이번에 촬영을 맡은 드론은 최대 15km 떨어진 거리에서도 조종할 수 있다. 이 정도로 먼 곳에서도 하늘 위 어느 곳에 있는지 대략 알아야 한다. 그래서 드론 조종에는 공간감각 훈련이 필수다.

 

드론을 조종할 때 주의할 점이 있나.

안전한 장소인지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언제나 추락 위험을 늘 염두에 두고 사람들이 적은 곳에서 날려야 한다. 바람이 많이 불지 않고 구름이 없는 날을 찾고, 사람들이 없는 시간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 사진은 같은 장소를 수차례 간 끝에 얻은 것들이다. 우도 촬영의 경우 사람들이 없는 시간에 가기 위해 7시 30분 첫 배를 탔다. 신호 교신이 끊기면 안 되니 늘 시야 안에 드론을 두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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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브리칭
  • 에디터

    조혜인 기자
  • 디자인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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