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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 궁극의 이론을 향한 물리학자의 여정

 

단 하나의 방정식
미치오 카쿠 지음│박병철 옮김
김영사│292쪽│1만 7800원

 

“우리 시대의 최고의 과학자, 자신의 연구를 끝내지 못한 채 타계하다.”
1955년 4월의 어느 날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최고’였지만 ‘연구를 끝내지 못한’ 연구자로 스러졌다. 지금은 수많은 성공의 수식어로 상찬되는 과학자가 정작 부고 기사에서는 실패의 수식어를 안았다. 


아인슈타인의 실패는 부고 기사에 함께 실린 노트에 담겨 있었다. 그가 죽기 직전까지 사용한 노트에는 통일장이론이 미완의 상태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통일장이론은 우주의 삼라만상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방정식’이었다. 아인슈타인은 통일장이론을 신의 마음이 담긴 방정식이라 비유했다.


아인슈타인과 그 이전의 과학자들이 그랬듯이, 아직 그 누구도 신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온갖 실패의 흔적으로 가득 찬 단 하나의 방정식을 향한 여정에 여전히 물리학자들은 기꺼이 탑승한다. 


책 ‘단 하나의 방정식’을 저술한 미치오 카쿠 미국 뉴욕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도 그중 하나다. 그는 끈 이론이 여정의 종착지라고 믿는다. 끈 이론은 우주의 최소 단위가 점 입자가 아니라 진동하는 끈이라고 설명한다. 아직 아무런 증거를 내놓지 못한 이론인데, 도리어 이 점 때문에 끈 이론의 명맥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끈 이론은 모든 것을 설명하는 척하면서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하는 빛 좋은 개살구일지도 모른다는 비판을 수십 년째 받고 있다.


책에서 미치오 카쿠는 단 하나의 방정식을 향한 2000년이 넘는 여정을 차근차근 살펴본다. 고대 그리스의 원자론에서부터 뉴턴의 고전역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보어와 하이젠베르크 등의 양자역학, 표준모형, 그리고 끈 이론과 M이론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우주를 더듬더듬 읽어나가는 과정을 추적한다. 그 속엔 한때 모든 것을 설명했다고 믿었던 인간의 아둔함과 제2의 코페르니쿠스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담대함이 공존한다. 


이론물리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총망라한 책이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은 궁극의 이론과 빛 좋은 개살구의 갈림길에 서 있는 한 이론을 믿는 과학자의 철학적 에세이에 가깝기 때문이다.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삼라만상을 설명하는 완벽한 이론을 찾는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가 될 것이라 단언했다. 아직은 실패로 가득 찬 단 하나의 방정식을 향한 여정은 승리의 종착점에 도착할 수 있을까. 이 책을 보고 그 미래를 점쳐보길.

 

인간다움의 마지막 챕터는 다양성

 

구글에 ‘고인류’를 검색해봤다. 첫 번째로 나온 이미지는 짙은 눈썹이 인상적인 상반신, 두 번째는 한 손에 날카로운 돌을 든 옆 모습, 세 번째는 머리를 높게 묶고 잔뜩 찌푸린 얼굴…. 모습은 제각각이었지만 네 번째, 다섯 번째 그리고 스크롤을 한참 내린 뒤 나온 이미지까지도 하나같이 남성이었다. 


오기가 생겨 ‘여성 고인류’라고 다시 검색했다. 검색결과는 이전보다 턱없이 적었다. 그마저도 한결같이 아이를 안고 있거나 바닥에 엎드려 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의 기원을 찾을 때마저도 현생 인류는 색안경을 버리지 못했다.


인류 역사상 고인류가 성별 분업을 했다는 직접적인 자료는 없다. 오히려 옛사람들이 만든 토기를 분석하면 남성과 여성의 지문 비율이 1대 1에 가깝게 나타난다. 토기를 남자만 만들었던 것도, 여자만 만들었던 것도 아니라는 의미다.


다행히 최근 학계 내에서는 고인류를 색안경 너머로 바라보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책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되었을까?’를 쓴 이상희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인류학과 교수도 인류 진화 속에서 지워진, 사라진, 뭉개진 여성을 찾는 학자다. 그는 이전에 집필한 ‘인류의 기원’의 영문판 표지에도 사냥하는 여성을 묘사한 삽화를 담고 제목으로 ‘mankind’ 대신 ‘humankind’를 택했다.


이 교수는 이번 책에서 젠더 감수성과 인종 감수성을 바탕으로 ‘인간다움’의 기원을 추적했다. 최신 연구를 종합해 인간을 인간이게 한 특성을 정리했다. 보행이나 큰 뇌, 잡식성, 도구 사용 등 비교적 익숙한 인간의 특성을 하나씩 지나다 보면 책은 어느새 마지막 챕터 ‘다양성’에 도착한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여러 조상 집단의 다양한 ‘섞임’의 결과로 탄생했다. 책에서 이 교수는 수십만 년 동안 이어져 온 다양성의 후손이 바로 우리임을 강조한다. 인간다움을 추적하는 과거로의 여정을 통해 현재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인간다움의 특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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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과학동아 정보

  • 박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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