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하루 전이 되도록 에디터 노트를 쓰지 않은 편집장을 누군가는 불쌍히 여기리라 생각했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우는 소리로 ‘대신 좀 써 줄 사람?’이라고 올렸지만 역시나 ‘ㅋㅋㅋㅋ’ 같은 반응 두 개뿐입니다. 네, 얼른 쓸게요….
한 해 마지막 호입니다. 기념해야죠?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를 기자 및 디자이너들에게 물었습니다. (쓰기 싫어서 그런 거 절대 아닙니다.) 편의상 반말로 통일했습니다.
편집장(이하 편) 먼저 막내기자 님?
김소연 기자 3월호 ‘멸종의 과거 딛고 펼친 흰 날갯짓, 황새’. 이야기 속 황새를 눈으로 본 것도 신비한 경험이었고, 취재 내용도 전래동화의 한 장면 같아서 꿈꾸는 듯이 썼어!
편 9월호 특집 ‘안녕, 플라스틱’도 좋았는데.
김소연 기자 그거랑 7월호 ‘몸집 키워 돌아온 종이접기의 물리학’도 생각났는데, 너무 정신 없이 써서 매운맛 기사였어. ㅋㅋㅋ
편 앗, 힘들었다니 뭔가 미안함….
(…그리고 아무도 말이 없었다….)
편 (재촉) 기억에 남는 기사?
조혜인 기자 4월호 특집 ‘손 안의 식물학, 가드닝’.
편 혜인 기자 신나서 쓰던 기억이 나네. (내년엔 식물 연재로 부활합니다!)
이영애 기자 6월호 특집 ‘채식을 입다, 비건 패션’. 화보 촬영이라는 신기한 경험을 했어.
박영경 기자 연재 ‘야생동물이 사람을 두 번 만났을 때’. 힘차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야생동물은 보는 것, 읽는 것만으로도 힐링이었어(매사 긍정적인 편).
편 죽는 동물도 많이 등장해 안타깝기도 했어. 역사상 가장 많은 죽음과 만난 연재일지도(매사 심각한 편).
이한철 아트디렉터 2월호 기획 ‘2021 화성탐사, 카운트다운’. 화성이라는 막연한 곳을 조금이나마 더 보여줄 수 있는 기술력이 놀랍고 부러웠음.
이병철 기자 4월호 ‘컴퓨터가 무거워졌다? 데이터 무게의 진실’. 재미있기도 하고 쓸데없기도 한,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했을 법한 내용을 직접 취재해 봤어.
이명희 디자이너 패션 화보 콘셉트에 처음 도전해 본 ‘비건 패션’. 코디 역할도 재밌었어. ‘안녕, 플라스틱’도 사진 소스를 만들고 촬영한 경험이 재밌었어.
편 모두 소중한 기사들이었어. 독자들에 더해 만든 이에게도 재밌고 기억에 남는 기사가 많았길.
(그리고는 기다렸지만 아무도 묻는 이 없어 그의 원픽은 잊혀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