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신형 정찰위성 KH12의 해상도는 10cm 이내라고 한다. 이 정도라면 "모스크바 야외링크에서 벌어지는 아이스하키경기의 퍽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다. 미국은 매년 군사정보를 탐지하는데 1백50억달러를 투입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여기에는 거대한 수중청음기, 정밀한 카메라를 장비한 정찰위성, 미사일발사감시 레이다, 전자정보 청음초, 지진탐지기 등이 포함된다. 한마디로 '전자눈'과 '전자귀'로 얻은 정보를 컴퓨터로 선별, 분석, 저장하는데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기술은 군축협상의 이행여부를 감시하는데 필수적이다. 상대방이 미사일사일로를 건설하거나 신형 미사일발사 시험을 할 때 이를 낱낱이 감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소련이 신형미사일을 발사 할 때 미국의 검증기술이 활용되는 예를 알아보자. 우선 발사대가 햇빛에 반사되는 것은 정찰위성의 광학카메라가 포착한다. 이어 미사일이 발사돼 엔진이 점화, 가스가 분출되면 위성의 자외선탐지 카메라에 걸린다. 미사일의 공중비행은 지상의 거대한 레이다로 한 치의 오차없이 궤도를 확인한다. 다음 미사일에서 지상으로 송신하는 각종 비행자료는 정찰위성과 지상의 청음초에서 낚아채 암호를 해독해 분석한다.
이처럼 지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나 사건은 지체없이 대륙을 건너 전달되고 있다. 예컨대 70년대 중반에 개발된 CCD장치를 이용한 위성을 통해 CIA의 위성센터에서는 소련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real time)으로 볼 수 있으며, 필요하면 확대해 호기심을 풀 수 있다.
현재의 정보탐지능력은 정부가 공표하는 이상의 수준이라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검증기술을 핑계로 군축협상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는 것. 결국 군축에 있어 기술은 있는 셈이어서 문제는 정치적 의지에 귀착된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