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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은 전자의 본질

전자는 크기를 측정할 수 없는 미스터리 기본입자이다. 또 전자는 붕괴되지 않지만 생성되고 소멸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전자의 성질과 전자가족은 무엇이고, 앞으로 밝혀야 할 전자의 본질은 무엇일까.

모든 물질을 이루는 기본단위가 원자라는 사실은 낡은 지식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원자의 성질을 이해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전자는 1백년 전에 톰슨이 발견했을 당시부터 톱(top)쿼크가 발견된 현재까지 물질의 기본입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톰슨이 전자를 발견했을 때 전자가 원자의 구성성분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원자 내에 원자핵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로부터 20년 정도 지난 후에서야 알게 됐다. 다시 원자핵이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졌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그로부터 10년 정도 후고, 양성자와 중성자가 쿼크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30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전자는 기본 소립자로 남아있는 가장 역사가 오래된 입자인 셈이다.

전자는 쿼크와 함께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기본입자이다. 전자의 본질을 알려면 그 기본 성질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현재까지 알려져 있는 전자의 인상착의는 다음과 같다.

●크기 : ${10}^{-18}$m보다 작음
●질량 : 9.1×${10}^{-31}$kg으로 양성자의 1/1800 정도임
●수명 : 혼자 떨어져 있다면 영원히 죽지 않음
●전하 : 1.6×${10}^{-19}$쿨롬으로 전하량의 기본단위임
●기타 : 스핀이 1/2로 페르미온의 일종임

전자의 전하는 질량과 마찬가지로 전자의 본질적인 성질이다. 이로 인해 전자기적인 상호작용을 한다. ‘전자 전하’는 모든 전하량의 기본단위이다. 즉 모든 물체의 전하량은 전자 전하의 정수배로 나타낼 수 있다.

쿼크들은 전자 전하의 3분의 1 또는 3분의 2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전자와 달리 홀로 있지 못하고 양성자나 중성자 내부에서 탈출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일상 현상에서는 분수 전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양성자의 전하는 전자 전하와 크기가 같지만 부호가 반대다. 그래서 양성자와 전자가 같은 수로 들어 있는 원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다.

물질 내부에 있는 대부분의 전자는 전자기력에 의해 원자에 구속돼 있다. 하지만 열을 받거나, 외부에서 충분한 에너지의 광자 또는 다른 입자들이 입사돼 반응하면 원자밖으로 떨어져 나와 자유전자가 된다. 이들 자유전자들이 전기장에 의해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비로소 전류가 흐른다.

어떤 물질은 상온에서도 자유전자가 존재해 전기가 쉽게 흐른다. 이들은 구리와 같은 도체들이다. 반면에 상온에서 거의 자유전자가 존재하지 않는 물질은 전기를 흘릴 수 없는 부도체이다. 그 중간 성질을 가진 것은 반도체다. 이러한 전자의 성질을 이용한 것이 바로 현대 전자문명의 요체라고 말할 수 있다.

전자는 양자역학적으로 1/2의 스핀을 가진다. 이렇게 반정수의 스핀을 가진 입자를 페르미온(fermion)이라고 부른다. 이와 달리 스핀이 정수(0, 1, 2…)인 입자들은 보존(bozon)이라고 한다. 양성자나 중성자, 쿼크들은 모두 페르미온에 속한다. 결국 자연계의 물질을 이루는 입자들은 모두 페르미온인 셈이다. 보존들은 힘을 매개하는 광자와 같은 입자들이다. 때로는 스핀이 1/2인 입자들이 두개 또는 그 이상이 모여서 스핀이 정수인 보존이 되기도 한다.

페르미온과 보존은 기본적으로 매우 성질이 다르다. 원자가 주기적인 성질을 가지고, 분자를 이루며, 특정한 구조를 지닌 물질을 이루는 것은 전자가 페르미온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다. 페르미온과 보존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보면 그 결과가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낮은 온도에서 일어나는 초전도현상은 전자 두개가 하나의 쌍을 이뤄 보존처럼 행동할 때 일어나는 현상으로 이해된다. 전자가 페르미온이 아니라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지금의 우주와 전혀 다른 모양이 됐을 것이다.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에 있는 테바트론. 세계에서 제일 큰 양성자 가속기다.


전자가족

이제 전자가족에 대해서 알아보자. 전자는 뮤입자(뮤온), 타우입자, 중성미자 등과 함께 경입자 가족에 속한다. 뮤입자와 타우입자는 전자와 성질이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질량이 훨씬 더 크며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뮤입자는 전자보다 질량이 약 2백배 정도 무겁고 평균 수명은 약 1백만분의 2초 정도이다. 그러므로 뮤입자는 일상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 밖에서 날아오는 양성자를 비롯한 원자핵들(우주선이라고 부름)이 지구 대기 중의 원자들과 반응해 뮤입자를 만들어낸다. 이들 입자는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오기 때문에 그 짧은 생애 동안에도 지표면까지 도달한다. 1백만분의 2초 동안 광속으로 날더라도 6백m 정도밖에 갈 수 없는 뮤입자가 10km 이상 되는 지표면에 도달하는 것은 상대성이론에 따른 시간지연효과에 의한 것이다.

실제로 매초 1개 정도씩 뮤입자가 여러분들의 머리를 뚫고 지나간다. 빗방울을 맞듯이 뮤입자를 맞고 있는 것을 상상해보라. 다행스럽게도 뮤입자의 질량은 전자보다 2백배나 무거워서 전자에 비해 훨씬 반응이 적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타우입자는 전자가족 중에서 가장 무겁다. 그 질량은 전자의 3천5백배 정도다. 굵고 짧게 산다고 했던가. 질량이 무거운 타우입자는 10조분의 1초(${10}^{-13}$) 정도 밖에 살지 못한다. 그러므로 타우입자는 뮤입자와 마찬가지로 우주선(cosmic ray)에 의해서, 또는 가속기 실험실에서 잠깐 동안 만들어졌다가 흔적만 남기고 곧 사라져버린다.

전자가족에는 다른 가족들하고 대화를 싫어하는 세 입자가 있다. 이들은 모두 중성미자라고 불리며, 전자, 뮤입자, 타우입자와 각각 쌍을 이룬다. 이들은 전하도 질량도 없으며, 붕괴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약한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는 입자들이다. 중성미자들의 질량이 정말로 없는가 하는 것은 현재 입자물리에서 매우 중요한 연구과제 중의 하나다.

모든 입자에는 반입자가 있다. 전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양전자(positron)라고 불리는 전자의 반입자는 전하가 반대인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성질이 전자와 똑같다. 전자는 붕괴하지 않지만, 양전자와 쌍으로 생기거나 쌍으로 없어진다. 전자와 양전자가 만나면 소멸해 광자가 되거나 다른 입자들로 바뀐다. 반대로 광자가 전자와 양전자의 쌍을 만들기도 한다. 이와 달리 핵의 붕괴과정에서는 중성자가 양성자로 붕괴하면서 전자가 생성되기도 하고, 전자가 양성자에 붙잡혀 없어지면서 중성자로 바뀌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양전자와 쌍으로 그 과정이 이루어지는 대신에 중성미자를 동반하게 된다. 혼자 떨어져 있으면 영원히 사는 전자도 이렇게 다른 입자들과 더불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의 크기는 측정할 수 없어

이렇듯 전자는 그 성질이 매우 잘 알려져 있다. 또 현대문명에서 전자의 성질이 유용하게 쓰이지 않는 구석이 없다. 그러면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따져보자. 전자의 본질은 무엇인가. 전자의 본질을 안다는 것은 지금까지 설명한 여러 성질들의 근원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 될 것이다.

과연 전자는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크기가 전혀 없는 입자인가. 아직까지 전자의 크기는 측정된 적이 없다. 엄밀히 말하면 현재까지의 실험으로는 그 크기를 측정할 수 없다고 해야 되겠다. 필자가 박사학위를 취득한 연구주제는 전자의 크기에 대한 것이었다. 실험결과는 전자의 크기가 1백경분의 1m(${10}^{-18}$m)보다 작아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전자가 크기를 가지고 있느냐하는 것은 여전히 수수께끼이다.

이러한 실험을 어떻게 할까. 전자와 양전자를 매우 높은 에너지로 가속해 충돌시키면, 그 내부구조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전자가 산란하는 각의 분포가 달라진다. 이는 마치 총을 수박에 쏘는 경우와 쇠구슬에 쏘는 경우를 비교하는 것과 비슷하다. 원자 내부의 핵의 존재를 알아낸 것이나 양성자 내부에 있는 쿼크의 존재를 알아낸 것도 바로 이러한 방법을 이용한다. 산란각 분포를 측정하면 벗어나는 정도를 통해 그 내부구조를 알아낼 수 있다.

전자의 질량, 전하, 스핀이 왜 그런 값을 가져야 하는가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답은 전자가 내부구조를 갖느냐하는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전자의 본질은 앞으로 새로운 실험결과를 토대로 한 한차원 높은 이론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있을 것으로 물리학자들은 믿고 있다.
전자는 그 내부구조가 없으며 상대적으로 가속하기 쉽기 때문에 소립자 물리학을 이해하는데 매우 크게 기여해 왔다. 그동안 많은 전자가속기들이 쿼크의 존재를 확인하고, 타우입자를 발견하는 등 매우 중요한 실험들을 행해왔다.

최근 일본의 고에너지물리학연구소(KEK)와 미국의 스탠포드선형가속기센터(SLAC)는 1998년부터 실험을 시작하기 위해 ‘B-공장’이라는 가속기를 건설하고 있다. 이는 전자와 양전자를 가속시킨 후 충돌시켜 B-메존이라는 입자를 많이 발생시켜 현대 입자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인 자연계의 기본적인 대칭성에 대해 연구하기 위함이다. 이 대칭성 연구는 입자와 반입자에 대한 것으로, 왜 우리의 우주가 반입자가 아닌 입자들로 이뤄져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공할지 모른다.

또한 에너지가 1조전자볼트(1TeV=${10}^{12}$eV)에 달하며 길이가 20km에 이르는 거대한 차세대 전자선형가속기가 세계적인 관심 속에 계획 중에 있다. 이러한 가속기가 만들어진다면 질량의 본질이나 초대칭 입자와 같은 새로운 물리현상에 대한 탐구가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전자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게 될지 모른다. 그때도 과연 전자는 더 이상 내부구조가 없을 것인지 매우 흥미진진하다.

스핀

입자의 자전 방향

초전도 현상

전기저항이 전혀 없는 상태

약한 상호작용(약력)

핵 안의 중성자가 양성자로 바뀌면서 질량이 거의 없는 전자와 뉴트리노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과정에 작용하는 힘을 약한 상호작용이라고 한다.
 

1997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선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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