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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용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남성틈바구니에서 '지상의 절반' 여성은 스스로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한 힘을 쏟아붓고 있다. 네티즌의 절대 다수를 남성이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기죽을 일은 없다. 인터넷을 천하통일한 웹의 상당수가 여성들에 의해 디자인되고, 또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첨단 여성 3인을 소개한다.

인터넷 붐과 함께 '넷맹'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인터넷은 우리 생활 가까이에 다가서고 있지만 아직도 '인터넷=남성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남성들이 판치고 있는 이 사이버 공간에도 여성들이 손길이 미치기 시작, 그 공격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검색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의 '사이버 스페이스 일본'(Cyber Space Japan)이 최근 자사의 검색서비스 이용자 3천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네티즌이 차지하는 비율은 7.7%로, 지난해 6월 조사 결과인 4.1%와 비교하면 '착실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역시 아직까지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여성 네티즌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인터넷 여성 사용자의 증가와 함께 인터넷을 통해 세계 여성문제를 공유하고 여성의 세력화를 이루려는 모임들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리적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손쉽게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인터넷은 여성 정보의 중요한 자원으로 그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위민스 와이어드(Women's Wired: http://www. women.com), The National Organization For Women(NOW: http://www.now.org/now) 등 여성 전용 웹사이트도 꾸준히 늘고 있고, 법조계, 경제계, 의료계, 스포츠계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직 여성들도 인터넷 상에 조직을 만드는 등 정보교류를 위한 발판을 만들어나가고 있다(패미니스트 인터넷 게이트웨이:http://www.feminist.org/ gate-way/1_gateway .html).

국내에서는 여성들을 위한 인터넷 홈페이지를 아직까지 찾아보기 어렵지만 최근 많은 여성들이 인터넷 관련 직업에 대거 진출, 남성들을 위협할 정도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인터넷 관련 직업 중에서 여성들이 비교적 많이 진출해 있는 곳은 정보검색 분야.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에서 원하는 정보를 족집게처럼 찾아주는 직업이다. 과거 연구목적과 학술정보를 목적으로 특정인들에 의해 운영되던 인터넷의 정보가 일반인에게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새롭게 탄생한 '정보검색사'는 흔히 서처(Searcher)라고도 불린다.

정보검색사는 이미 여성들의 전문직종으로 자리를 굳혔다. 지난해 말부터 인터넷 정보검색 전문과정을 개설한 '장미디어 인터랙티브'는 모두 90여명의 정보검색사를 배출했는데, 그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뛰어난 영어 실력이 요구되는 정보검색사는 여성들의 주무대가 되고 있다.

최근 기업 및 단체들이 잇따라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개설하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웹 디자인 분야 역시 여성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웹 디자이너'는 인터넷을 사용하기 쉽도록 디자인하는 전문 직업으로, 컴퓨터 그래픽, 사진, 이미지, 문자 등을 섞어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이들의 일. 현재 국내에 활동중인 전문 웹 디자이너는 약 1백50명 정도인데, 역시 여성 디자이너들이 압도적이다.

웹 디자이너와 함께 인터넷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웹 마스터'도 여성들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웹마스터는 인터넷을 통해 세계의 이용자들에게 기업을 홍보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항상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고,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웹사이트를 관리한다. 국내에서 웹사이트를 가진 기업들은 대부분 웹마스터가 있는데, 이들의 상당수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그밖에도 인터넷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생긴 여러 가지 신종 직업인 '웹 카피라이터', '인터넷 자키', '인터넷 엔지니어' 등 여러 분야에서 앞선 여성들이 남성들을 제치며 맹활약, 머지않아 인터넷은 여성들의 주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정보 찾는 인터넷 정보검색사
유명희

"매일 새로운 것들을 찾아 나서는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아세요?"세계 곳곳을 누비며 고객들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는 인터넷 정보검색사 유명희(37)씨. 얼마 전까지 무역관련 번역과 통역을 하던 프리랜서였지만 인터넷에 흠뻑 빠져들면서 직업도 아예 '인터넷 정보검색사'로 바꾸어버렸다.

유명희씨가 인터넷을 처음 사용한 것은 지난해 9월, 인터넷 정보검색 전문과정에 들어서면서 부터이니 이제 막 1년이 지났다. 원래 영문학을 전공한 터라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대부분의 자료들이 영어로 된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내는 것에 자신있었고, 지난해 중앙일보에서 개최한 정보사냥대회에 입상하면서 더욱 용기를 얻게 되었다고.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원하는 것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최대 이유는 언어 문제다. 그러나 그는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영어 실력보다 끈기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정보검색사란 직업은 인내심과 꼼꼼함이란 덕목을 가진 여성들에게 더 적합하다는 것. 또한 남녀 차별이 존재하지 않아 능력 위주로 대우를 받기 때문에 여성 네티즌이라면 한번쯤 도전해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인터넷 일반 사용자들이 어떻게 하면 원하는 정보를 빨리 찾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분야 전문가인 그가 일러주는 해법은 '경험'이다.

"인터넷이라는 사이버스페이스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양의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평생을 돌아다녀도 모든 사이트들을 다 둘러 볼 수 없습니다. 단지 자신이 찾으려고 하는 정보들이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보물창고의 어디에 있는지 이곳 저곳을 넘나들면서 직접 검색을 경험하고 테크닉을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정보 검색 능력을 키우는 지름길입니다."

보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유명희씨는 앞으로 미국 대학에서 실시하는 원격지 석사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최근 '인터넷과 정보검색사(파워북)'라는 책도 출간, 인터넷 전문가로서 독자적인 자기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유명희씨는 정보검색사란 직업의 세계에서 남녀차별이란 없다고 말한다.


평면의 웹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는 웹 디자이너
최이경


디지털 임팩트에서 웹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최이경씨는 많은 네티즌들이 들려서 휴식도 취하고, 정보도 얻어갈 수 있도록 유용하고도 아름다운 홈페이지를 꾸민다. 그녀의 손길이 스쳐가는 웹 화면마다 온통 활기가 넘친다.

"홈페이지를 제작하는데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데이터 전달 속도입니다. 화면에 이미지나 애니메이션를 많이 넣으면 화려해서 보기에는 좋지만,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싫어하지요. 속도도 빠르면서 사용하기도 편리한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학에서는 도예를 전공한 최씨는 PC게임업체에서 일하는 언니의 영향으로 컴퓨터 그래픽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뒤늦게 웹 디자인 분야에 뛰어들게 되었다. 아직은 '햇병아리' 디자이너지만 일에 대한 의욕은 "웹의 시각적인 장식뿐만 아니라, 웹의 성격을 규정하고 방향까지 제시하는 것 역시 웹 디자이너의 역할"이라는 그녀의 주장만큼이나 대단하다.

지금까지 그가 디자인한 대표적인 홈페이지로는 삼성데이터시스템 인사팀, 음악전문 케이블 TV인 M-NET, 그리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 디지털임팩트 등을 꼽을 수 있다.

모두 간결하면서도 각 기관이나 업체의 이미지를 잘 담고 있다는 업계의 평이다.

현재 국내에는 약 50명의 웹디자이너들이 있지만 인터넷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앞으로 웹 관련 시장의 수요가 어마어마하게 확산될 전망이다. 웹 디자인은 남녀의 구분이나 차별이 없고, 컴퓨터를 다루는 기술적인 면보다도 눈썰미와 디자인 감각을 요구하므로 많은 여성들이 한번쯤 도전해 볼 만하다.

 

최이경씨와 그의 홈페이지. 그가 제작한 웹페이지들은 간결함 속에 명확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나우콤 인터넷 서버 구축 엔지니어
고옥희


"인터넷 엔지니어로서 제 인생에 승부를 걸 생각입니다."
어눌한 경상도 사투리와는 달리 분명하고 당찬 어조로 자신의 포부를 밝히는 고옥희씨는 일찍부터 남자들이 버글거리는 컴퓨터 분야에서 일해온 탓인지 일에 대한 정열은 남성들 못지않다.

우리나라 인터넷 역사에서 손꼽힐 만한 인터넷 여성 전문가인 그는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 서울대 전산원에서 일하면서 94년 서울대 인터넷 서버를 구축, 운영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는 나우콤 인터넷 서버를 구축해서 운영하고 있는 보기드문 여성 인터넷 엔지니어다.

"그래도 컴퓨터 공학은 다른 공학분야에 비해서 여성의 진출이 활발한 편입니다. 특히 인터넷에서의 기술 개발은 연구·개발한 프로그램을 공개해서 평가받고 다시 또 연구하는 등 기술 응용 형태가 많기 때문에 그다지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만 끝날 때까지 같은 작업을 계속해야 하므로 무엇보다도 끈기가 필요합니다."

고옥희씨는 "우리나라의 인터넷망 구축 수준은 낙후되지 않았지만, 기술개발은 활발하지 못한 편"이라고 지적하면서 "많은 여성 인터넷 엔지니어들의 활약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고옥희씨가 구축한 나우누리 월드와이드웹의 홈페이지.


'코볼의 어머니' 그레스 머레이 호퍼

지난 92년 세상을 떠난 미국 해군 제독 그레이스 머레이 호퍼는 현대 컴퓨터 역사상 가장 걸출한 여성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의 업적은 인류 최초의 디지털 전자계산기 에니악(ENIAC)의 건설에 참여한 75명의 여성보다 더 높이 평가된다.

1906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40대의 늦은 나이에 컴퓨터에 입문, 에니악의 뒤를 이어 등장한 유니박(UNIVAC)의 제작에 참여해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또한 그는 52년 'A-0'라 불리는 최초의 기계어 컴파일러와 플로매틱(Flow-matics)이라 불리는 최초의 영어 데이터처리 컴파일러를 제작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보다도 그를 최고의 인물로 올려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시대를 풍미한 프로그래밍 언어 코볼(COBOL, Common Business Oriented Language)을 탄생시킨 주역이란 점이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항상 '코볼의 어머니'라는 별명이 붙어다녔다. 코볼은 애초 비즈니스 분야에서 활용할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지만, 자연스런 영어에 가까운 문장과 용어를 사용해 어떤 컴퓨터에서도 운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터라 사기업은 물론 정부에서도 애용하게 됐다.

한편 그는 자신의 컴퓨터가 오작동을 일으킨 이유를 찾던 중 한마리 벌레가 들어간 것을 발견, 이후 컴퓨터분야에서 오류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버그'(bug)라는 단어를 처음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그녀는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남자들은 처음 문제를 완전히 끝내기도 전에 새로운 문제로 달려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43년 해군에 입대해 곧 전역했던 그는 67년 예순의 나이로 해군에 복귀한 이래 이후 19년간을 복무했다. 원래 미 해군의 정년은 62세이지만, 매년 국회의 추인을 받아 정년을 연장했던 것이다. 이 덕에 미국 해군 역사상 최장기 근속자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그가 세상을 뜨기 1년 전 기술분야 국가메달을 수여했다.
 

'코볼의 어머니' 그레스 머레이 호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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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박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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