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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힘으로 진실을 찾는 사람이 바로 법과학자입니다.”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는 법과학자로서 사명감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11대 소장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초대 원장을 역임한 국내 법과학자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4월 8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여성과총)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법과학 분야는 다양하다. 부검이나 유전자 검사뿐만 아니라 디지털 포렌식, 화재 감식, 안전사고 분석, 마약 분석 등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룬다. 


큰 틀에서는 법의학도 법과학의 한 분야다. 다만 전문지식으로 인체를 이해하고 사인을 밝혀야 해 별도의 분야로 나누기도 한다. 정 교수는 약대를 졸업하고 1978년 국과수에 입사해 마약과 약독물 분석 분야에서 법과학자로 활약했다.

 

 

증거에서 증거로, 법과학의 세계


법과학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가령 정 교수의 전문분야인 마약 분석의 경우 소변 검사로 마약 성분을 검출해내는 데 일주일을 넘기지 않는다. 정 교수는 “법과학자가 증거 분석에 오랜 시간을 쓴다면 범죄자가 우리 사회에 돌아다닐 시간을 주는 결과를 낳는다”라며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분석이라도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과학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수사관들이 증거를 수집해 분석을 의뢰하면서 시작된다. 국과수에 접수된 증거품은 의뢰서와 함께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전달된다. 의뢰서에는 증거의 종류와 상태, 필요한 분석 내용 등이 적혀있다. 법과학자는 이를 토대로 분석 계획을 세우고 예비실험과 논문조사, 본 실험 등을 거쳐 증거가 감추고 있던 범죄의 흔적을 찾아낸다. 최종 판단을 내릴 때는 동료 법과학자들과 의논하고 상급자가 최종 검토한다.


법과학자의 대부분은 많은 시간을 연구실에서 보낸다. 언뜻 생각하면 법과학자들이 보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수시로 현장을 방문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정 교수는 “상황에 따라 현장 조사도 중요하지만, 법과학자가 현장을 본다면 그 순간 범인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며 “화재 감식, 교통사고 분석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법과학 분석은 대부분 증거에서 시작해 증거로 끝낸다”고 말했다.

법과학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


법과학자의 역할은 증거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법과학이 발전하는 만큼 범죄 수법도 진화한다. 이를 막기 위해 더욱 진보된 검사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법과학자의 임무다.


현재 국내 마약 검사 방법도 정 교수가 법과학자로 일하던 시절 개발했다. 그는 소변을 통한 마약 검출법을 연구하던 시기를 회상하며 “당시 밤을 꼬박 새우다시피 동물실험을 하며 만든 검사법이 범죄자 적발에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법과학자로서 가장 큰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법과학자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은 또 있다. 국민의 안전에 크게 이바지한다는 점이다. 고된 분석에도 이들이 계속해서 범죄의 흔적을 찾아내는 원동력이다. 정 교수는 “승진을 못한 상처로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도 매일 수십 개의 시료를 분석하다 보니 사명감은 더 커졌다”며 “다른 법과학자들도 그때의 나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는 여성과총 회장을 맡아 여성과학인들을 지원하는 한편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에서 후배 법과학자를 양성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법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e메일을 받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시간을 내 꼬박꼬박 답장을 보내고 있다.


미래의 법과학자에게 조언으로 정 교수는 “훌륭한 법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과학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계속해서 키우길 바란다”며 “멘토를 두고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단계씩 밟아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202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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