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초의 성생활은 언뜻보면 우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정자와 난자를 물속에 던져 재수가 좋으면 합쳐지고, 운이 없으면 죽는 것으로 생각돼 왔다. 그러나 마인대학의 생태학자인 피어슨박사팀은 흔히 발견되는 블래더 랙(Fucus vesiculosus, 잎에 기포가 있는 해초)을 연구한 결과 그들의 섹스가 우연한 것이 아님을 알아냈다.
이 해초는 바다가 거칠 때는 섹스를 기피한다. 파도가 그들의 정자와 난자를 어울리지 못하게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실험실에서 난류 등을 통해 거친 바다를 재현한 결과 암수 모두 그들의 배우자를 꼭 붙들고 놔주지 않았다. 그러나 물결이 잠잠해지자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배우자를 방출했고 정자와 난자는 거의 100% 결합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바다의 상태를 인식할 수 있을까. 피어슨 박사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물이 잠잠해지면 광합성에 꼭 필요한 이산화탄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광합성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신호가 되어 배우자를 방출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무튼 이는 바다생물이 주변환경을 인식해 자손을 번식시킨다는 명백한 증거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