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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과의 전쟁

수세미, 껌 칫솔 등 다양한 항균제품 등장

근래 CF에는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병원균들에 대항해 각종 항균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항균제품이라고 하면 균에 대항한다는 말인데 과연 “어떤 균에 대항하는 것인가,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가,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는가”에 대해 소비자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또 봇물처럼 쏟아지는 항균제품들로 인해 균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부정적으로만 유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TV광고물(일명 CF)의 생명은 소비자에게 제품의 이미지를 심어줘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제품을 과장해서 선전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이 약 하나면 피로는 깨끗이 해결된다”든가 “세균까지 말끔이 없애는 세제”라는 등 엄청난 과장이 행해진다.

또 제품을 선책하는 소비자들에게 제공되야할 정보들이 광고의 이면으로 사라진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시간적 제약이 있지만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판매자의 의무요, 소비자의 권리다.

따라서 CF에 등장하는 항균제품들에 대한 과학적 해석은 정확한 정보로부터 소비자의 합리적인 결정을 이끌어내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대장균


항균제품 속의 성분

항균제품은 사용되는 용도에 따라 각각 다른 성분의 항균제품들이 함유돼 있다. 그것은 안전도·지속도·실용도 등을 고려해 결정되기 때문에 여기서 모든 성분들에 대해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CF에 등장하는 몇가지 대표적인 제품들을 살펴보자.

항균주방세제에는 주로 티씨엔(TCN)이라는 항균제를 첨가해 세균의 번식을 차단하고 살균한다. TCN은 곰팡이는 물론이고 콜레라균, 식중독을 일으키는 포도상구균 등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항균작용을 보이지만, 수인성 전염병을 일으키는 녹농균에 대해서는 별 효과가 없다. TCN은 낮은 농도에서도 항균효과가 뛰어나지만, 드물게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일반식기세정제는 세균으로 오염된 식기를 전혀 깨끗하게 할 수 없는가. 아니다. 다만 균이 제거되는 정도가 조금 떨어질 뿐이므로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식기를 닦는 수세미에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이나 살모넬라균이 존재한다. 이런 균들에 유효한 항균수세미에는 주로 진글리코사민, 키토산 성분의 항균제가 쓰인다. 항균수세미에 있는 성분은 지속적인 효과가 있으므로 식기에 붙어 있는 각종 세균을 없앨 수 있다. 그러나 영구적인 효과는 없어 약 60일 정도 사용한 후에는 교체해야 한다.

침 한방울에도 수백만의 세균이 있듯이 입속에는 수많은 세균이 있다. 특히 식후에는 음식물의 유입으로 인한 세균의 활동이 더욱 활발하다. 이러한 입안의 균들을 제거하기 위한 다양한 제품들이 개발됐다.

우선 씹는 것만으로 항균이 가능하다고 등장한 것이 항균껌. 직접 입안에서 적용되므로 자연에 존재하는 인체에 무해한 항균제를 사용한다. 꿀벌집에서 채취한 프로폴리스를 껌에 첨가해 충치의 원인균인 뮤탄스와 포도상구균이 자라는 것을 억제시켜 충치와 인후염을 예방하며, 천연방부제인 GFSE(포도씨에서 추출한 물질)를 사용해 뮤탄스균을 억제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의사들이 조언하듯이 항균껌을 씹는 것만으로 양치질을 대신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칫솔은 항상 축축하게 젖어 있어 세균 번식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양치할때마다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칫솔에 쉽게 번식하는 세균은 황색포도상구균, 녹농균, 대장균으로 이들은 입안을 감염시킬 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온것이 항균칫솔이다.

항균칫솔에는 항균제인 클로로헥시딘을 칫솔모에 코팅 처리해 세균 번식을 억제한다. 클로로헥시딘은 치과용 항균제로 가장많이 사용되는 성분인데 항균효과도 높고, 독성이 거의 없어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젓병은 우유속의 대장균이나 우유를 물에 탔을 때 공기와의 접촉으로 인해 오염이 쉽게 일어난다. 따라서 매번 가열소독을 해야한다. 이러한 번거러움을 지적하며 등장한 젖병세정제는 세정력을 높여 젖병의 잔류물을 제거함과 동시에 제균하도록 돼있다.

여기서 제균이란 용기에 부착돼 있는 세균을 씻어낸다는 의미다. 즉 잔류물을 깨끗이 씻어내는 효과를 이용해 세균의 번식을 막는 것이지 항균제를 이용한 것이 아니다. 미량의 항균제라도 유아에게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항균제를 사용하기는 어렵다.

항균의 길은 여러가지

흔히 항균은 약품 형태인 항균제로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항균의 방법은 다양하다. 항균제란 여러 형태의 미생물을 제거하거나 성장을 억제하는데 사용되는 수단으로 균의 자라지 못하도록 하는 물질을 말한다. 대표적인 항균제로는 강산과 강염기가 있으며, 방부제, 항생제, 알코올 등이 포함된다. 또한 물리적인 가열과 방사선 조사방법도 항균효과가 있다.

항균제들의 작용은 크게 세균의 발육과 증식을 저지하는 정균작용과 세균을 사멸시키는 살균작용이 있다. 또 항균제들이 균에 작용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영양소 대신 흡수돼 균의 대사를 막거나, 균의 세포벽이나 세포막을 손상시키기도 하고, 세균의 핵산이나 단백질 합성을 방해하는 방법이 있다.
 

한균제품으로 선전하는 칫솔의 광고장면


항균의 부작용

항균제품에서 중요한 것은 항균제 자체가 가지는 위험은 없는가 하는 것이고, 그 효과가 어느 정도 유효한가이다. 항균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반응을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원사직물시험연구원, 한국화학시험연구원, 한국생활용품연구원 등에서 항균력 검사를 시험하고 있으나 시험 방법이 각기 달라 표준화된 방법이 요구된다.

원사직물시험연구원의 소비과학연구센터에서 항균, 독성, 기능, 품질관리 등을 약 3개월간 검사해서 통과된 제품에 대해 SF(Sanitary Finished)마크를 주고 있다. 현재까지 46개의 제품들이 항균마크를 획득했는데, 종류로는 수세미, 식기, 생수통, 랩, 면양말, 도시락, 타월, 공중전화용 송수화기가 있다.

항균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는 많은 제품들이 항균효과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지 못한 상태에서 유통된다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항균제들이 화학물질임을 감안하면, 안전성이 입증됐다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문제가 생길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항균의 정도를 나타내는 유효성은 매우 중요하다. 항균성에 대한 보장을 위해 소비자가 그에 대한 값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많은 항균제품들이 과연 광고하고 있는 것 만큼의 항균효과를 나타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안전성과 유효성은 서로 반비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상적인 항균제를 사용하고, 규정된 농도를 적용해 제품을 생산할 경우에는 항균의 기대치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지나친 항균의식도 문제

안전하고 효과 있는 성분으로 원치 않는 균의 감염을 예방하는 항균제품의 개발은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세규을 적대시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미세한 세균 앞에서도 무력한 인간을 만들 수도 있으므로 다시 한번 고려해야 한다.

만약 우리의 장이 무균상태로 유지된다면 좋을 것 같지만 외부 균에 의해 끊임없이 공격받아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 또 우리에게 이로운 세균은 발효식품을 통해 인간의 건강증진에 한 몫을 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문명화되고 균에 대한 제어가 늘어나면서, 인간의 면역력은 저하된 것이 사실이다. 그 예로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꽃가루알레르기 같은 면역성질환이 늘고 있는것을 들 수 있다. 또한 병원균 퇴치라는 미명 아래 남용된 항생제는 내성이 강한 또다른 균을 만들어내 인간의 면역체계를 위협하고 있다. 인간과 함께 공존하는 세균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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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용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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