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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탐독] 자연에 한층 가까워진 움직임 소프트 로봇

 

 

제목

자율 소프트 로봇을 위한 
통합 설계 및 제작 전략

교신저자

로버트 우드 미국 하버드대 존 A. 폴슨 공학 및 응용과학대 교수는 소프트 자율 로봇과 민첩한 곤충 로봇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디자인과 센서 및 액추에이터 소재 등을 연구하고 있다.

초록

소프트 로봇은 기존의 단단한 재료로 만든 로봇이 가지지 못했던 여러 특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 로봇이 여전히 기존 로봇의 전원 및 제어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여러 한계점이 있는 상황이다. 소프트 로봇의 장점을 십분 살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 논문을 통해 부드러운 재료만을 사용해 만든 로봇을 공개한다. 이 로봇은 미세유체논리회로(microfluidic logic)를 기반으로 제어된다. 로봇이 유체의 흐름을 자율적으로 조절하면 온보드 연료공급장치에서 촉매를 이용해 연료 분해를 제어하는 방식이다. 연료가 분해될 때 발생한 기체는 그와 연결된 유체의 흐름을 변동시키며, 로봇이 작동한다. 로봇의 몸체와 미세유체논리회로를 각각 몰딩과 소프트 리소그래피 방식으로 제작했고, 이동에 필요한 공압 액추에이터, 온보드 연료 탱크, 촉매 반응실은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몸체 안에 삽입했다. 형태 변화에 필요한 유동성 및 탄성 구조들은 매우 작은 것부터 그보다 수십 배 큰 크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우리의 통합설계와 신속한 제작 방식은 이런 로봇 구조를 여러 재료로 제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완전한 소프트 로봇을 만들기 위한 기반이 될 것이다.

 

자연에는 다양한 생물체가 존재합니다. 도마뱀붙이는 발바닥의 섬모 구조로 벽에서 떨어지지 않고 오르내릴 수 있고, 카멜레온은 피부의 홍색 소포를 변화시켜 몸의 색을 자유자재로 바꿉니다. 또 해바라기는 특정 부분의 성장을 촉진하는 방법으로 항상 해를 보고 있도록 꽃을 기울입니다.
이 같은 생명체의 독특한 특성을 분석하고, 그런 특성이 나타나는 원리를 파악해 모사하는 로봇을 ‘자연모사로봇’이라 합니다. 보통 로봇이라고 하면 딱딱한 금속 기계 로봇(하드 로봇)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자연의 생명체는 부드러운 동작을 취하기 때문에 하드 로봇으로는 그 특성을 모사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부드러운 재료를 이용한 소프트 로봇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소프트 로봇 움직이는 액추에이터, 뉴넷


하드 로봇과 소프트 로봇의 가장 큰 차이는 액추에이터(작동기)에 있습니다. 하드 로봇이 보통 모터와 같이 단단한 액추에이터로 작동되는 반면, 소프트 로봇은 이름에 걸맞게 소프트 액추에이터를 통해 작동되죠. 소프트 액추에이터의 대표적인 예는 공기의 압력(공압)을 이용해 변형을 일으키는 뉴넷(Pneu-net)입니다. 뉴넷은 조지 화이트사이드 미국 하버드대 화학과 교수가 제시한 개념인 유공압 네트워크(pneumatic network)의 줄임말입니다. 


우선 소프트 로봇의 몸체 구조에 사용되는 엘라스토머(탄력성 있는 고무의 일종)의 강성이 부분별로 차이가 나도록 설계합니다. 이에 따라 몸체의 각 부분은 변형되는 정도에 차이를 보이는데, 이를 이용해 특정 방향으로 꺾임을 발생시키면 로봇을 변형시킬 수 있습니다. 풍선의 특정 면만 테이프를 붙여 부풀게 할 때, 변형률의 차이로 인해 테이프를 붙인 쪽으로 풍선이 휘게 되는 원리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논문 역시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뉴넷을 이용해 문어 모사 로봇을 만들어 201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것입니다. 이 논문은 소프트 로봇을 만드는 대표적인 제작 방법인 3D 프린팅을 이용했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3D 프린팅 방식과는 다릅니다. 보통 3D 프린팅을 이용할 때엔 레진과 같은 재료를 딱딱하게 굳혀서 몰드(틀)부터 제작하고, 몰드에 액체 상태의 폴리머를 부은 뒤 경화시키는 과정을 거칩니다. 반면 이 논문에서는 몰드에 소프트 재료를 부은 뒤 유체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컨트롤러(microfludic soft controller)를 넣었고, 그 위를 특정한 3D 프린팅 잉크로 덮어 공압 채널(통로)을 만들어 줬습니다.


뉴넷에는 유체가 오고 갈 통로가 필수입니다. 보통은 한쪽 면이 파인 형상을 두 개 만들어 합치는 방식으로 통로를 만듭니다. 두 형상을 합칠 때 고온에서 접합 부위를 살짝 녹였다가 굳히는데, 이때 고온에 의해 공기가 팽창하며 접합부에 공기 방울이 형성되기도 하고, 때로는 접합부가 틀어져 로봇이 원하는 형태로 움직이지 않기도 합니다. 반면 특정한 잉크를 3D 프린팅해 통로를 만들면 두 개의 형상을 결합하는 과정이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논문에 소개되진 않았지만, 소프트 재료를 활용한 3D 프린팅 기술은 다양한 응용 분야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섬유가 섞인 소프트 재료를 3D 프린팅하면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되는데, 이 방향에 따라 변형률 차이를 갖게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응용하면 또 다른 형상 변화를 만들어 낼 수도 있죠. 이처럼 재료 자체를 3D 프린팅하는 기술은 경화 시간이나 자극의 종류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재료마다 다른 제작법이 필요하고, 이를 연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공압 부위·재료 강성 따라 움직이는 문어 다리


뉴넷을 작동시킬 공압은 외부에서 펌프나 질소 탱크 등을 연결해 공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논문에서는 로봇 내부의 연료 탱크를 이용했습니다. 촉매로 널리 사용되는 백금에 반응하는 연료를 연료 탱크에 넣고, 백금과 연료 간의 화학반응으로 생성된 기체는 통로 내부에 압력을 가합니다.


또, 컨트롤러로 원하는 부분에만 기체가 흐르도록 제어해 형태를 변화시켰습니다. 가령 A 영역에 공압을 가해 변형시킨 뒤 환기를 통해 원래 상태로 되돌리고, 그 다음 B 영역에 공압을 가해 변형시킨 뒤 환기를 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실제 문어가 발을 움직이는 형상을 모사했습니다. 이런 부드러운 움직임은 기존의 딱딱한 모터로 이뤄진 로봇으로는 구현할 수 없고, 소프트 로봇의 부드러운 형상 변화를 통해서 구현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에 더해 문어 다리의 변형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뉴넷은 몸체 각 부분의 강성에 따른 변형률의 차이를 기반으로 형태 변화를 일으키는 액추에이터입니다. 이런 강성 차이는 재료 자체의 특성인 영률과 형상 설계를 통해서 구현됩니다. 같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두꺼울수록 강성이 커지죠. 또 영률이 높은 재료를 바르면 강성을 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먼저 인장 실험기를 통해 재료가 공압에 따라 변형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응력-변형도 곡선 그래프(stress-strain curve)를 구합니다. 그 다음 이 자료를 형상 설계에 사용되는 고체역학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아바쿠스(Abaqus)’에 대입해 공압에 따라 재료가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 몰드를 만들어 뉴넷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현재 뉴넷은 단순히 꺾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얇은 판 형태를 말 안장이나 얼굴 형태같이 복잡한 구조로 바꾸는 것 처럼 세밀한 조정도 가능합니다. 또 여러 뉴넷을 부착한 소프트 로봇이 상황에 맞는 모드로 변신해 언덕을 기어 올라가기도 하고, 굴러 내려가기도 하는 등 다양한 응용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습니다. 심해에 사는 펠리컨장어를 모방해 매우 작은 부피에서 큰 부피로 바뀌는 로봇은 오리가미(종이접기)라는 기술을 활용한 오리가미-뉴넷을 사용하죠. 이처럼 뉴넷이라는 액추에이터에 다른 기술들을 접목해 더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김청산 연구원의  논문읽기 노하우


          


Q1. 한 달에 논문을 몇 편이나 읽는지?


한 달에 정독하는 논문은 9~10편 정도입니다. 그림과 초록, 요약 정도를 간단히 보고, 관심이 있거나 연구에 도움이 되는 경우 정독을 합니다. 아침마다 새로 출간된 관심 분야 논문을 읽는 것을 생활화하고 있습니다. 연구 아이디어를 얻거나 연구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Q2. 논문 잘 읽는 노하우가 있는지?


논문은 새로운 것을 연구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관련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모르는 내용을 알아내기 위해 논문에서 인용한 논문들을 찾아가며 읽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Q3. 자연모사로봇과 관련된 학술지를 추천한다면?


‘사이언스 로보틱스’라는 학술지를 추천합니다. 뉴넷 이외에도 다양한 소프트 액추에이터를 사용한 로봇이 소개돼 있고, 특히 여러 자극에 반응하는 소프트 액추에이터가 다양하게 제시돼 있습니다. 현재 자연모사로봇은 소프트 로봇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며, 다양한 소프트 액추에이터에 대한 식견을 높여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Q4. 연구원 생활은 어떤지?


오전에는 주로 수업을 듣고, 오후에 연구하는 ‘코스워크’ 과정을 밟으며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대학원은 본인이 욕심이 있는 만큼 일을 하고, 일한 만큼 성과를 얻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내가 노력한 만큼 실적이 된다는 면에서 만족감이 큰 편입니다.

 

Q5. 로봇 연구자를 꿈꾸는 과학동아 독자들에게 한 마디


자신이 꿈꾸는 연구원의 모습을 그려보세요. 단순히 학위를 따고 박사가 되는 것이 꿈이 아니라, 박사가 된 뒤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고민하며 꿈을 키워 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본인의 연구를 소개해주세요!


본인의 연구 분야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줄 수 있는 대학원생 필자를 모집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사이언스 보드(www.scienceboard.co.kr) 공지 게시판을 참조하세요.

 

 

용어정리 

*영률  : 물체의 늘어나는 정도와 변형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탄성률

*강성  : 모양이나 부피 변형에 저항하려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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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청산 석사과정 연구원
  • 에디터

    서동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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