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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 양자 물질? 그깟 거 내가 설명해 주지

과학동아가 선정하는 이달의 책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10월 초가 되면 과학 기자들의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설레서라기보다, 수상 업적이 제발 글로 설명 가능한 연구이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특히 물리학, 그것도 ‘양자’라는 단어로 시작되는 분야라면 기사 마감 때까지 고생길은 따 놓은 당상이다. 가늠도 안 되는 작고 특수한 세계의 물리를 현실 세계의 독자들에게 글로 설명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2016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연구는 ‘위상 상전이(topological phase transition)’에 관한 것이었다. ‘위…, 상?’ 낯선 단어였다. 이들의 업적을 그대로 설명하면 한층 더 낯설어진다. 수학의 한 분과 중에 연속적이 아닌, 계단처럼 불연속적으로 변하는 특성을 설명하는 위상수학이라는 분야가 있다. 수상자 세 명은 위상수학 개념으로 아주 낮은 온도, 그리고 2차원에 가까운 아주 얇은 물질에서 전도도(양자홀 효과)가 정수배로 변하는 현상을 이론적으로 설명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노벨상 발표 당시, 수상자들의 업적을 설명해야 하는 노벨위원회도 고민이 많았다. 토르스 한스 한손 당시 노벨위원회 물리학 위원은 발표 현장에 세 종류의 빵을 들고나왔다. 둥글납작한 번(bun), 베이글, 프레첼이었다. 그리고 말했다.


“다들 알다시피 이건 다 다른 빵입니다. 이건 짜고, 이건 달고 모양도 다르죠. 그러나 위상수학자가 보기에 중요한 건 딱 하나, 구멍의 개수입니다.”


번은 구멍이 없고, 베이글에는 1개, 프레첼에는 2개가 있다. 빵을 잡아 뜯어서 끊어버리지 않는 한 이 빵들의 구멍의 개수는 변하지 않는다. 또 빵에 구멍이 1개 또는 2개가 있을지는 몰라도, 1.5개가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 빵의 구멍처럼, 위상수학으로 설명되는 물질들은 찢지 않는 한 변하지 않는 특성이 있으며, 그 특성은 불연속적으로 변한다. 이 비유는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위상수학의 특성을 쉽게 설명했다. 물론 이런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전체 연구 업적을 정확히 이해하는 이는 많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물리 세계를 전문가가 아닌 대중에게 설명하는 데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해가 쉽도록 비유를 하고자 할 땐 치밀해야 한다. 자칫 섣부른 비유가 오해를 불러오기 쉽다.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그래서 현대물리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연구하고 있다는 응집물질물리학 관련 대중서도 지금까지 없었다. 국내는 물론이고 과학 선진국이라고 하는 국가를 통틀어도 그런 책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이 가운데,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위상물질 등을 다루는 응집물질물리학을 대중에게 설명하는 책을 펴냈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설명하려는 거지’ 싶었는데, 쉽다. 아니, 쉽게 읽혔다. 


특히 비유가 탁월하다. 과학자들이 가설을 세우고 검증을 거쳐 정설 또는 법칙에 이르는 과정을 주방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빗대고, 원자를 구성하는 양성자와 중성자, 그리고 전자를 호텔에 드나드는 사람들에 비유한다.


이런 비유를 거듭하며, 물질의 정의에 대한 고대 그리스 시대의 질문부터 그에 대한 답을 내고 있는 현대의 양자역학까지 총정리했다. 물질의 물리학을 드디어 대중서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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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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