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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문명의 뿌리는 과학

국립과천과학관 10주년, 한국과학문명관 개관

 

국립과천과학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11월 14일 ‘한국과학문명관’을 새롭게 열었다. 한국과학문명관은 전통과학관을 새롭게 개편했다. 기존의 전통과학관이 선조들이 남긴 과학 문화유산을 나열하는 방식이었다면, 한국과학문명관은 전통과학기술을 한국 문명을 이끈 원동력으로 해석한다.

 

한국 문명은 학계에서도 엄연한 독자적인 문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책 ‘역사의 연구’를 저술한 저명한 역사학자인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 역사상 존재했던 21개 문명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15개 문명 중 하나로 한국 문명을 꼽았다. 대작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한국을 주변 강대국의 문명에 예속되지 않고 자신만의 문명을 발전시킨 나라로 평가했다.

 

혼천시계=동양 혼천의+서양 자명종 
 

 

한국 문명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수 있었던 데는 과학의 역할이 크다. 중국 과학사를 연구한 조지프 니덤은 조선시대 ‘혼천시계(渾天時計)’나 우리 고유의 28개 별자리를 표현한 조선시대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등을 한국이 남긴 위대한 과학 문화재로 평가한 바 있다.
남경욱 국립과천과학관 전시기획과 학예연구사는 “한국 문명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에 맞춰 한국 과학 문명의 진면모를 보여줄 필요성이 있다”며 “한국과학문명관을 개관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학문명관은 선조들의 과학과 현재의 과학이 단절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목적도 있다. 남 학예연구사는 “우리나라의 과학은 서양과 달리 그 기술이 현대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아 얼핏 보면 전통과학과 현대과학이 단절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도 “과거부터 내려온 선조들의 과학에 대한 인식과 사상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전통과학과 현대과학의 연결고리는 창의성, 세계성, 역사성 등 크게 세 가지다. 남 학예연구사는 “우리 민족은 해외의 우수한 기술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인 뒤, 이를 기존에 갖고 있던 기술과 융합해 자신만의 기술로 재창조했다”며 “우수한 것을 받아들여 더 우수하게 재창조하는 우리 민족의 정신은 과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혼천시계는 이를 보여줄 대표적인 과학 문화재다. 국보 230호로 지정된 혼천시계는 서양의 자명종과 동양의 혼천의를 결합해 만든 조선시대 최첨단 시계다. 서양의 기계공학적 장치를 동양의 천체관측기구에 접목했다는 점에서, 외부의 기술을 받아들여 재창조한 우리 민족 특유의 창의성을 엿볼 수 있다. 혼천시계 이전에 개발된 자동 시계인 ‘자격루(自擊漏)’도 내부의 구슬 신호 발생 장치가 아랍의 기술을 도입한 것이다.

 

조선 세종 때 왕명으로 편찬된 ‘의방유취(醫方類聚)’도 있다. 의방유취는 총 266권 264책으로 이뤄진 거대한 백과사전으로, 당시 전 세계에 알려져 있던 모든 의학을 집대성한 책이다. 오래전부터 우리 선조들이 세계의 우수한 기술을 받아들임에 있어 주저하지 않았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고인돌도 빠질 수 없다. 현재 세계에서 발견된 고인돌의 약 60%가 한반도에 있는데, 일부에는 별자리를 새긴 흔적이 남아 있다. 선조들이 천문학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졌다는 증거다. 남 학예연구사는 “이런 흐름은 삼국시대 고분 벽화, 그리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천문도인 국보 제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로 이어져 내려온다”며 “우리 민족이 과학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12m 미디어아트로 재탄생한 ‘태평성시도’ 
 

한국과학문명관은 전통과학기술이 한국 문명에 미친 영향을 정치, 복지, 경제, 문화, 군사 등 5가지 대주제로 나눠 소개한다. 

 

가장 먼저 관객을 맞는 전시물은 12m 높이의 거대한 미디어아트로 재탄생한 ‘태평성시도(太平城市圖)’다. 태평성시도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대형병풍이다. 조선의 태평성대를 염원하며 그린 이상적인 도시 모습 곳곳에는 과학기술이 담겨있다. 

 

남 학예연구사는 “그림을 통해 당시 선조들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기술의 발전이 삶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킬 지 고민했음을 알 수 있다”며 “그 연결고리를 보여주기 위해 태평성시도를 미디어아트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행주대첩에서 왜군을 막아낸 15세기 신기전과 화차, 한산대첩의 승리를 이끈 거북선과 판옥선도 볼 수 있다. 조선의 ‘과학수사대(CSI)’로 불리는 검시 제도와 첨단 기술로 개발된 맥진기는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배재웅 국립과천과학관장은 “백화점식 유물전시에서 벗어나 전통과학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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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신용수 기자
  • 사진

    국립과천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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