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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국내독점공급사 엘렉스 컴퓨터 김영식 사장

"이제는 불법복제로 대응하기 어려워"

퍼스널컴퓨터(PC) 하나로 일약 세계 5백대기업으로까지 올랐던 애플컴퓨터가 국내에 정식으로 선보인다. '사과를 먹고 자란 세대' '사과는 어린이도 어른도 모두 좋아한다'등의 '사과신화'를 탄생시킨 애플사는 국내 신설회사인 엘렉스컴퓨터와 독점공급권 계약을 체결했다.

아마 개인적으로 컴퓨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어떤 컴퓨터를 갖고 있냐고 물으면 반수 이상은 애플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PC에 관한한 정보거인 IBM에 필적하는 것이 바로 애플. 그만큼 애플의 상륙은 국내 PC업게에 또한 PC를 직접 사용하는 사용자(유저)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단순한 영향 이상의 것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PC수입자유화와 프로그래보호법발효라는 2가지의 커다란 국내환경변화는 이제까지 불법적으로(?) 제작, 싼가격으로 대량 공급하던 애플컴퓨터를 비싼 로얄티를 주고 사와야 하는 어려운 여건을 만들고 있다. 이 역할을 떠맡은 엘렉스컴퓨터의 김영식사장을 만나 애플상륙에 따른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김영식 사장.


주력 기종은 매킨토시

― 애플컴퓨터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매우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애플이 우리나라 PC역사에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에 컴퓨터가 들어온 것이 67년이니까 올해로 성년인셈이지요. 그러나 70년대 후반까지도 컴퓨터는 특수층만이 만지는 매우 복잡한 기계였읍니다. 그러던 것이 79년부터 PC 즉 8비트 애플컴퓨터가 완제품으로 수입돼 우리나라에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컴퓨터는 쉽다' '누구나 만질 수 있다'는 생각을 소수에게나마 심어주기 시작했읍니다.

그로부터 2∼3년 뒤에 PC가 수입금지된 후 우리나라에서도 수입품이 아닌 국산PC를 만들어 공급했읍니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나름대로의 기종(MSX 등)을 생산했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애플기종을 만들었읍니다. 삼보의 트라이젬20, 정원의 하트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물론 로얄티는 한푼도 지불하지 않았읍니다. 이 뒤를 이어 청계천에서도 애플기종이 대량생산되었구요. 이렇게 형성된 것이 우리나라 초기의 PC라 할 수 있읍니다."

― 초기의 PC는 소프트웨어부족으로 애를 많이 먹지 않았읍니까.

"목적은 매우 불투명했지요.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할지 난감했다고나 할까요. 애플의 소프트웨어 영역은 크게 비지니스용 과학계산용 교육용 오락게임용으로 나눌 수 있읍니다. 그당시 가격이 8비트PC본체만 1백50만원대였으니까 오락게임용으로는 거의 불가능했고 비지니스용으로 쓰자니 처리할 데이타가 그리 많지 않았지요.

결국 헤매다가 정착한 것이'비지칼크'라는 소프트웨어였읍니다. 사무실에서 자주 사용하는 서류양식 및 간단한 통계 처리용 프로그램이지요. IBM PC의 로터스ⅠⅡⅢ에 해당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것이 중심이 되어 우리나라에서 워드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 데이타베이스 그래픽 통신으로 이어지는 OA(사무자동화)의 개념이 뿌리내렸다고 하면 무리일까요".

김사장의 이야기인즉 83년의 PC열기의 부침(浮沈)현상은 어쩔수 없는 것이고 그 붐이 밑거름돼 지금부터 올라오는 PC열기는 미래 정보화사회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것. PC국산화의 주역이어선지 PC역사의 맥을 짚어나가는 솜씨가 매우 깔끔하다는 느낌이다. 또한 미래를 보는 낙관적 자세는 설득력있다고 볼 수 있다.

― 앞으로 애플컴퓨터의 독점공급권을 갖게될텐데 어떤 종류의 상품을 어떤 방법으로 파실 예정입니까.

"애플이 생산하는 모든 컴퓨터가 되겠지요. 이미 많이 보급돼있는 8비트 애플Ⅱe와 애플ⅡGS는 가격이 맞질 않아 판매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복제품가격이 30만원대 이하인데 저쪽에서 요구하는 가격은 70만원대이니까요. 아마 주로 16비트급인 매킨토시SE와 32비트급인 매킨토시Ⅱ가 주종이 되겠지요. 이들 두종류는 87년에 어나운스된 신제품이니까 최근 새로 발표된 IBM의 PS/2와 좋은 경쟁이 되리라 예상됩니다."

― 소프트웨어의 한글화는 선결되어야 할 과제아닙니까.

"물론입니다. 현재 한글화에 전념하고 있읍니다. 개발은 애플본사에서 하고 저희쪽에서는 자문만을 하고 있고 개발방향은 3가지로 연구되고 있읍니다. 글자 한자 한자를 처넣는 방법과 단어를 단위로 올리는 방법, 또한 한 문장을 만들어 올리는 방법 등이 논의되고 있읍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지길 애플이 한글화에서 고전하리라는 예견을 많이 하는데 글자 자체가 그래픽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그리 어려움은 없으리라 판단됩니다. 예를들어 애플이 싱가포르 등 한자문화권에서 다양한 교육용 프로그램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쉽게 예상할 수 있지요."

― 이야기가 나온김에 애플컴퓨터 자랑을 해주시지요.

"아무래도 사용하기 쉽다는 것이겠지요. 일반적으로 컴퓨터는 컴퓨터 자체를 운영하는 오퍼레이팅시스팀(OS)이라는 하드웨어인지 소프트웨어인지 불투명한 것이 자리잡고 있는데 애플에는 OS의 개념이 없읍니다. 보통 '휴먼인터페이스'가 잘 된다고 표현하지요. 사과는 어른도 어린이도 좋아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바로 이런데서 나온 이야기일 것 입니다.

또한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글자를 그래픽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영어이외의 언어도 쉽게 수용할 수 있고, 글자 크기를 4가지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전자출판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것이 특징입니다. 그밖에도 직접 짠 프로그램이나 사서 쓰는 프로그램을 일관성있게 사용할 수 있는 ICON LEXICON 기능도 다른 컴퓨터와는 다른 조금 다른 특징이랄 수 있지요. 현재도 어떤 메인프레임의 단말기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앞으로 한글도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면 경쟁력이 충분하리라 생각됩니다."

다양한 선택권(?)

자랑이 지나쳐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지는 법. 여기서 말머리를 돌려 '국산품 애용'이라는 조금은 진부하지만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해보자. 김사장 본인도 PC국산화의 선두주자가 아니였던가.

"우리나라 사람도 이제는 다양한 선택권을 가질만하게도 됐다고 생각합니다."

미리 준비된 답변치고는 너무 간결하다. 명분에 밀려 말꼬리잡히지 않으려는 의도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환경이 변했다 하더라도 쉽사리 적응해버리는, 적응차원이 아니라 적극적 변신은 우리나라 컴퓨터계의 선두주자치고는 아쉬운면이 없지 않다.

― 유저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명분은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모든 책임을 국민 개개인에게 떠맡기는 일종의 책임회피 아닙니까.

"궁색한 변명을 하지 않겠읍니다. 그러나 우리가 완제품을 수입한다고 해도 모니터를 비롯한 일부 부품은 국산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이것은 우리가 계약과정에서 따낸 것은 아닙니다만 앞으로 이런 종류의 옵션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우리가 애플컴퓨터 생산공장을 국내에 유치하고 또한 그쪽의 컴퓨터기술을 우리것화 하는데에는 짧은 시간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됩니다."

12명의 직원으로 시작, 올해안에 30명을 확보하고 10월말부터 영입에 들어가 내련 1차년도 '1천대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는 김영식사장은 현재는 '영업회사'이지만 앞으로는 명실공히 PC개발생산회사로 발돋움하려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다.

치밀한 성격에 빠른 판단, 강력한 추진력으로 컴퓨터장사에 관한한 무서운 사람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그가 애플이라는 거대한 백라운드만을 믿지않고 우리나라 유저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계속 연구한다면 국내 PC업계에 부정적 영향만은 미치지 않으리라는 느낌이다.

낙관론은 펴고 있지만 아직 해결이 안된 문제점이 하나있다. 바로 국내 8비트 애플컴퓨터의 불법복제시비 문제. 우리나라가 WIPO(국제저작권기구)에 가입 예정일인 10월1일 이후 애플본사측에서 어떤 제재조치를 가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불행한 사태를 방지하는데 일조를 하고 싶다는 것이 김사장 본인의 뜻이지만 그게 그리 쉬운일은 아닐듯하다. 아뭏든 국내 애플독점 공급사인 엘렉스컴퓨터의 정래는 이러한 난제를 순리대로 해결하고서야 본궤도에 오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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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 사진

    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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