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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블 X 과학동아]소리 뿜어내는 제4의 상태, 플라스마 스피커

‘민바크는 전자 파트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전자 파트를 독점하고 있던 쾌남 민바크 님에게 도전자가 생겼습니다. 올해 1월 유튜브 긱블 채널 영상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메이커 키쿠 님입니다. 민바크 님이 긱블 팬 사이에서 열렬한 성원을 받는 것과 별개로, 그간 전자 파트는 지루하다는 혹평을 듣곤 했는데요. 이때 민바크 님과 다른 개성으로 전자 파트의 부흥기를 이끌겠다는 키쿠 님이 등장한 것입니다.


실제로 만난 키쿠 님은 실로 엄청난 텐션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핫한 래퍼인 래원과 외모가 비슷(투명 뿔테 지분이 90%)할 뿐만 아니라, 그 텐션 역시 견줄 정도입니다. 그런 키쿠 님이 긱블 팬들에게 정식 인사를 하겠다고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마이크에 내뱉은 목소리는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여러분에게 전달될 겁니다. 바로 플라스마를 타고 말이죠.

 


고주파로 생성한 저온플라스마


플라스마의 원리부터 먼저 알아볼까요. 플라스마는 고체, 액체, 기체와 다르다는 의미로 흔히 제4의 물질 상태라고 불립니다. 고체, 액체, 기체는 원자 혹은 분자를 기본 단위로 하고 있지만, 플라스마는 전자와 이온 등 그보다 작은 입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기체에 전기장이나 열을 가해 원자 속 전자를 이탈시켜버린 상태죠.


플라스마는 고온플라스마와 저온플라스마로 구분됩니다. 이 둘은 플라스마의 실제 온도가 아니라, 구성 물질간 열평형상태(온도 차이)에 따라 나뉩니다. 고온플라스마는 플라스마 내 전자, 이온 등의 온도가 같아서 평형플라스마라고 불리는 반면, 저온플라스마는 전자만 온도가 높고 나머지 이온과 중성 입자는 온도가 낮아서 비평형플라스마라고도 불리죠.


고온플라스마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핵융합로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기체를 수억℃ 이상으로 가열해 플라스마 상태로 만들죠. 전자를 분리해 원자핵끼리 충돌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럼 저온플라스마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요. 비밀은 주파수에 있습니다. 주파수는 전파가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를 뜻합니다. 직관적으로 전자가 가만있는 것보다 빠르게 움직일 때 더 높은 에너지를 가진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실제로 주파수와 전자의 에너지는 비례합니다.


그래서 전선에 큰 주파수를 가진 전류를 흘려주면 전자가 큰 에너지를 가지면서 전극에서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전극에서 튀어나온 전자는 공기 중 물질과 부딪힙니다. 그러면 그 물질에서도 전자가 튀어나오면서 전자와 양이온으로 분리되죠. 이를 ‘이온화됐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분리된 전자는 양극으로, 양이온은 음극으로 이동하는데요. 양이온이 음극에 닿는 순간 음극의 전자들이 방출됩니다. 음극에서 방출된 다량의 전자는 재차 주변 물질과 부딪히고, 위의 과정을 반복하죠. 그 결과 점점 더 많은 전자가 방출됩니다. 이렇게 플라스마가 만들어집니다.


이때 소리가 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전류를 매우 짧은 주기로 흘렸다 끊었다 해주면 전기 에너지의 변화가 고스란히 플라스마의 압력 변화로 이어져서 그 변화에 맞춰 공기가 진동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스피커는 전기 신호가 고체 진동판을 진동시켜 소리를 만든다고 하면, 플라스마 스피커는 고체 진동판 대신 플라스마 자체가 진동해 귀에 소리가 전해지는 겁니다(데뷔 작품부터 왜 이렇게 어려운 걸…).

 


12V를 1만 8000V로 증폭


자, 이제 전자 파트의 심장인 회로를 만들어 봅시다. 목표는 키쿠 님의 목소리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고 증폭시켜 플라스마까지 만드는 겁니다.


우선 마이크는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것으로 준비했습니다. 유선 마이크로도 할 수 있지만 좀처럼 멋이 안 납니다. 그럼 당연히 마이크의 블루투스 신호를 받을 수신기가 필요하겠죠. 블루투스 수신기를 통해 받은 오디오 신호는 이후 일반적인 변환 및 증폭 과정을 거칩니다.


최초 입력된 오디오 신호는 아날로그 신호입니다. 그래프상으로 표현하면 선이 쭉 연결돼있는 연속적인 신호죠. 마이크는 목소리를 크게 만드는 도구인 만큼 증폭하는 과정이 필수인데요. 아날로그 신호를 증폭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연속적인 변화를 일일이 반영해 증폭하면 전력 소모도 크고, 잡음도 많이 생기죠.


그래서 아날로그 신호보다 단순한 디지털 신호인 펄스 신호로 변환합니다. 펄스 신호는 전압의 ON/OFF가 반복되는 신호입니다. 음의 높낮이를 복잡하게 표현할 필요 없이, 전압을 ON/OFF하는 시간 간격만 조절하면 음의 높낮이를 표현할 수 있죠. 신호가 명료해서 잡음이 적고, 전압이 OFF되는 시간도 있기 때문에 전력 소모도 크지 않습니다.


키쿠 님은 오디오 신호를 펄스 신호로 변환하기 위해 NE555라는 칩을 사용했습니다. 여기에 전류를 흘렸다, 안 흘렸다 조절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MOSFET)를 연결했습니다.


디지털 신호로 변환을 마쳤으니 증폭할 차례입니다. 변압기가 필요합니다. 전압을 엄청나게 높여주는 장치죠. 키쿠 님이 길을 걷다가 눈이 마주쳤다는 2005년산 컴퓨터 모니터가 희생됐습니다.
모니터 안에는 ‘플라이백 트랜스포머’라는 변압기가 있습니다. 이 변압기는 두 개의 코일로 구성돼 있습니다. 흔히 1차 코일과 2차 코일이라고 부르는데요. 1차 코일에는 철심이 몇 바퀴만 감겨있고, 2차 코일에는 엄청나게 감겨있습니다. 가령 키쿠 님이 모니터에서 뜯어낸 트랜스포머는 1차 코일에 약 10회, 2차 코일에는 약 1500회 감겨있습니다. 1차 코일에 흐른 전류는 전자기유도 현상에 의해 2차 코일로 전달된 뒤 전압이 큰 폭으로 증가합니다. 키쿠 님이 대충 계산해보니 회로에 입력된 12V가 변압기를 거쳐 약 1만 8000V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엄청난 전압의 전류가 둘로 나눠진 전선을 통해 흐르고, 두 전선의 끝을 가까이하면 앞서 말한 대로 주변 공기가 이온화되면서 플라스마 상태가 됩니다. 플라스마가 신기하다고 손대면 안 됩니다. 고전압의 전류 덕분에 파짓파짓 피카츄가 돼 버릴 수 있습니다. 또 오존이 발생하기 때문에 작동한 뒤에는 30분 이상 환기해야 합니다.


기본적인 장치는 다 마련됐습니다. 열정 가득 키쿠 님은 좀 더 멋 난 장치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긱블의 캐릭터 ‘기글즈’를 동원했습니다. ‘긱블이 화성까지 정복하겠다’는 심오한 의미까지 담아볼 심산입니다.


무드 등을 샀습니다. 앞서 만든 회로를 무드 등 안쪽에 부착하고, 바깥쪽은 화성과 같이 황토색으로 도색했습니다.


그 위에 얹을 기글즈도 만들어봅시다. 기글즈의 머리는 기어 모양입니다. 에바(EVA)폼이란 소재로 기어 모양을 만들고, 아크릴 소재로 만든 고글을 씌워줬습니다. 두 개 다 레이저 커팅기를 이용해 제작했습니다. 기글즈의 몸통은…. 키쿠 님이 소유한 곰 인형의 머리통을 뜯어내고, 몸통만 취해 마련했습니다. 


무드 등 위에 기글즈를 얹으니, 당당히 화성을 깔고 앉은 긱블러의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무드 등에서부터 연결된 두 갈래의 전선 끝은 기글즈의 입에서 만납니다. 전압을 걸어줍니다. 무드 등에서 빛이 나오고, 기글즈 입에서 만난 두 전선 끝 사이에 파짓파짓 플라스마가 생성됩니다. 블루투스 마이크를 들고 호다닥 멀리 달아난 키쿠 님이 입을 엽니다.


지지직지지직 플라스마가 흐르는 소리 사이로, 키쿠 님 목소리가 튀어나옵니다. 흥을 주체하지 못한 키쿠 님은 자신을 어떻게 소개했을까요. 낮아진 전자 파트의 위상을 드높이겠다는 패기 넘치는 키쿠 님의 인사를 유튜브 긱블 채널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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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 사진 및 도움

    긱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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