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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엔드게임] 타노스 핑거 스냅의 물리학

얼마나 센지 계산해봤습니다

전 세계의 기대를 모은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4월 24일 국내에서 최초로 개봉했다. 전작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는 인피니티 스톤의 힘을 이용해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없애버렸다. 이로 인해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 블랙 팬서, 스타로드 등 많은 히어로들이 소멸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히어로들은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전작의 마지막을 장식한 타노스의 만행에 대해 (분노하고 히어로들이 부활하길 기대하며) 과학의 눈으로 분석했다. 타노스처럼 핑거 스냅(손가락을 튕겨 딱 소리를 내는 동작)으로 순식간에 생명체를 가루로 만들어버리는 건 가능한 일일까.

 

 

순식간에 생명체 절반 사라진다면


타노스의 핑거 스냅에 식물의 특성을 가진 나무인간 그루트도 소멸됐다. 영화를 제작한 마블 스튜디오의 최고경영자(CEO) 케빈 파이기는 2018년 7월 8일 영화 전문매체 ‘버스‧무비스‧데스’와의 인터뷰에서 “타노스의 핑거 스냅이 미치는 범위는 식물과 동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루트를 제외하면 식물이나 인간을 제외한 동물이 사라지는 장면이 따로 나오지는 않았다. 


만약 지구상 모든 동식물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물학을 전공한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는 “모든 종의 개체 수가 동일한 비율로 줄어든다고 해도, 종별로 입는 타격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종별로 생존에 필요한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개체 수가 줄어들었을 때 받는 타격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처럼 세대가 길고 한번에 낳을 수 있는 개체 수가 적은 동물이라면 개체수를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반면 곤충처럼 세대가 짧고 한 번에 많은 개체를 생산하는 경우에는 개체 수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이 과학칼럼니스트는 “특히 개체 수가 적고 군집의 밀도가 낮은 동물의 경우 개체 수가 갑자기 절반으로 줄어들면 만나서 번식할 확률도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며 “멸종위기종의 경우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멸종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식물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지구 생태계 유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식물은 지구에서 탄소를 고정해 유기물과 산소를 만드는 생산자 역할을 한다. 이 탄소 순환은 대기 속 이산화탄소 농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물이 갑자기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식물에 의해 고정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급격히 감소해 기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식물이 반으로 줄어들면 이산화탄소 흡수가 감소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할 수 있다”며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면 기온이 오르고, 석회암의 풍화 작용이 심해진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생태계 변화가 기후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곧바로 기온이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지구 생태계를 구성하는 한 축에는 미생물도 있다. 만약 미생물이 모조리 절반으로 급감한다면 어떻게 될까. 김응빈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는 “미생물의 경우 의외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생물종 구성의 변화 없이 단지 개체 수만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세대가 짧고 무성생식을 하는 종이 많은 미생물의 특성상 금세 원래 개체 수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노스 핑거 스냅, 수소폭탄 11개 에너지


이번에는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없애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지 계산해보자.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가정이 필요하다. 우선 계산의 편의를 위해 인간만 대상으로 하겠다. 혹시 지구 밖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외계 생명체도 제외한다. 


지구 인구는 실시간 세계통계 사이트 ‘월도미터’의 자료를 토대로 2018년 7월 1일 현재 76억3282명으로 설정했다. 인간의 평균 몸무게는 2012년 ‘BMC 공중 보건’에 게재된 논문을 기준으로 62.0kg으로 가정한다. 인체 구성 성분의 비는 물 65%, 지방 12%, 단백질 20%, RNA 1%, DNA 0.1%, 기타 유기물 0.4%, 기타 무기물 1.5%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1998년 로버트 프레이타스의 저서 ‘나노의학’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했다).


계산을 위해 서동석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의 도움을 받았다. 영화에서는 생명체가 먼지처럼 흩어지며 소멸되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계산의 편의를 위해 기화하거나 연소한다고 가정했다. 


우선 인류 전체에 대해 인체의 구성 성분별 무게를 계산한 뒤, 물이 모두 기화할 때 필요한 에너지와 나머지 구성 성분이 연소할 때 필요한 에너지를 더해 이를 절반으로 나누기로 했다. 물과 지방, 단백질을 제외한 나머지 요소(3%)는 탄수화물로 간주하고 계산했다.


세계 인구 76억3282만 명의 총 질량은 4.73×1011kg(인구 수×평균 몸무게)이다. 이 중 물의 질량은 3.08×1011kg(65%)이다. 우선 이 물이 모두 기화해야 하므로 상온(20도)의 물이 100도가 될 때까지 필요한 에너지와, 100도의 물이 수증기가 될 때까지 필요한 에너지를 더하면 된다. 


상온의 물이 100도에 이를 때까지 필요한 kg당 에너지는 물의 비열(4.2×103J(줄)/kg·℃)에 80도를 곱한 3.36×105J/kg이다. 또한 100도의 물이 기화할 때 필요한 기화열은 2.258×106J/kg이다. 이 둘을 더해 물의 질량인 3.08×1011kg을 곱하면 상온의 물이 수증기가 될 때  7.99×1017J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지방과 단백질, 그리고 나머지 구성 성분에 대해 계산해보자. 지방의 열량이 약 9kcal/g,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열량이 각각 4kcal/g, 그리고 1cal가 4.19J임을 고려해 계산하면, 지방

(5.68×1010kg)과 단백질(9.46×1010kg), 탄수화물(1.42×1010kg)을 연소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각각 2.14×1018J, 1.59×1018J 그리고 2.38×1017J이 된다. 


따라서 이를 모두 더하면 인류 전체를 없애는 데 약 4.8×1018J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므로 인류의 절반을 없애기 위해서는 약 2.4×1018J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무기인 수소폭탄 차르 봄바 11.43개를 동시에 터뜨린 것과 같은 수준이다. 


서 교수는 “과거 연구에서 아이폰으로 홈 버튼을 누를 때 필요한 에너지를 구했는데, 약 10-3J이었다”며 “손가락을 튕기는 에너지가 이 에너지의 수 배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인피니티 스톤의 힘을 빌린 타노스의 핑거 스냅은 인간의 핑거 스냅보다 약 1021배 강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공멸 걱정한 타노스, 마음만은 이해할게


사실 영화에서 타노스가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없앤 데는 나름의 신념(?)이 있었다. 인구 증가로 자원이 고갈되면서 자신의 고향인 타이탄 행성의 멸망을 지켜봐야 했던 타노스는 우주의 모든 생명체를 절반으로 줄여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극단적인 신념을 갖게 됐다. 


사실 지구도 위기에 처해 있다. 인류가 원인 제공자다. 미국 환경보호단체 글로벌풋프린트네트워크가 2018년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인류에게 필요한 지구의 수는 약 1.7개로,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자원의 양이 지구의 생태용량을 넘어섰다. 


즉, 현재 인류는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양보다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고, 많은 양의 물과 자원을 소비하며 살고 있다. 특히 한국은 1인당 생태용량 대비 생태 발자국 소비량이 748%로 나타나 세계 19위라는 부끄러운 순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한국인처럼 산다면 지구가 3.5개 필요하다. 


글로벌풋프린트네트워크는 매년 1년간 생태용량을 모두 써버린 시점을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로 지정해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날은 점점 당겨지고 있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1970년에는 12월 29일이었지만, 1986년에는 10월 30일로 나타났고, 2005년에는 8월 26일로 더욱 당겨졌다. 2018년에는 8월 1일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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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신용수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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