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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옆집엔 이웃이 살까요

[웰컴 투 우주부동산]

멀리 있는 외계행성을 어떻게 찾는지 알아보셨다고요. 그렇다면 이번엔 가까운 동네를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항성계에는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골디락스 영역)이 있습니다. 너무 춥지도 뜨겁지도 않아 이론적으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영역이죠. 태양계에선 그 영역의 중심에 생명체의 보고 지구가 있습니다. 영역의 안쪽 가장자리에는 금성의 원일점이, 지구보다 바깥엔 화성과 소행성이 걸쳐 있습니다.


태양계 내의 골디락스 존은 어느 곳보다 외계생명체 문제로 시끌시끌한 곳입니다. 우리가 아직 모를 뿐 이미 이웃이 살고 있을 수도 있거든요. 그런 곳이라면 다른 어디보다 살기 좋은 확실한 매물 아니겠어요?

 

태양계의 외계생명체라는 주제로 책을 엮는다면 가장 긴 파트를 차지할 부분은 화성에 대한 부분일 것입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까지는 화성에 운하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죠. 1877년 망원경으로 화성을 관찰한 이탈리아 천문학자 조반니 스키아파렐리가 이탈리어로 물길(canali)이라는 기록을 남겼는데, 이를 영어 운하(canal)로 잘못 번역해 벌어진 오해였습니다. 비록 오해였지만 당시 사람들이 화성에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얼마나 높게 점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화성에 물이 있었다? 있다?


화성의 대기압은 0.6kPa 정도로 100kPa에 달하는 지구 대기압에 비하면 아주 미미합니다. 대기가 옅으면 태양의 온기가 쉽게 식죠. 지구의 평균 표면 온도는 13.9℃인데 반해 화성은 영하 62.8℃입니다.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기도 어렵습니다. 기압이 낮으면 쉽게 증발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생명체에 해로운 고에너지 입자인 우주선(Cosmic ray)과 태양방사선도 지표에 많이 도달합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 2001 마스 오디세이가 조사한 결과, 화성에 도착한 우주인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근무하는 우주인보다 방사선에 2.5배 더 많이 노출됩니다.


지구의 지각에서 활발한 판구조 운동도 화성엔 없습니다. 판구조 운동은 지각 조각이 움직이는 지질 현상으로 지구가 생명체 거주가능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나뭇잎이 땅에서 썩고 이 흙이 암석이 됩니다. 이 암석으로 구성된 판이 맨틀로 가라앉으면 마그마로 재생되고 화산 폭발로 분출돼 대기로 돌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탄소와 물, 열 등이 순환하며 생명체가 탄생하는 데 중요한 동력이 됩니다.


비록 화성이 춥고 사방에서 위험한 방사선이 날아오며 지각 내부는 멈춰있는 행성이지만, 생명체 거주 가능성이 아예 없는 곳은 아닙니다. 오히려 여전히 생명체가 존재하거나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은 행성이라고 보고 탐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2월 중순 미국, 아랍에미리트(UAE), 중국의 탐사선이 새로 화성에 도착해 탐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이토록 화성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물입니다. 물은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물질이죠. 우주생물학 전문가인 송인옥 한국과학영재학교 교사(천문학 박사)는 “과학자들은 ‘생명체가 존재하는가’라는 추상적인 질문을 ‘물이 액체로 존재하는가’라는 과학적인 질문으로 바꿔 묻고 있다”며 “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곧 천체에 생명체가 존재할 만한 에너지가 있다는 것이며 화성은 태양계 내에서 그 가능성이 높은 천체”라고 말했습니다. 


화성에 과거 물이 흘렀다는 증거는 엄청나게 많습니다. 화성 표면에는 강, 시내, 호수, 삼각주의 흔적이 있습니다.  


2018년에는 현재 화성에 호수가 존재한다는 연구도 나왔습니다. 로베르토 오로세이 이탈리아 국립천체물리학 연구소 교수팀은 유럽우주국(ESA)의 화성 탐사 위성 ‘마스 익스프레스’에 탑재된 저주파 레이더 마시스(MARSIS)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수집한 정보를 분석했습니다. 마시스가 방출하는 전파는 표면이나 지하의 물질층과 만나면 반사되는데 물질에 따라 되돌아오는 파장의 특성이 달라집니다. 이를 이용해 화성 표면과 지하를 분석한 결과 화성 남극 얼음층으로부터 깊이 1.5km 지하에 20km 직경의 염분 호수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doi: 10.1126/science.aar7268 


오로세이 교수팀은 29회의 관측결과를 토대로 이 같은 결과를 냈는데, 당시 과학자들은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지난해 오로세이 교수팀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134회의 관측결과를 분석해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발표했습니다. 연구결과 화성 남극 7만 5000km2 영역에서 호수가 퍼져 있었죠. doi: 10.1038/s41550-020-1200-6 


호수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과학자들이 다음으로 알아내야 할 것은 염분의 농도입니다. 물이 얼음이 아닌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이 곧 ‘매우 짜다’는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농도가 높으면 어는점이 낮아지기 때문이죠. 지구의 남극 대륙의 호수를 연구하는 존 프리스쿠 몬태나주립대 교수는 “지구의 남극 대륙에 있는 웅덩이만 해도 생명체가 거의 살지 않고 있다”며 “염분의 농도가 바닷물의 20배에 가까워지면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화성 탐사선 톈원-1호의 로버는 지하에 많은 얼음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토피아 평원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이 로버가 화성 소금 호수의 비밀을 밝혀낼지 주목됩니다. 로버에는 MARSIS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레이더 장비가 탑재돼 있어 지하 공간을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뜨거운 행성 금성에도 생명 흔적 있을까


액체 상태의 물을 탐사하는 게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면, 반대로 생명체가 살고 있는 흔적을 찾는 방법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메탄(CH4)입니다. 지구에서는 다양한 미생물과 동물이 메탄을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메탄은 자외선에 의해 파괴됩니다. 만약 대기에 메탄이 일정한 양 존재한다면, 그것은 메탄을 생산하는 원천이 존재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게 생명체일 가능성도 있겠죠.


화성 대기에도 메탄이 존재합니다. ESA의 궤도선 마스 익스프레스와 NASA의 로버 큐리오시티 등 여러 관측기기가 메탄의 존재를 확인했습니다. 2013년 6월 16일 마스 익스프레스가 게일 크레이터 상공에서 메탄 농도를 측정한 결과 15.5ppb(10억분의 1 비율·1000t(톤) 당 1g)였습니다. 바로 전날에는 큐리오시티가 표면에서 측정한 메탄 농도가 7ppb를 넘었습니다. 둘 다 평소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치였습니다. doi: 10.1038/s41561-019-0331-9


하지만 “메탄의 존재만으로 화성에 생명체가 있다고 단언하긴 어렵다”라는 신중론이 아직은 대세입니다. 메탄은 암석이 풍화되거나 얼음층이 녹을 때 등 생명체가 아닌 곳에서도 나오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서는 이 메탄이 생명체에서 나온 것인지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지난해 9월에는 금성에서도 이른바 ‘생명체의 흔적’이 발견됐다는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doi: 10.1038/s41550-020-1174-4 금성은 태양계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 살짝 걸쳐있긴 하지만 이산화탄소 대기의 온실효과 때문에 표면 온도가 470℃에 달합니다. 이런 뜨거운 행성 표면에 생명체가 살 가능성은 거의 없는데, 생명의 흔적이 발견됐다니 큰 화제를 모았죠. 


비밀은 생명체의 흔적을 찾았다는 위치입니다. 제인 그리브스 영국 케임브리지 천문학연구소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금성의 생명체 흔적을 지표면이 아니라 대기에서 찾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금성과 지구의 고도 50~65km 대기는 기압과 온도가 비슷합니다. 1960년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금성 구름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죠. 그리브스 교수팀도 이 지점에서 생명체의 대사 결과 만들어지는 유기물을 찾았습니다. 그 결과 금성 대기에 포스핀(PH3)이라는 물질이 약 20ppb 농도로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포스핀은 가스형 행성인 목성과 토성의 대기에 주로 존재하는 유기물입니다. 지구, 금성, 화성과 같은 암석형 행성에서는 대기의 포스핀이 지표와 반응하므로 금세 사라집니다. 예외적으로 이 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은 생물입니다. 실제로 지구에 존재하는 포스핀은 늪이나 하수구, 동물의 내장 등 주로 산소가 부족한 곳에 사는 미생물들이 만들어냅니다. 연구팀은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금성 대기에 미생물의 존재를 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연구가 발표되고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분석 결과가 잘못됐다는 논문이 나왔습니다. doi: 10.1051/0004-6361/202039717 포스핀을 발견한 그리브스 교수팀은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천문대(JCMT)와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 집합체(ALMA)에 감지된 파장을 분석했는데, 반박 논문을 낸 이그나스 스넬렌 네덜란드 레이덴천문대 교수팀은 ALMA의 자료를 재분석했죠. 그리브스 교수팀은 ALMA에 수신된 스펙트럼에서 배경 신호들을 제거하고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12차 다항식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스넬렌 교수팀은 재분석으로 이 12차 방정식이 배경 신호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특정 주파수를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연주 독일 베를린공대 천문 및 천체물리학센터 EU연구원은 “안테나에 수신된 스펙트럼에서 무엇이 물질에 대한 신호이고, 무엇이 노이즈인지 제대로 구분해내지 못했다는 뜻”이라며 “현재는 금성 대기에 포스핀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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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박영경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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