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공장들이 모두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세계 최초의 ‘스마트산업단지’조성 프로젝트하에 계획되고 있죠. 전 세계 스마트공장 기술을 선도하는 독일에서도 이곳에 관심을 갖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이 스마트산업단지에 딱 맞는 핵심 인력을 양성하고자 합니다.”
조영태 창원대 기계공학부 스마트제조융합전공 교수는 경남 창원에 들어설 스마트산업단지의 청사진을 그리며 맞춤 전공이 신설된 이유를 밝혔다. 정부는 2019년 창원국가산업단지와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를 시작으로 전국 15곳의 산업단지를 2025년까지 스마트산업단지로 전환할 계획이다.
공장+ICT=친환경?
스마트공장은 4차 산업혁명의 필수품과 같은 존재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대표 사례기 때문이다.
간혹 스마트공장을 기존 자동화 공장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둘은 완전히 다르다. 기존의 공장도 20세기 말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며 로봇팔, 컨베이어 벨트 등의 자동화 생산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 때의 자동화 시스템들은 각각의 공정별로 구축돼 전체적인 유기성이 없다. 앞뒤 공정에서 일어나는 일이 현재 공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전체 공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한눈에 알기도 어렵다.
스마트공장은 다르다. 스마트공장은 핵심 키워드가 ‘연결’이다. ICT가 접목된 스마트공장에서는 전체 공정의 데이터를 한데 모아 분석하고 제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제조 공장에서는 불량품이 나왔을 때 전체 생산라인을 멈춰야 한다. 수십, 수백 개의 공정 중 어느 단계에서 잘못됐는지 알 수 없어 일일이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각 공정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할 경우 몇 번째 공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예측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몇 번째 공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얼마인지까지 사전에 확인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조 교수는 스마트공장이 불러올 가장 큰 효과로 ‘효율’을 꼽는다. 조 교수는 “ICT 기술을 이용한 공장 관리로 수율(투입한 원자재에 대한 정상 제품의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원자재뿐만 아니라, 생산에 들어가는 에너지 역시 최적의 효율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인 메르세데스-벤츠는 약 7억 3000만 유로(한화 약 1조 350억 원)를 투자해 건설한 스마트공장 ‘팩토리 56(Factory 56)’을 공개했다. 이 스마트공장은 전체 생산 과정을 최적화함으로써 생산 효율성을 기존 대비 25%가량 개선하면서, 에너지 요구량도 25% 정도 줄였다. 이에 더해 공장 옥상에 녹지공간과 태양광시스템까지 구축해, 최종적으로 공장의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동일한 ‘탄소제로’ 공장을 만들었다.
전 자동화 스마트공장, 일자리 오히려 늘린다
‘ICT 기술’ ‘효율 증대’ ‘자동화’라는 단어들은 최첨단 사회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자리가 없어지는 불안한 사회를 떠올리게도 한다. 이에 조 교수는 “공장에서 공정마다 투입되는 사람은 줄지만,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인력이 대거 필요해지면서 오히려 일자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마트공장 현장에서는 맞춤 인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응하고자 2018년 말 정부는 2022년까지 스마트제조 인력 10만 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6만 명의 기존 현장 인력을 대상으로 직무 전환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대학과 연계해 4400명의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1차 목표다.
그 시작점이 스마트공장 전환에 최적화된 창원이다. 1970년대에 구축된 중화학공업 산업단지인 창원국가산업단지는 전 세계 제조업 경쟁력 5위인 한국에서도 전국 기계산업 대비 생산의 15%, 수출의 14%를 차지하는 명실상부 제조산업의 도시다. 더군다나 기계, 전기전자 등 첨단 업종으로 고도화될 잠재 가능성이 큰 덕분에 몇 개의 공장이 아닌, 전체 산업단지가 스마트산업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조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공장이 확산하고 있지만, 스마트산업단지라는 개념은 아직 없다”라며 “공장의 개별 공정을 하나로 연결하는 걸 넘어, 각각의 스마트공장을 하나로 묶는 시도에 스마트공장 선진국들도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2019년 국내 첫 스마트산업단지로 선정된 경남창원스마트그린산업단지는 2022년까지 매년 500개씩 모두 2000개의 스마트공장이 구축될 계획이다. 이 산업단지를 관리할 인력만 750명으로 계획되고 있다.
조 교수는 “스마트산업단지를 총괄하는 관제 센터에서 전체 물류의 흐름과 에너지량, 네트워크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최적의 효율로 생산 과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여기에 투입될 인력 역시 창원시에서 적극 배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국가지정학과 스마트제조융합전공
창원대는 2021학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스마트제조융합전공을 신설한다. 기계, 전기전자, 정보통신 분야가 융합돼 4년 학부과정 커리큘럼을 가득 채우고 있다. 1학년 때부터 생산 과정에서 산출되는 온도, 압력, 전압, 속도 등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제조인공지능 과목을 배운다. 조 교수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제조기술, 소재기술, 기계설계 등의 키워드를 우선 선정한 뒤 그에 맞는 과목들을 선정했다”며 “최신의 정보통신 기술을 습득해야 하는 만큼 13명의 교수 중 대부분을 신임급 교수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스마트제조융합전공은 산업통산자원부와 경상남도, 창원시가 국가지정학과 형태로 지원하는 만큼 30명의 소수정예에게 주어지는 기회와 혜택이 남다르다. 우선 스마트공장 맞춤 전공답게 ‘연결’이 남다르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스마트산업단지 현장이 있는 덕분에 현장 실습과 취업 연계가 여느 대학보다 수월하다. 조 교수는 “3학년 2학기에 창원에 있는 LG전자, SK네트웍스, 지멘스, 다쏘시스템코리아 등의 기업과 한국전기연구원(KERI) 등의 기관에서 현장 실습을 하고 취업 연계도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3~4학년 때 세 학기에 걸쳐 듣는 ‘엔터프라이즈디자인’이란 수업에서는 기업 실무자들이 직접 강단에 선다”며 “교수들도 잘 모르는 현장 상황과 업무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전수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공장 기술의 선두 주자인 독일의 아헨공대, 인공지능 연구로 전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캐나다 워털루대의 수업도 들을 수 있다. 조 교수는 “애초에는 직접 가서 듣는 교환학생 형태를 고려했는데, 지금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방법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원도 남다르다. 등록금에 더해 기숙사비에 생활비까지 지급된다. 조 교수는 “등록금 지원 명목으로 매달 30만 원씩 6개월 동안 총 180만 원이 지원돼 사실상 등록금 없이 대학을 다닐 수 있는 격”이라며 “이외에도 매달 50만 원의 생활비와 12만 5000원의 기숙사비가 지급돼 한 학기에만 학생 한 명 당 555만 원이 지원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원과 스마트공장의 확산 덕분에 2021학년도 스마트제조융합전공의 수시 모집 학업성적우수자 전형은 경쟁률이 14:1을 넘었다. 조 교수는 “기계와 전기전자, 정보통신을 모두 섭렵해야 하기 때문에 세 가지에 두루 관심 있는 학생들이나, 또는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지 못해 고민인 학생들이 오면 좋다”며 “입학을 원하는 학생은 교내 성적과 독서 활동 권수 등 수치로 나타나는 생활기록부 내용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조 교수는 2019년 제조업의 자동화, 디지털화를 연구하는 독일 기업 지멘스의 스마트공장을 방문한 기억을 떠올리며 “각 공정 단계가 전 자동화돼 데이터들이 속속 모이는 모습을 보고 스마트공장으로의 전환이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란 걸 깨달을 수 있었다”며 “세계 최초 스마트산업단지 구축을 위해 우수한 맞춤 인재를 양성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