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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비밀 품은 50억km의 비행, 하야부사2의 귀환

‘Hello from Italy!’ ‘Watching from Pennsylvania.’ ‘from Brazil, São Paulo.’


한국시간으로 지난해 12월 6일 새벽 1시 50분. 제각기의 시각을 보내고 있을 전 세계 9000명의 사람들이 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모여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2시 정각,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자 채팅창의 훈훈한 인사는 이내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한순간에 지나갈 역사적인 장면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이 기다리는 건 지구에서 약 3억km 떨어진 소행성에서 퍼낸 ‘0.1g의 흙’이었다.

 

흙을 싣고 먼 우주를 여행한 주인공은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다. 하야부사2는 2014년 12월 일본 가고시마현에 있는 다네가시마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목표는 화성 궤도 안쪽을 돌고 있는 C형 소행성 ‘류구’였다.

 


소행성을 탐사하는 건 천문학계의 오랜 숙제였다. 소행성을 분류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관측되는 빛의 파장 대역인 스펙트럼형을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다. 보통 천체들 역시 주로 스펙트럼형에 따라 분류한다. 천체가 반사하는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표면이 탄소, 규소 등 어떤 성분으로 구성돼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고래도 알고 보니 포유류였듯이, 겉만 보고는 제대로 알 수 없는 법. 직접 뜯어볼 수 있는 탐사가 필요하다.

 

 

C형 소행성 탐사, 이건 못 참지


더군다나 수많은 소행성 중에서도  C형은 특별하다. 이름(Carbonaceous asteroid·탄소질 소행성)처럼 탄소질이 풍부한 덕분이다. 하야부사의 국제과학팀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명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선임연구원은 “C형 소행성은 유기물로 이뤄져 있어 규소질 중심의 S형이나 금속 성분 중심의 M형보다 지구 생명체의 기원을 탐구하는 데 중요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먼저 나선 건 우주탐사 강국인 미국이 아닌 일본이었다. 2003년 5월 ‘매’라는 뜻의 하야부사가 발사됐다. 목표는 지구에서 약 3억km 떨어진 S형 소행성 이토카와였다. 하지만 ‘날아가는 총알을 총으로 쏴 맞추는 것’만큼 어려웠던 도전은 출발부터 도착하는 순간까지 순탄치 않았다. 결국 가져온 소행성 샘플은 0.001g뿐이었다. 그렇다고 실패는 아니었다. 오히려 진짜 탐사를 위한 성공적인 테스트였다.


하야부사가 우주에서 한창 삐걱대고 있을 때 하야부사2의 개발이 시작됐다. 문제 됐던 부분을 뜯어고쳤다. 가장 말썽이었던 탐사선의 자세제어시스템을 4개나 넣었다. 통신장비, 엔진 성능도 개선했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탐사연구부 책임연구원은 “특히 아주 작은 힘으로 장시간 탐사선을 가속시키는 이온엔진의 성능을 크게 개선해 장기간 안정적인 우주 비행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하야부사2는 4년 가까운 비행 끝에 2018년 6월 소행성 류구 상공 20km에 진입했다.

 


 

하야부사2가 달성한 ‘세계 최초’들 


하야부사2가 류구에서 하는 일들은 속속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우선 ‘한 소행성의 2개 이상 지점’에 ‘2개 이상의 로봇을 착륙’시켰다. 자체 개발한 로버인 미네르바(MINERVA)-Ⅱ, 독일·프랑스가 개발한 랜더인 마스코트(MASCOT)가 각각 류구에 안착했다. 이 로봇들은 각종 측정 장비로 류구를 찍고 분석하는 한편, 하야부사2 본체가 내려앉을 지점도 물색했다.


류구 상공 진입 뒤 6개월 남짓 지난 2019년 2월, 하야부사2가 류구에 내려앉았다. 목표한 지점과 오차 60㎝의 정밀도로 착륙한 뒤 소행성 파편을 채집했다. 그리고 다시 날아올랐다. 이 일련의 과정이 아주 잠깐 사이에 벌어지기 때문에 착륙이라기보다는 ‘잠깐 찍었다’라는 뜻에서 흔히 터치다운이라고 부른다.

 


같은 해 7월에는 2차 터치다운이 이뤄졌다. 4월에 구리로 만든 2kg 탄환을 투하해 14.5m 크기의 인공 크레이터(구덩이)를 만들었다. 이 역시 최초였다. 두 달 뒤 이 크레이터에 착륙해 류구 표면 아래 흙을 손에 넣었다. 굳이 구덩이까지 판 이유는 태양풍이나 우주방사선에 의해 변형된 표면보다 그 아래의 토양이 태양계가 생성됐을 당시의 환경에 더 가까울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인공 크레이터가 생성된 지역의 폭파 전후의 반사율이 20%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 반사율이 다르다는 건 곧 표면과 그 아래의 구성 성분도 다르다는 뜻이다.


하야부사2는 0.1~1g의 시료를 지름 40cm짜리 캡슐에 고이 담아 다시 지구로 돌아왔다. 돌아오긴 했지만 착륙하진 않았다. 22만km까지 근접해 캡슐을 지구에 던져버리곤 다시 떠나가 버렸다. 두 번째 C형 소행성(1998KY26)을 탐사하기 위해서다. 도착 예정 시기는 2031년 7월이다. 만약 두 번째 소행성까지 무사히 탐사하면 ‘복수의 소천체 주위를 돈 탐사선’이란 세계 최초 타이틀까지 하나 더 갖게 된다.

 

“완전(完全) 완벽(完璧)”

 

 


지난해 12월 5일 오후 2시 30분경, 탐사선에서 캡슐이 무사히 분리됐다는 보고를 받은 JAXA 우주과학연구소(ISAS) 총 연구 책임자인 구보타 다카시 교수는 기자회견장에서 완(完)자를 두 번이나 써가며 흡족해했다.


약 12시간이 지난 12월 6일 오전 2시 28분 27초. 캡슐이  120km 상공에 진입하기로 예정된 시간에 다다랐다. 캡슐이 대기를 뚫을 때 내는 뜨거운 빛을 맨눈으로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라이브 방송 채팅창 시청자들이 다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치기 시작했다. 


‘10, 9, 8, 7….’


타이머가 0을 가리키자, 정적이 흘렀다. 방송에 출연한 진행자도 해설자도 말을 멈췄다. 하지만 깜깜한 밤하늘에 새로운 빛은 바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여 초가 흘렀을 때 JAXA의 지상관제센터가 웅성거렸다. 화면 오른쪽에서 밝은 빛이 하나 나타났다. 빛은 왼편으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그렇게 30초간 불꽃을 내뿜은 캡슐은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약 30분 뒤 예상 착륙 지점인 호주 우메라 사막 현장에 캡슐이 도착했다는 전파 신호가 감지됐다. 하야부사2 연구팀은 헬기를 타고 전파 신호가 시작된 지점으로 날아가 지상에 내려앉은 캡슐을 수거했다. 손상 없이 잘 밀봉된 상태였다.


따끈따끈한 캡슐을 일본으로 옮기기 전 거쳐야 할 일이 하나 있다. 캡슐 내부의 기체 분석이다. 이 기체를 분석하면 실제 토양 시료가 캡슐 안에 있는지, 또 그것이 류구에서 비롯된 것인지 가늠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가능한 외부의 영향을 덜 받았을 때 한시라도 빨리 분석 결과를 얻기 위해 분석 장치들을 호주로 직접 들고 갔다. 후지모토 마사키 ISAS 부소장은 “밀봉된 캡슐이라도 기체는 쉽게 손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캡슐이 호주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기체 분석이 이뤄졌고, 결과는 일주일 뒤인 15일에 나왔다. 틀림없이 류구 암석 시료에서 발생한 기체였다.

추측만 했던 소행성 비밀 검증 시작
같은 달 8일 캡슐은 일본 가나가와현에 위치한 ISAS로 옮겨졌다. 14일 캡슐이 개봉됐다. 캡슐 안쪽으로 검은 알갱이들이 보였다. 암석 시료는 캡슐의 세 구역(A, B, C 챔버)으로 나눠 보관됐는데, 각 구역 입구에 붙은 일부 암석 알갱이들이었다.


다음날에는 A 챔버가 개봉됐다. 하야부사2의 첫 번째 터치다운 때 채집한 시료가 이곳에 모였다. 곧 B, C 챔버도 개봉할 예정이다. 아직 총 몇 그램의 시료가 담겨있는지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0.1~1g 정도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요시카와 마코토 JAXA 하야부사2 프로젝트 책임자는 “0.1g만 있어도 계획한 연구를 수행하는 데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캡슐이 개봉된 후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다. 예를 들어 반년 정도의 시간을 들여 한 알 한 알 무게를 측정하고, 색과 모양 등을 관찰해 목록화할 예정이다. 또 전자현미경과 X선 회절 기술로 암석의 구성 성분을 분석해 초기 태양계 환경을 추측하고, 태양풍과 우주방사선으로 변형된 표면 시료와 그렇지 않은 내부 시료를 비교해 그 영향이 얼마나 큰지도 알아낼 수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해 C형 소행성 간의 비교 연구도 할 계획이다. NASA는 일본에 이어 2016년 9월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를 발사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약 3억km 떨어진 C형 소행성 ‘베누’에 도착해 현재 토양 시료를 채집하고 있다. 60g 이상의 시료를 담아오는 것이 목표며, 2023년 9월 지구에 도착할 예정이다.


오시리스-렉스 프로젝트의 연구책임자인 단테 로레타 미국 애리조나대 행성과학과교수는 “베누와 류구의 시료를 지구로 가져오면 두 행성의 관계에 대한 여러 사실을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NASA와 JAXA는 베누와 류구의 시료를 서로 교환해 연구할 예정이다.


구니나카 히토시 ISAS 소장은 캡슐이 일본에 도착한 당일 기자회견에서“앞으로 소행성 물질 분석을 통해 과학적 가치를 최대한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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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 사진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 디자인

    이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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