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처럼 무리생활을 하며 협력하는 동물들은 사회적 관계와 수명이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단독으로 생활하는 동물들은 이웃과 상호작용할 확률이 낮아 사회적 관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그동안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에린 시라쿠사 영국 엑시터대 심리학과 연구원팀은 각자 영역을 두고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청설모도 같은 이웃과 오랫동안 공존할 경우 생존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지난해 12월 17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1994년부터 2015년까지 22년간 캐나다 유콘주 남서부에 서식하는 청설모 1009마리를 연구했다. 청설모에 식별표를 달고 주기적으로 청설모 전체 개체수를 조사해 친척과 이웃해 살 때와, 친척이 아닌 개체와 이웃해 살 때의 출산율과 생존율을 각각 조사했다.
조사 결과, 청설모의 출산율과 생존율은 이웃한 개체가 친척인지 여부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보다는 한 번 이웃이 된 개체와 오랫동안 공존할수록 출산율과 생존율이 증가했다.
동물은 나이를 먹을수록 생존확률이 낮아진다. 청설모도 마찬가지로, 4년생 청설모의 생존확률은 68%에서 1년 뒤 59%로 감소한다. 하지만 같은 이웃과 오래 산 4년생 청설모는 1년 뒤 생존확률이 오히려 74%로 상승했다. 연구팀은 청설모들이 같은 이웃과 공존하면서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게 돼, 영역 다툼을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짝짓기나 먹이 수집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시라쿠사 연구원은 “청설모가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며 생존확률을 높이는 모습은 끊임없이 경쟁하는 인간에게도 교훈을 준다”고 말했다. doi: 10.1016/j.cub.2020.10.0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