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환경 분야나 임상 의학에서 물질을 추적하기 위해 이용된 동위원소는 모두 방사성을 띠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국 학술원 물리분과에 따르면 최근 루트거즈 대학의 대니얼 머닉 교수가 방사성을 띠지 않는 동위원소를 이용한 물질추적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위장이 헬리코박터 피로리라는 세균에 감염됐는지를 간단한 호흡 조사만으로도 빨리 알아낼 수 있다. 게다가 비용도 매우 저렴하다. 먼저 환자는 안전한 동위원소인 탄소13과 요소가 포함된 알약을 먹는다. 만약 헬리코박터 피로리가 체내에 존재하면 요소를 분해시켜 암모니아와 탄소13이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
사람이 밖으로 내뱉는 날숨에는 탄소12와 함께 소량의 탄소13이 포함돼 있다. 헬리코박터 피로리에 감염된 환자는 먹은 약이 분해되면서 체내 탄소13의 비율이 높아진다. 따라서 환자의 날숨 샘플을 얻어 그 안의 탄소12와 탄소13의 비율을 조사하면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환자의 날숨을 한쌍의 전극이 설치된 작은 용기에 모은다. 머닉 교수가 개발한 ‘동위원소 레이저’를 전극과 연결하고 용기 안의 날숨에 비춘다. 이 레이저는 특정한 동위원소를 만나면 에너지가 달라지면서 회로에 흐르는 전류에 변화가 생긴다. 즉 탄소12와 탄소13이 어느 정도 있는가에 따라 회로에 흐르는 전류는 다르게 나타난다. 이것으로 탄소13과 탄소12의 비율을 탐지해서 헬리코박터 피로리균의 유무를 알 수 있다. 이 방법은 안전한 동위원소가 의학적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지를 보인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