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휴양지에 별장을 갖고 있으며 여름휴가때는 가족동반으로 해외여행을 즐기고 승용차는 벤츠 500SEL…"
이것은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던 '긴공간'(金魂卷)이라는 책에 묘사되고 있는 주인공의 프로필이다. 이 책을 읽고 '과연 부자로구나 !"하는 느낌을 갖고말고는 오로지 본인의 생활정도에 달려 있다. 그런데 분하게도 나의 생활정도는 그것을 읽고 "와 부자로구나 !!!" 라고 느낌표를 세개나 찍을 정도이다. 게다가 모신문의 조사에 의하면 '어느 정도의 돈을 가지면 부자인가?'라는 질문에 45%의 사람이 '1억엔(약 5억4천만원)이상'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1억엔이 좀못돼도 좋다는 사람까지 치면 71%이상이 '1억엔을 가지면 부자'라고 생각하는 셈이다. 이 결과를 보면 벤츠500SEL 따위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당당하게 부자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서민이 상상할 수 있는 부자란 그 정도인 것이다.
연수입 백만달라이상 미국에 83만여명
그런데 총자산 1억엔정도가 아니라 연간소득이 1백만달러가 넘는 백만장자가 미국에는 83만 2천 6백 2명(1985년, 조지아 주립대학 조사)이나 된단다. 약 1백 가구에 1가구꼴로 부자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조지아 주립대학 '스탠리' 교수에 의하면 그러한 백만장들도 제법 수수한 생활을 한다는 것. 요트를 가진 사람은 10%, 자가용 비행기를 가진 사람은 5%뿐이다.
"연령은 57세, 대졸 남성으로 처자가 있다(자식은 둘이상). 대도시 혹은 근교의 집한채에 살며 거의 자영업. 자식의 교육에는 돈을 아끼지 않지만 초고급 상점보다는 경제적인 쇼핑을 할 수 있는 상점을 많이 이용한다."
이것이 오늘날 중산계급으로 떨어져 버린 백만장자의 실태인 것이다.
롤즈로이스를 타고 다니며 미녀를 옆에 끼고 자택의 풀장가에서 샴페인을 마시며 기분이 내키면 요트로 지중해로 떠나는…… 이런 부류의 부자들은 없어져 버린 것일까?
사실은 정반대이다. 그 정도의 부자라면 아직은 우글우글하다. 다만 백만장자가 인플레때문에 번쩍이는 후광을 잃고 '단지 백만달러'로 되어버렸을 뿐이다. 진자 부자티를 내려면 1백만뒤에 0을 몇개 더 붙여야 한다는 말이다.
억만장자의 사치품 목록
그러면 미국의 부자잡지 '포브스'가 대부호의 생활에 미치는 인플레의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뽑아놓은 '억만장자의 중요상품'을 살펴 보자. 물품가격은 1986년도 기준.
▲ 뉴욕 맥시밀리언의 천연 흑담비코트, 약 1천 7백만엔(약 9천2백만원)
▲ '아돌포 크튤 클래식'의 드레스, 약1백77만엔(약 9백5십만원)
▲ '구치'의 로파, 약 2만8천엔(약 15만1천원)
▲ 런던 '존 로브'의 송아지가죽 윙칩, 약 13만엔(약 70만원)
▲ 하버드 대학의 1년간 수업료(기숙사비포함,) 약 1백69만엔(약9백10만원)
▲ 워싱턴 D.C.의 리지웰 유한회사에 40인분의 만찬비, 약 51만엔(약 2백70만원)
▲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토요일 밤의 특등석 정기권 2장, 약 23만엔(약 1백 24만원)
▲ '벨가 마르손'의 캐비어(상어알젓)1kg들이 통조림, 약 14만엔(약76만원)
▲ '돈 베리뇬'의 샴페인, 약 8만5천엔(약 46만원)
▲ 뉴욕 로벨의 정육 7파운드, 약 1만5천엔(약 8만1천원)
▲ '슈타인웨이& 선즈'의 대형 그랜드 피아노 모델D, 약 5백62만엔(약 3천35만원)
▲ 워싱턴 병원 특별실의 1일 입원비, 약 7만5천엔(약 40만5천원)
▲ '나우틀즈 스완'65형 요트, 약1억7백77만엔(약 5억8천2백만원)
▲ 풀장, 약 6천3백9 만엔(약 3억4천5백만원)
▲ 테니스 코트, 약 5백26만엔(약 2천8백40만원)
▲ 리어 제트 35A 비행기, 약 4억4천만엔(약 23억8천만원)
▲ 롤즈로이스의 실버섀도우, 약 1천4백70만엔(약 7천9백만원)
▲ 파테크 필립의 클래식 남성용 금장 혁띠, 약 77만엔(약 4백16만원)
과연 벌려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사치스런 품목들이다. 그러나 이것들도 '억만장자의 중요상품'목록의 절반일 뿐이다. 그밖에도 파리의 '투르 다르쟝'에서 오리고기를 먹어야지, 스탠드글라스를 끼운 사우나를 만들어야지, 롤즈 로이스의 운전사를 두어야지, 마님이 아메리칸 아카데미에서 하는 성형수술대금을 내야지, '터너'나 '세잔' '드가' '고호' 등의 그림도 사야하고 물론 그것을 장식해둘 대저택도 있어야지 한다. '부자치레'에는 여간 노고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대부호의 조건은 1백억엔
그러면 얼마나 있어야 대부호의 자격이 있는가? 아무래도 1백억엔(약 5백40억원)은 있어야 할 것같다.
1백억엔이라면 벤츠 500SEL을 1천대이상 가볍게 살 수 있고, 보통사람이 일생동안 벌 수있는 금액의 50배나 되는 액수다. 이렇게 말해도 현실감있게 들리지 않는다. 1년간 은행에 정기예금을 해둘 경우 1년이자가 3억3천9백만엔(약18억3천만원)이라면 그 엄청난 액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매년 일본의 자산가 순위의 특집을 내는 '니케이 벤처'의 '미사히 쿄스케'편집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1백억엔이 있으면 '비벌리 힐즈'에 대저택을 구입하고 그 저택에 어울리는 생활을 할 수 있겠지요."
그러면 일본에 1백억엔이상의 소유자는 몇명나 될까? '니케이 벤처'가 작년 9월호에 실었던 일본의 자산가 1천인이라는 특집에 의하면 1백억엔 이상의 자산가는 86년 현재 일본에 1백34명이 있다. 1백명이상이나 된다는데 놀라야 할 지, 아니면 1백억엔을 가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통감해할 지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요즈음의 계속적인 주가 상승이 일본에서도 1백억엔계층의 부호를 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85~86년에 걸쳐서 개인자산 1백억엔을 초과하는 사람이 54명이나 늘었다.
주가 상승이 왜 부자들의 수를 늘리는가? 그것은 오늘날의 부자들의 재산이 대부분 주식이기 때문이다. 부자가 미녀와 금은보화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은 옛날이야기다.
주식 상장으로 단번에…
"최근의 부자들은 자산이라고 하면 우선 자기회사의 주식을 말합니다. 이것은 '포브스' 등의 랭킹에 들어가는 미국 자산가들도 마찬가지예요.
부지런히 일해서 회사를 점점 크게 한 다음 주식을 거래소에 상장시키는 것입니다. 이때 단번에 대부호로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주식을 상장하면 그때까지 액면가 50엔이었던 주식이 몇천엔이라는 가격으로 뛰어버리기 때문이죠. 창업자는 모두 자기회사의 주식을 대량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단번에 자산을 늘릴 수 있읍니다. 이러한 자본게임에는 세금이 붙지 않죠"(미사히 편집장얘기)
재작년부터 작년에 걸쳐 1백억엔 계층의 자산가가 일본에서 50인이상이나 한꺼번에 증가한 것은 주식상장의 기준이 완화되어 상장하는 기업가가 많았던데도 그 원인이 있다.
그러면 1백억엔 계층의 자산가란 어떠한 인물들인가를 살펴보자. 그들의 평균연령은 60.8세. 최고령자는 '후루가와 타메사부로'씨(일본 헤랄드 영화회장)로 96세. 최연소자는 '이토 마사토시' '이토요카도우'사장의 차남인 '요리아키'씨로 28세이다.
일본대부호의 분류-서비스업 가장 많아
현재 일본 제일의 부자는 누구일까? 그들이 주요 직종을 보면 서비스업(외식산업도 포함)이 24인, 전기·전자가 17인, 금속·기계가 15인, 약품·화학, 유통, 건설·부동산의 각 분야가 각각 12인, 산림·지주 등이 9인이다.
창업자와 그 후손으로 나누면 창업자가 56인, 동업자 19인, 2대째·3대째 43인, 가족 16인 등이다. 2차대전 전부터의 재벌로는 원(元) '스미토모'본사사장, '스미토모'가 16대 당주인 '스미토모 키치자에몽'씨가 이름을 이어오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다이쇼제약의 '우에하라'가문(1천8백46억엔·주식자산만의 합계·이하 같음), '이토요카오우'의 이토가문(1천7백33억엔), '모츠다'제약의 모츠다가문(1천1백51억엔), '스카이락'의 요코가와가문(9백60억엔) 등의 새로운 자산가 가문의 등장도 두드러져 보인다.
그러면 현재 일본에는 알려진 것만도 1천억엔 이상의 개인재산을 가진 사람이 다섯명이다. 그 정상에 서있는 이가 마쓰시타 전기산업 감사·상담역인 '마쓰시타 고노스케'씨(92세)이다. 그의 자산액은 거의 2천8백억엔(약 1조5천1백억원)을 넘는다고 한다. 만약 2대가 20세라 하고 70세까지 살 수 있다면 2천8백억엔을 다 쓰기 위해서는 매일 1천5백34만2천4백60엔(약 8천3백만원)을 써야만 한다. 벤츠라든가 교외의 저택이라든가 요트라든가 자가용 제트기라든가 등의 보통사람이 생각해 낼 수 있는 한도에서는 다쓰기도 벅찬 금액이다.
그렇지만 이 정도의 이야기에 놀란다면 이제부터 시작되는 세계 초거부들의 이야기에 당신의 심장이 멈춰 버릴 것이다.
미국의 초거부들
유효세율이 80%를 넘는 경우가 있는 일본에서도 그 정도의 부자가 탄생하는 것을 볼 때 미국에서 그 이상의 부자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1986년 '포브스'의 랭킹 1위는 연쇄대중 백화점인 '월마트 디스카운트 스토어즈'의 창설자이고 현재도 회장직에 있는 '샘 월튼'씨이다. 그의 자산은 거의 45억달러(약 3조4천5백억원)나 된다. 월튼가는 '유에스 뉴스 앤드 ……'지의 '미국의 기업 부호 1백가족 순위'에서도 듀퐁가(32억2천8백만달러)를 제치고 일등을 차지했다. 또한 저명한 '맥도날드'의 '크로크'가는 20위, '디즈니'가는 28위.
그러면 "자기재산이 얼마인지 알고 있는 한 부자라고는 할 수 없다"고 호언했던 대부호중의 대부호 '폴 게티'의 자손이나 '록펠러'가 '케네디'가의 이름이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다.
물론 그들은 여전히 부자이다. 그러나 재산을 신탁관리하거나 일족간에 재산을 분배한다든지 하여 두드러지지 않을 뿐이다.
실제로 84년까지 미국의 대부호 순위에서 압도적으로 정상을 차지했던 '폴 게티'의 4남 '고든 피터 게티'씨는 41억 달러의 재산을 갖고 있었지만 그 후 일족에게 자산을 분배한 결과 약 13억달러로 감소하고 순위도 13위로 떨어졌다.
록펠러형제들의 딜럭스
록펠러가는 랭킹 상위에는 얼굴을 보이지 않지만 그들이야말로 미국의 '상류계급'임에 틀림없다. 현 소유주인 록펠러 3세를 비롯하여 넬슨(전 부통령), 로렌스, 데이비드(체이스 맨하탄은행 회장) 등 록펠러 형제가 사는 뉴욕 북방 '포칸치크'의 '영지'(領地)는 약 4백30만평(테니스 코트 7만개 이상의 넓이) 이나 된다. 록펠러가의 3대들은 그 '영지'에서 2대부터 물려받은 저택에서 살고 있는데, 각기 독특한 건축양식으로 되어있고 30~50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밖에도 메인주에는 '작은집'이라 부르는 정원이 딸린 별장(작은집이라 해도 90칸이나 되는 건물이다), 와이오밍의 목장, 서인도제도의 전용휴양지, 남미에는 3억3천만㎡의 방목지가 있다.
그럼 이제 세계제일의 대부호를 소개 하겠다. 기네스북에 의하면 개인으로서 제일 많은 돈을 자유로이 쓸수있는 사람은 브루네이 왕국의 '와다우라'국왕이다. 어느 정도의 돈을 그가 자유로이 쓸 수 있는가 하면 연간 30억 파운드(약 3조7천7백50억원)의 석유수입, 그리고 1백억 파운드(약 12조5천8백억원)의 외화준비금이다. 매년 월튼가의 총재산과 거의 동일한 금액의 돈이 '와다우라' 국왕에게 흘러들어가는 셈이다. 다만이것은 '국가예산의 일부'이기도 하기때문에 별도로 사용방법에 곤란을 느끼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부자들의 취미-자선과 요트
"돈을 가진채 죽는 인간은 미움받으며 죽는 인간이다." 이것은 '앤드류 카네기'의 말이다. 자선은 요트와 마찬가지로 부자의 마음을 만족시켜 주는 몇 안되는 '취미'의 하나인 모양이다. 그래서 부자들은 자선사업에 정성을 기울이게 된다.
위에서 말한 카네기는 만년의 18년간 5천7백만 달러를 자선사업에 기부했다. 현재의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실로 엄청난 금액이다. 그 덕분에 7천6백89개의 교회가 오르간을 들여놓았고 2천8백11개의 마을에 도서관이 생겼다.
'더러운 돈'의 대명사로 일컬어질만큼 파렴치한 방식으로 재산을 모으고 백악관에는 언제나 뒷문으로 드나들어야 했던(대통령은 그를 만나는 사실이 국민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려 했다) 록펠러 2세도 70세 넘어서부터 커다란 자선사업을 행했다. 약 7억5천만달러, 현재의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일화 2조엔은 될 금액을 흔쾌히 내놓았던 것이다.
일본에서는 '오쿠라'의 동경경제대학 '미쓰이'의 계명학원 '야스다'의 야스다학원 '이와사키'의 성계학원 등의 예가 있다. 미국에서도 록펠러의 시카고대학 등 부자들이 세운 대학이 많다.
"결국 부자들에게도 성숙기라는 것이 있지 않을까요. 주식을 상장하여 대자산가가 되어서도 극히 평균적인 집에서 사는 사람도 있지요. 자산구성도 자산가로서의 성숙에 따라서 주식에서 토지, 서화, 골동품으로 넓혀져 가는듯합니다."(미사히 편집장)
그리고 부자들에게 최후로 남겨진 문제는 세대를 넘어서 재산을 유지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듀퐁 일가 약 1천 5백억달러. 현재의 환율로 계산해도 일본의 국가예산의 절반을 넘는다. 최초 듀퐁이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것이 1800년. 화약제도로 재산을 모아 이후 1백50년간에 걸쳐 부를 계속 지켜온 셈이다.
그에 비해 사상최대의 초호화 요트 2만5천톤급'북극성호' 주인공 밴더빌트제독의 자손중에는 부호가 한사람도 없다. 세기말부터 20세기초에 걸쳐 미국 최대의 부의 상징이었던 뉴욕 5번가의 궁전도, 하룻밤에 수억엔을 들여하는 파티도 잊혀져버렸다.
그러나 록펠러나 듀퐁, 로스차일드의 자손같이 부의 지속에 전력을 기울인다해도 이제는 이전에 없었던 '상속세'라는 파수꾼이 그들을 감시하고 있다. 그렇게 쉽사리 재벌이 구축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회견할수 있었던 구 노무라재벌 일가의 한사람인 '노무라 코조'씨는 현 일본의 조세제도를 "글쎄, 사회주의같다고 할까요"라고 평하며 웃었다.
그러나 긁어모으는 것만이 대부호는 아니다. '제임스 고든 베네트'와 같이 자신의 돈을 처분하는 것으로 일생을 바친 사람도 있다. 그는 현재의 금액으로 환산하여 약 5천6백억엔을 다쓰고 이 세상을 하직했다.
단골 제스토랑에서 자신이 애용하던 테이블을 다른 손님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본 '베네트'는 그 식당을 매입하여 손님을 내쫒은 후 애용하던 테이블에서 유유히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나서 그는 식당을 나올 때 그 5천6백만엔 짜리 식당을 팁대신 웨이터에게 주어버렸던 것이다. 낭비또한 부자의 특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