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탈의실, 지하철역 화장실 등에 불법 촬영 카메라(일명 몰카)를 설치하는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서울 성북경찰서는 지난 8월 관내 대학, 병원, 지하철 등 다중시설 내 화장실과 탈의실에 몰카를 감지할 수 있는 ‘간이점검카드’를 시범 비치했습니다. 현재는 일부 대학과 상가에 상시 비치 중입니다. 간이점검카드는 신용카드 크기의 붉은색 셀로판지입니다. 어떻게 이 작은 카드로 불법 촬영 카메라를 잡아낼 수 있을까요?
적외선 투과시키는 붉은 셀로판지
간이점검카드 사용방법은 간단합니다. 휴대전화 플래시를 켠 뒤, 플래시와 후면 카메라 렌즈 위에 카드를 대고 주변을 촬영합니다. 화면에 반짝이는 물체가 보인다면 카메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휴대전화의 플래시 빛이 숨어 있는 카메라 렌즈에 닿아 반사되는 원리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이 하나 생깁니다. 왜 굳이 ‘붉은색’ 셀로판지를 사용할까요?
문한섭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는 “붉은 셀로판지가 적외선을 포착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범죄자들은 어두운 곳에서도 촬영할 수 있도록 카메라에 적외선 발광다이오드(LED)를 광원으로 탑재하곤 합니다. 붉은 셀로판지는 근적외선 영역의 빛을 포함한 붉은 색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기 때문에 이런 적외선 LED 빛도 감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한편 송석호 한양대 물리학과 교수는 적외선 LED를 광원으로 사용하지 않는 일반 불법 촬영 카메라도 붉은 셀로판지가 잡아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카메라 렌즈 부분에는 일반적으로 적외선 영역의 빛을 반사시키는 필터가 들어 있습니다. 우리 눈으로 보는 것과 동일한 이미지를 얻기 위해 적외선 영역의 파장은 반사시키고, 가시광선 영역의 빛만 들어오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송 교수는 “붉은 셀로판지를 통과한 적외선은 숨겨진 카메라 렌즈의 적외선 반사 필터에 반사된다”며 “반사광을 감지하면 숨겨진 카메라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간이점검카드를 사용할 땐 휴대전화를 영상모드로 두고 촬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플래시를 계속 켠 채 주변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사진은 결과물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지만 동영상은 촬영 중 반짝이는 빛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의 소자까지 탐지한다
간이점검카드로 모든 종류의 불법 촬영 카메라를 찾아낼 수는 없습니다. 종합 보안 전문 업체 한국스파이존 이원업 이사는 “은폐를 위해 카메라 위에 검은색 필터를 씌운 장치도 많다”며 “이런 기기는 플래시 빛이 반사되지 않아 간이점검카드로 찾아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문제는 주파수 탐지기를 이용하면 일부 해결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불법 촬영 카메라는 범죄자에게 영상을 전송하기 위해 무선 통신을 이용합니다.
대략 800~2400MHz(메가헤르츠· 1MHz는100만Hz)의 주파수 대역이 사용됩니다. 해상도가 높은 영상의 경우 5000MHz 이상의 주파수 대역을 씁니다. 이 이사는 “공간 내에 해당 주파수가 탐지되면 범위를 좁혀가며 구석구석을 살핀다”며 “경고음이 울린 곳을 집중적으로 관찰하면 숨겨진 카메라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자기기에서 기본적으로 방출되는 전자파를 추적하기도 합니다. 카메라는 대략 10~21kHz(킬로헤르츠·1kHz는1000Hz) 범위의 전자파를 내보냅니다. 이 방법은 무선 통신을 이용하지 않는 불법 촬영 카메라를 찾아내는 데 유용합니다.
만약 카메라에 전원이 꺼져 있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빛이 없거나 움직임이 없으면 꺼지는 불법 촬영 카메라도 있습니다. 이 이사는 “전원이 꺼진 카메라는 카메라 속 비선형 소자를 탐지하는 기기로 찾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해 카메라에 들어 있는 다이오드나 트랜지스터 같은 소자를 찾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심되는 공간에 2.4GHz(기가헤르츠·1GHz는 10억Hz) 이상의 고주파를 쏴서 반사된 파동을 보면 소자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이사는 “불법 촬영 카메라의 은폐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며 “최대한 다양한 장비를 사용해 탐지 확률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