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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3D 지도 나왔다

항공사진 2만 5000천 장으로 모델링

우뚝 솟아 있는 롯데월드타워 건물이 분명 서울 잠실의 모습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건물에 촘촘히 줄이 그어져 있다.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 ‘심시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그래픽이다. ‘이걸로 대체 뭘 할 수 있을까?’ 


지난 7월 1일, 1단계 구축이 완료돼 공개된 서울시 3차원(3D) 지도 ‘스마트 서울맵(S-MAP)’의 첫인상은 일단 호기심을 자극했다.

 

건물 60만 동 3D로 구현

 


“항공사진 2만 5463장을 모델링해 만들었습니다. 롯데월드타워처럼 압도적으로 높은 건물은 특히 구현하기가 힘들었죠.”


스마트 서울맵은 서울시와 네이버랩스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네이버랩스의 윤여일 매핑앤로컬라이제이션팀 기술리더(TL)는 총 30TB(테라바이트·1TB는 1024GB) 용량의 고해상도 항공사진으로 모델링해 이번 스마트 서울맵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서울맵은 서울시 면적 605km2에 건설된 건물 60만 동을 3차원(3D)으로 보여 준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네이버랩스는 1800m 상공에서 항공기를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사진을 촬영했다. 집중적으로 촬영한 기간은 17일 정도지만, 기상 조건 때문에 5개월 간격으로 촬영한 구역도 있다. 촬영 간격이 긴 장소는 나뭇잎의 형태나 색 변화를 보정했다. 


네이버랩스 매핑앤로컬라이제이션팀은 이렇게 확보한 수만 장의 항공사진에서 동일한 지점을 연결하는 ‘사진정합(Image Matching)’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연결된 사진에서 지상기준점(GCP)을 찾았다. 지상기준점은 다리나 방파제, 대형도로 등 눈에 띄는 지점으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송수신 시 기준점으로 사용하기 위해 좌표 정보가 기록돼 있다. 촬영한 사진에 나타난 지상기준점과 실제 지상기준점의 모습을 비교하면 사진이 촬영된 각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광속조정법(Bundle Adjustment)’이라고 한다. 


모든 사진의 촬영 각도를 알아내면 남은 건 사진에 촬영된 물체와의 거리를 계산하는 일이다. 계산 방법은 사람이 물체의 거리를 추정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뇌가 양쪽 눈의 ‘시차(disparity)’를 인식해 물체와의 거리를 추정하듯(물체와의 거리가 멀수록 시차가 작다!), 각 사진의 시차를 파악해 촬영 카메라로부터의 거리를 계산한다. 


항공사진에서 시차를 파악하는 과정엔 ‘밀집정합(Dense Matching)’ 알고리즘을 사용했다. 밀집정합 알고리즘은 특징점이 부족한 사진을 분석할 때 사용한다. 사실 항공사진에는 나무나 건물, 도로 등 비슷한 물체가 반복되기 때문에 일일이 특징점을 찾아 시차를 계산하기엔 한계가 있다. 밀집정합 알고리즘은 사진을 픽셀별로 분석해 다른 사진과의 유사도를 평가한 뒤, 유사도가 높은 부분끼리 시차를 비교한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계산된 거리값을 토대로 3D 공간에 각 픽셀의 이미지를 덧입혀 3D 모델을 만들었다. 모델링은 데이터 양이 워낙 많아 15대의 서버에 나눠서 진행했다. 모델링을 하는 데만 꼬박 30일이 걸렸다.

 

일조권 분석부터 도시 바람길 설계까지

 


이렇게 만들어진 3D 모델링 결과에 도로, 지하철 등 이동과 생활에 관련된 정보를 결합해 스마트 서울맵을 완성했다. 홈페이지(map.seoul.go.kr/smgis2)에 접속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3D 지도의 활용방안은 무궁무진하다. 한 예로 서울시는 도시 계획 심의에 3D 지도를 활용하고 있다. 토목 공사에서 처리해야 할 토사의 양을 측정하거나 신축 건물이 지어지기 전에 인접 건물들의 일조권과 조망권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앞으로 불법 건축을 감시하거나 미세먼지를 줄일 도시 바람길을 설계하는 데도 활용할 계획이다. 


윤 기술리더는 “2D 지도는 건물의 높이나 지형을 머릿속으로 그려 봐야 하지만, 3D 지도는 그 형태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3D 지도는 드론과 같은 비행체가 많아질수록 필요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드론을 날리기 위해서는 지형이나 전신주, 고압선 같은 장애물의 높이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2D 지도로는 부족하다. 3D 공간에서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지도는 앞으로 3D 내비게이션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네이버랩스는 이번 3D 모델링 자료를 토대로 HD 지도도 제작했다. HD 지도는 센티미터(cm) 수준의 정확도를 지닌 지도로, 도로와 차선 정보는 물론 표지판과 주변 사물의 정보까지 담겨 있다. 
HD 지도는 자율주행차 운행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로 꼽힌다. 자율주행차는 센서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자신의 위치와 주변 위험 요소를 인식한다. 하지만 현재 자율주행차에 탑재된 센서로는 한계가 있다. 비가 오는 등 기상 조건이 나쁘거나 센서를 방해하는 요소가 나타나면 물체를 인식하는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조기춘 건국대 스마트운행체공학과 교수는 “HD 지도가 자율주행차의 인식능력과 판단능력을 지원하는 또 다른 눈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네이버랩스뿐만 아니라 국토지리정보원과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이 HD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MMS(Mobile Mapping System) 장비를 이용한다. MMS는 위치를 추정할 수 있는 GPS와 관성측정장치(IMU), 도로를 모델링하는 라이다(LiDAR)와 각종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다. MMS가 수집한 정보를 분석해 차선, 표지판 등으로 분류하면 HD 지도가 완성된다. 
네이버랩스는 이번 스마트 서울맵을 제작하면서 MMS가 수집한 정보에 3D 모델링 자료를 추가로 활용하는 일명 ‘하이브리드 HD 매핑’ 기술을 사용했다. 이진한 네이버랩스 매핑앤로컬라이제이션팀 리더는 “하이브리드 HD 매핑 기술은 제작 비용과 기간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GPS 신호가 수신되지 않는 그늘진 지역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HD 지도를 일상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지도를 갱신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조 교수는 “클라우드 기반 지도에 자율주행차가 인식한 새로운 정보를 입력해 실시간으로 지도를 갱신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며 “지도를 통해 위험 상황을 다른 차량에 공유할 수 있다면 각종 사고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스마트 서울맵 학교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도움 배상일 백송고 과학 교사)

 

 

재난 피해지역 예측하기
스마트 서울맵에서 제공하는 바람길 정보와 건물의 높이 정보, 지형 정보를 통해 지역별 홍수나 폭설 등 자연 재해에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예측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 
스마트 서울맵은 특정 장소를 표시하는 마커 클러스터와 이를 색상으로 나타내는 히트맵 기능이 있다. 이를 활용하면 행정동, 생활권역에 따른 피해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안전한 미래 도시 설계하기
스마트 서울 맵은 기존 공공데이터 포털이 보유한 Open API(누구나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준비된 프로토콜) 정보를 지도와 결합해 제공한다. 이 데이터로 코딩 또는 3차원(3D) 모델링을 해 ‘코로나19 확진자 지도’ ‘CCTV 설치 미흡지 지도’ 등 안전한 미래 도시를 위한 지도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도시 개발과 도시의 역사 이해하기
스마트 서울맵의 ‘지도 전시관’ 기능을 통해 옛 지도의 장소를 지금의 장소와 비교해 볼 수 있다. 장소와 관련된 역사, 문화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이미지로 제공된다. 또한 지도를 보며 다양한 사건들을 되짚어 보고 토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한 예로 2013년, 2019년 숭례문 주변 지도를 비교해 문화재의 소중함을 느끼고 공공의식을 높이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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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박영경 기자
  • 사진

    네이버랩스
  • 디자인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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