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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평균얼굴은 호남지방 출신들의 평균수치가 가깝다. 그러나 한국인답다고 보는 얼굴들의 평균은 영남지방 출신들의 평균수치에 가깝다. 이는 한국인 얼굴이 다른 주변민족들에 비해 턱이 크고 눈이 작다는 고정관념을 증폭 해석한 때문이다. 이같은 고정관념은 한국인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보기 어렵게 만든다.

현대 한국인의 젊은이들은 큰 눈동자의 눈을 좋게 본다. 남자의 눈이든 여자의 눈이든 검은 동자의 직경이 크면 선량하게 생겼다며 매력판정의 순위를 높여 준다(사진 1).

그러나 모델이 일본인이라고 일러준 후에 반응을 보면 "맹하게 생겼다"며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 한국인들에게 일본인의 얼굴인상에 대해 물으면 "날카롭게 생겼다", "냉정하게 생겼다"는 반응을 보인다.
 

(사진1) 같은 인물의 얼굴사진에서 눈동자의 크기만 다르게 한 사진. 현대 한국인은 눈동자가 큰형을 좋게 본다. 고구려 시대에는 아마 달랐을 것이다.
 

얼굴에 대한 편견

일본 대학생들에게 일제시대를 무대로 한 한국 영화를 보여 주면서 극중 배역의 얼굴에 대한 인상을 물은 일이 있다. 극중 악역의 일본경찰이 나오는 장면에서 "저 경찰의 얼굴이 일본인다우냐?"고 물어보니 일본인 대학생들은 일본인답지 않다고 응답했다. 그 일본 순사역의 텔런트는 한국인인데도 아주 전형적인 관동형 일본인 얼굴을 가진 사람이다.

일본인들은 일본인 자신을 악인으로 보지 않는 선입견을 가졌기 때문에 비록 얼굴이 일본인답다 해도 일본인으로 보지 않는다. 일본에서 방영되는 미스터리물의 프로를 보면 배역설정에서 대개 악역인 사람은 남녀를 막론하고 턱이 크고 눈이 작은 형의 얼굴을 가진 탤런트를 등장시킨다. 이러한 일본인들에게 한국인 얼굴의 특징을 물으면 한국인은 턱이 크고 눈이 작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 한국인과 일본인은 얼굴 각부의 평균치에서 큰 차이가 없으며 각각 자국내 출신지역간의 차가 오히려 크다. 얼굴의 인상판단에 선입견의 영향이 바른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한국인들도 대개 일본인들에 대해 역시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이런 선입견을 일본인 또는 일본 문화에 대해 말할 때 판단의 주요한 근거로 삼는다. 이런 선입견에 의한 판단은 비단 일본인에 국한하지 않고 같은 한국인의 얼굴을 대할 때도 작용한다.

선입견은 어느 경로를 통해 형성됐든 하나의 고정관념으로 뇌리에 남는다. 이는 생활중에 접하게 되는 유사한 판단을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하도록 돕는 작용을 하므로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일종의 고등한 정보처리작용이다. 그러나 이 편견의 형성에 작용하는 요인은 그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적 특성에 전적으로 영향받기 때문에 좀체로 바뀌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 편견의 안정성 때문에 그 사회의 문화가 보다 다양하게 변모하기 어렵도록 제한인자로서 작용하는 일이 많다.

우리 한국인은 얼굴에 대해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으며 이 편견이 어떻게 형성됐고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곧 한국인의 고정관념의 일단을 밝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선입견 없이 직시하는 시각 필요

전호(前號)의 얼굴그리기 테스트에서 개념형으로 그리는 사람은 실제 사람의 눈이 나뭇잎 모양이 아닌 데도 - 눈의 모양은 동일인의 눈이라도 보는 각도에 따라 일정한 모양이 아니다(사진 2) - 나뭇잎처럼 생겼다고 알고 있는 고정관념에 의해 측면 얼굴에 정면의 눈이 붙은 괴상한 얼굴을 그리고 있음을 봤다. 이처럼 어떤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일을 수행하는 데에 아무 기초지식이 없는 편보다 일단 도움이 된다. 눈이 동그랗다는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망설일 것 없이 눈을 동그랗게 그릴 마음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상 그 식으로 일을 처리하게 되므로 한편 능률적이기는 하지만 최고로 잘하는 데는 오히려 장애가 되기도 한다. 다른 식으로 해볼 기회를 빼앗기기 때문이다.

얼굴그리기 테스트에서 관념을 이용해 그리는 것보다 사실을 직시한 방법으로 그렸을 때 보다 적절한 표현임을 알았다. 사실을 직시하는 데 고정관념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적인 정보를 왜곡시켜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우리는 급변하는 사회와 국제정세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처한 처지를 객관적으로 잘 파악하려면 선입견이 없는 눈, 즉 직시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직시하는 시각이란 나의 눈도 남의 눈도 아니다. 그 눈은 객관적인 눈이요 과학의 눈이다.

남성적인 인상의 얼굴과 여성적인 인상의 얼굴에 대해 사진설문을 통해 조사한 적이 있다. 단지 얼굴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남성적 인상이라고 응답한 남자와 여자, 여성적 인상의 남자와 여자, 이 네가지 분류의 안면 인상 사이에 공통적인 판정기준이 있었다. 남성적인 인상의 남자와 남성적인 인상의 여자 사이에 안면 계측치상의 거리가 가깝고 여상적 인상의 여자와의 사이에 가장 큰 차이가 있었다.

남성적 인상의 남자, 남성적 인상의 여자-턱이 크고 코가 길며 얼굴이 길다.

여성적 인상의 남자, 여성적 인상의 여자-얼굴이 동그랗고 이목구비가 작다.

일견 그럴 듯해 보이는 이 응답 결과와 실제 모델이 됐던 사람의 성격(개인의 인격 )과는 깊은 관련을 찾기 어려웠다. 이것은 남성적 또는 여성적으로 보는 눈(관념)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실제 성격과 거의 무관한 것이었다는 말이다. 남성적 인상으로 응답한 사람이 실제로 남성적이거나 여성적 인상으로 응답한 사람이 실제로 여성적 성격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예로 남자의 전유물인 씨름선수들의 얼굴은 안면구성의 비율면에서 여성적 인상의 여자와 닮아 있지만 그들이 여성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고 보면 여성적이라든가 남성적이라든가 하는 안면인상에 대한 말은 이들 항목간에 존재하는 형태적 유사성을 통해 얻게 된 하나의 관념일 뿐 사실과 다르다. 단지 남성 혹은 여성에 대한 편견의 표명일 뿐이다.
 

(사진2) 눈의 모양은 보는 방향에 따라 각각 다른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는 눈의 모양을 흔히 정면에서 본 눈으로만 생각한다.
 

준수하다는 얼굴의 공통점
 

(사진3) 콧날을 높이고 곧게 표현하는 경우는 대개 신상(神像) 영웅 등 의젓한 인물 표현에서 볼 수 있다. 이런 기법이 보는 이의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성인의 얼굴 특징에 대한 고정관념을 자극한다.
 

준수한 얼굴로 응답한 얼굴의 공통점은 코의 길이, 중안의 길이, 눈의 길이가 긴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들이 반드시 준수하다는 말의 관념적 특징인 점잖다거나 현명하다거나 고상하다고는 볼 수 없었다. 단지 우리가 구체적 경험이 없이 그렇게 볼 뿐이다. 코의 길이가 짧고 눈이 작은 사람의 인격상 준수한 정도-학교성적, 심성, 지능지수, 예술적 감각, 대인관계-와 우열을 인정할 만한 하등의 차이가 발견되지 않는 것이었다.

코의 길이를 준수한 인상으로 보고 있는 경향은 미술작품에서 신상 등 종교적 인물의 표현에 사용되는 예를 찾아보면 동서고금을 통해 큰 변화없이 사람이라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관념인 것 같다(사진 3). 아마도 그 이유는 유아의 얼굴에 비교된 성인얼굴의 특징에서 유래된 것일 것이다. 성인은 유아보다 지식이 많고 머리가 좋으며 점잖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악한 인물의 표현에도 성인의 안면특징을 적용한다. 유아보다 성인이 사악할 수 있다고 알고(관념)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아와 성인의 형태상 차이를 성격상 차이와 결부시켜 일반화해 버린 결과다. 이 판정 모델이 유아와 어른을 비교할 때 유효할 수 있지만 같은 어린이끼리, 더욱이 교육 등 환경의 영향에 크게 좌우된 성인들을 서로 비교하는 데는 거의 쓸모가 없는 데도 일반화해 적용하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눈도 마찬가지다. 순진한 눈은 어린이의 눈이라고 알고 있고 어린이의 눈은 얼굴에 비해 크다(얼굴의 크기는 피하지방의 증가에 따라 장년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커지지만 눈동자의 크기는 출생 직후부터 13세까지 안구성장 기간에 걸쳐 별로 변화하지 않는다). 따라서 눈동자가 큰 눈은 순진한 표정의 눈, 어떤 면에서는 어린이는 어른보다 맹하니까 '맹한 눈'이 될 수 있는 것이리라.

큰 눈을 순진하다거나 맹하다고 보는 것은 순전히 편견일 뿐 큰 눈 소유자의 인격과 거의 무관하다. 아인슈타인은 한국인보다 눈이 크지만 '맹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눈썹이 진하면 성격이 강한 것으로 여기는 것도 같은 종류의 선입견에 의한 판단인 것 같다. 우리가 보통 체력이 약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어린이나 여자의 눈썹색깔이 남자보다 상대적으로 옅기 때문에 눈썹이 진한 것은 남자의 특징으로 해석한다. 여기에 남자는 강하다는 고정관념이 가세돼 눈썹이 진한 얼굴을 남성적인 강한 인상으로 보는 것 같다.

웃는 모습의 입술이 가진 우호적 의미도 꽤 강한 고정관념인 것 같다. 이 (치아)는 언제나 부정적 의미를 갖고 있으나 송곳니까지 드러내며 웃는 입술 모양이 우호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입끝(口角)이 위쪽으로 올라간 입술형의 우호적 고정관념이 송곳니의 공격적 사인보다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사진 4).
 

(사진4) 웃는 입술 모양의 상징은 매우 강하다. 좌·우의 사진이 같이 웃는 표정으로 보이지만 이는 같은 사진을 입모양의 상하만 바꾼 것이다. 따라서 사진을 거꾸로 봐야 한다(영국 BBC 자료참조).
 

한국인다운 얼굴은 경상도출신의 평균에 가깝다

 

(사진5) 호남지방 출신(5-1)의 얼굴이 한국인 평균얼굴(5-2)에 가깝다.

 

우리는 한국인 얼굴이 턱이 크고 눈이 작다는 고정관념때문에 영남 출신의 얼굴(5-4)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한국인답다(5-3)고 본다.
 

한국인답다는 얼굴도 마찬가지다. 실제 한국인 평균얼굴은 호남지방 출신들의 평균수치에 가깝지만 한국인 답다고 응답한 얼굴들의 평균은 경상도지방 출신들의 평균에 가까웠다(사진 5).

그러나 이런 한국인 얼굴에 대한 관념이 전혀 근거없이 잘못된 것이라기 보다 한국인 얼굴이 다른 주변 민족들에 비해 턱이 크고 눈이 작다는 사실을 증폭 해석한 때문으로 생각된다. 즉 턱이 크고 눈이 작다는 점에서는 사실대로 보고 있으나 그 정도를 증폭해 기억하고 있음으로써 사실과 다른 얼굴을 한국인상으로 형성시켜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국인은 눈이 작고 턱이 크다는 지식이 고정관념이 돼 오히려 한국인 자신의 얼굴 모습을 제대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판정 모델은 불과 20%정도의 성공률-일본인보다 턱이 큰 형의 얼굴은 한국인에게 18%정도 출현한다-때문에 한국인 얼굴의 특징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유력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 얼굴의 특징 중 중안(中顏)의 함요감(陷凹感)이 큰 것도 비록 평균치로는 일본 태국 등지의 남방계형의 얼굴보다 작지만 일본인 중에도 중안의 함요감이 큰 형의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특히 만주족들의 경우 더욱 출현빈도가 높아서 반드시 중안의 함요감이 한국인만의 특징은 아니다 그런데도 중안의 함요감은 한국인다운 얼굴로 지목된 얼굴의 주요한 안면 구성 요소다.

턱이 큰 편에 눈이 작고 중안이 죽은 형의 얼굴, 즉 한국인 자신들이 한국적인 얼굴이라고 보고 있는 얼굴형은 현대 한국인 젊은층의 눈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한국인다운 얼굴은 소박한 얼굴(사진 6), 청초한 얼굴(사진 6)의 합성사진과 수치와 인상이 닮아 있다. 또한 이 얼굴은 얼굴인상의 긍정적 의미만 결합한 얼굴(사진 7)보다 아름답지 않다, 친근감이 없다, 친하고 싶지 않다, 귀엽지 않다라고 응답한 얼굴형(사진 8)과 닮아 있다.

조선시대라면 사색적이고 겸손해 신중한 인상으로 좋게 볼 얼굴을 현대 한국인은 왜 부정적 인상으로 평가하고 있을까? 더욱이 그것이 자신들의 유전자에 보편적으로 자리잡혀 있는 한국인의 주요한 형질의 하나인 데도 말이다.

한국인이 한국인 자신의 얼굴에 호감을 느끼지 못하면 이는 매우 불행한 일이다. 자신의 얼굴모습이 자신들이 바라는 모습으로 자연스레 신속하게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 한국인은 일생동안 자신의 얼굴모습에 아쉬움을 간직한 채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6) 한국인이 한국인답다고 보는 얼굴의 인상은 소박한 얼굴, 남성적인 얼굴, 청초한 얼굴로 응답한 얼굴과 닮아 있다.
 

한국인의 얼굴에 만족하며 살아야
 

(사진7) 한국말의 긍정적 인상표현, 즉 아름답다, 귀엽다, 친근감이 있다, 친하고 싶다 등으로 나타난 얼굴을 합한 사진
 

한국태생 백인혼혈아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세대별로 의견을 들어본 일이 있다. 한국의 50, 60대들이 "미국 놈이구먼"하면서 혼혈아로 보지 않는 얼굴을 40대들은 "동양계가 섞였네!" 하면서 서양인으로 봤다. 여기에 비해 20, 30대 초반의 사람들은 "이국적으로 생겼다"고 말했다. 이국적으로 생겼다는 말은 한국인이기는 한국인인데, 좀 낯설게 생겼다는 말이다.

이 얼굴을 국민학생들에게 보여 주었더니 "야! 멋지게 생겼다! "라며 전혀 낯선 인상으로 보지 않았다. 오늘날 한국인들이 이렇게 서구지향적 미모관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이상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예측해 본다면 다음과 같이 네가지 가능성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한국인의 얼굴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1. 그냥 이대로 서양인 얼굴형을 부러워하면서 산다.
2. 한국인의 얼굴에 가치를 두고 자신을 가지고 산다. 한국인의 얼굴이 언젠가 서양인 얼굴형으로 변한다면
3. 그 날에 희망을 걸고 산다.
4. 서양인 얼굴형으로 변하는 데 불만을 가지고 산다.

이 중에 가장 바람직한 쪽은 역시 2번, 한국인 자신의 얼굴에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이 방법은 첫째 이상적인 데다 성형수술 화장술 등 신경을 안 써도 되니 경제적이며 앞으로 한국인의 얼굴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정서적으로 관계없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는 이미 노출돼 버린 국제화 시대에서 한국인이 얼굴 외적인 데서 자신을 가져야 되고 다른 민족들로부터 그 우월성을 인정받아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쉽게 달성될 일이 아니다.

최근 한국인이 경제면에서 어느 정도 자신을 가지고 있지만 이 정도 경제력으로 얼굴에까지 자신감이 형성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 또 이보다 더 큰 경제적 성공을 이룬다 해도 국제화 시대에 다른 민족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려면 문화면에서도 결코 이에 못지않은 성과를 이루어야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면의 성과, 이것이 금후 한민족의 당면문제다.
 

(사진8) 한국말의 부정적 인상표현으로 나타난 얼굴을 합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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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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