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작열하는 황량한 사막에서 공기만으로 물을 얻을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
에벌린 왕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 교수와 김현호 당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물순환자원연구센터 연구원(현 삼성전자 DS부문 생산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한낮 상대습도가 10~20%인 건조한 공기 중에서도 물을 추출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줄’ 10월 14일자에 발표했다. 우리나라가 가장 건조해지는 3~4월 전국 평균 상대습도가 이보다 높은 50~70%인 것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물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낮과 밤의 기온 및 상대습도 차이를 이용했다. 상대습도가 높은 밤에 수증기를 모았다가, 기온이 높은 낮에 떼어 내 모으는 것이다. 간단한 원리지만 물을 떼어 낼 때 태양열이 효율적으로 전달되는 구조로 설계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연구팀은 흡수력이 뛰어난 다공성 광물질 제올라이트를 사용해 상대습도가 높은 밤사이 수증기(물)를 모은 뒤, 낮동안 물이 수증기로 다시 증발할 때 이를 구리판에 응축해 모을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었다.
전체 구조는 제올라이트판 2개와 구리판 2개를 교대로 배열했다. 한낮엔 구리판에서 발생한 응축열이 제올라이트판에 전달돼 물을 더 많이 떼어 낼 수 있는 구조다.
그 결과, 장치에선 하루에 1m2당 770mL의 물을 얻을 수 있었다. 연구팀이 2018년에 수행한 연구에서는 다공성 금속 유기화합물에 물을 저장했는데, 당시엔 물 생산량이 하루에 1m2당 340mL에 그쳤다. 제올라이트를 사용한 장치는 기존 장치보다 가격도 저렴했다.
왕 교수는 “제올라이트보다 5배가량 물을 잘 흡수할 수 있는 재료를 연구 중”이라며 “흡수력이 큰 재료를 찾고 장치를 휴대할 수 있게 구현하면 사막 등 물이 필요한 다양한 곳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oi: 10.1016/j.joule.2020.09.008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