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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국유학일기] 학생과 기업의 윈윈 취업 박람회

 

대학은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연구 활동을 지원하며, 구성원끼리 교류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졸업한 뒤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즉, 학생의 커리어 지원은 대학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캘리포니아공대는 이를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캘리포니아공대의 커리어 프로그램 중 취업 박람회는 학부생에게 가장 중요한 행사로 꼽힌다. 가을 학기와 겨울 학기에 각각 한 번씩 학부생과 대학원생 모두를 대상으로 열리는데, 구글과 페이스북 등 대부분 정보통신기술(IT) 분야의 회사가 참여한다. 여기에 골드만삭스 등 국제적인 대기업부터 창업 2~3년차의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회사를 만날 수 있다. 


규모가 큰 회사는 엔지니어와 리크루터(채용 담당자)가 함께 부스를 운영하고, 작은 회사는 창립 멤버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캘리포니아공대는 학생 수가 많지 않아 모든 부스를 한 번씩 방문할 수 있다. 


참가 회사들은 체육관에 부스를 설치한 뒤 학생들과 대화하거나 면접을 본다. 학생들은 관심 있는 회사 부스에 이력서를 내고 본인의 강점과 경험을 알리는 동시에 회사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한다. 현장에서 코딩 테스트를 하는 회사도 있는데, 문제를 나눠주면 그 자리에서 손으로 풀어 제출하기도 한다. 


취업 박람회의 묘미는 회사 기념품 수집이다. 보통은 회사 로고가 찍힌 티셔츠, 볼펜, 텀블러를 주고, 종종 우산이나 보조 배터리, 휴대용 마우스를 주는 회사도 있다. 박람회가 열린 후 한동안은 이때 받은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나는 2학년 여름 방학 인턴십(기업 활동을 체험하며 실무 역량을 키우는 프로그램) 기회를 취업 박람회를 통해 구했다. 한 스타트업 부스를 무심코 지나칠 뻔했는데, 기다리는 줄이 짧길래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했다. 여기서 캘리포니아공대 졸업생인 엔지니어와 대화를 나누다가 이력서까지 제출했다. 


박람회가 끝난 뒤 친구들과 기숙사에서 쉬고 있는데, 자정쯤 e메일 한 통이 배달됐다. 다음 날 바로 면접을 보자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연락에 잠도 제대로 못 잔 상태로 면접을 봤지만, 다행히 결과는 좋았다. 몇 차례 더 전화 면접을 거친 뒤 인턴십에 합격했다. 이처럼 취업 박람회는 인턴십뿐 아니라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유용한 행사다.


캘리포니아공대에서는 1년에 한 번 선배와의 만남 행사도 열린다. 이 행사는 장기적으로 도움이 많이 된다. 커리어의 정점에 있거나 은퇴한 졸업생들이 대거 참석하기 때문이다. 2학년 때 나는 로스앤젤레스(LA)에서 센서 관련 기술 컨설팅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졸업생과 저녁식사 기회를 얻었다. 나를 포함해 학부생 7명이 참가했는데, 이 자리에서 졸업 이후 진로와 창업에 대한 조언과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3학년 때는 은퇴한 엔지니어 겸 경영자와 식사를 하기도 했다. 인터넷이 막 상용화되기 시작할 때 설립된 온라인 주식 거래사의 초창기 멤버였다. 그는 회사가 일주일에 2~3배씩 성장하는 모습을 경험했던 이야기를 해줬고, 당시 그 회사가 우리 돈으로 10조 원 정도의 가치를 지닌 회사가 됐다는 말에 몰입해서 대화를 나눈 기억이 있다. 


공식적인 행사 외에 한 학기에 한 번씩 졸업생에게 일대일로 30분 동안 커리어 코칭을 받는 기회도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보통 이력서를 검토받거나 면접 연습을 하면서 조언을 듣는다. 


2주에 한 번씩은 점심시간에 기술 세미나가 열린다. 캘리포니아공대 학생들에게 관심 있는 회사들이 여는 세미나다. 여기에 가면 자유롭게 질문도 하고, 세미나가 끝난 뒤 개인적으로 대화도 나눌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세미나를 진행하는 회사에서 맛있는 간식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간식은 참석 동기를 배로 높인다.


캘리포니아공대는 학생이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학생이 주체가 돼 운영하는 ‘칼텍 와이(Caltech Y)’라는 단체는 국내외 봉사활동과 캠핑을 주최한다. 코스타리카에서 환경 보호 활동을 하거나 워싱턴 DC를 여행하며 과학기술 관련 정책을 배우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나는 1학년 봄방학 때 칼텍 와이를 통해 2박3일간 그랜드캐니언으로 캠핑을 갔다. 2학년 때는 식물원에서 잡초 제거 봉사활동을 했고, 3학년 때는 활동 리더로 행사를 준비했다. 아쉽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취소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이번 학기는 현장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 일부는 온라인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오프라인 취업 박람회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열기와 몰입감이 적을 것이다. 그래도 학교에서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대체 행사를 준비 중이라고 하니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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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용균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컴퓨터과학과 및 경영학과 3학년
  • 에디터

    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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