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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혹시 몸에 있는 털 때문에 고민한 적이 있나요? ‘개학하면 얇고 긴 콧수염을 깔끔하게 잘라버려야 하나’ ‘다리털을 가릴 수 있는 긴 바지만 입어야 하나’… 한창 2차 성징을 겪고 있는 청소년이라면 더욱 신경 쓰이는 일이 많을 텐데요. 그런 독자들을 위해 털이란 존재에 대해 과학적으로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른바 과학동아 ‘털 고민 상담소’, 지금 시작합니다.

 

 

Q. 털이 많으면 

남성적일까요?

 

저는 남녀공학에 다니는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인데요. 아빠가 털이 많아서 그런지 다리에 억센 털이 많이 나 있습니다. 이번 여름에 반바지를 자주 입었더니 친구들이 보고서는 저더러 힘도 세고 성격도 남성적일 거래요. 이럴 땐 뭐라고 대꾸해야 할까요?

 

A. 몸에 있는 털과 남성성은 크게 관계없어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소위 남성미를 분출하는 배역들이 턱수염과 콧수염을 잔뜩 기르고 나와 그런 오해가 생긴 것 같습니다. 
털의 성장에 남성호르몬이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입니다. 체내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급증하는 2차 성징 때 몸 곳곳에 털이 자라는 이유도 이 때문이죠. 
하지만 털 성장에는 그밖에도 유전자나 영양 상태 등 정말 많은 요인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털=남성성’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친구들의 말은 가벼운 농담으로 받아쳐 보길 추천해요. 
그리고 이 연구를 보면 털이 많다는 사실이 뿌듯할지도 모릅니다. 사실 인간의 털은 잘 늘어나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놀라운 소재입니다. 올해 1월 로버트 리치애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기계공학과 연구팀이 코끼리와 곰, 기린, 인간 등 포유류가 가진 털의 지름과 이를 끊는 데 필요한 힘을 측정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물질(Matter)’에 발표했는데요. 
지름이 약 75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인 얇은 성인의 머리카락이 최대 250MPa(메가파스칼)의 힘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는 1mm2 당 25kg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강도입니다. 9세 어린이의  머리카락은 성인보다 더 강했습니다. 지름은 55~65μm에 불과하지만 약 270MPa까지 견뎌냈습니다. 
지름이 평균 345μm인 코끼리의 털은 약 120MPa의 힘을 가했을 때 끊어진다는 걸 고려하면 인간의 털이 얼마나 강력한 소재인지 알 수 있습니다. doi: 10.1016/j.matt.2019.09.019

 

Q. 여름철 두피 손상, 
피부과에 가야 할까요?

저는 북촌의 한 한옥에서 안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외부에서 손님을 안내하는 시간이 많죠. 그러다 보니 한여름에는 정수리에 강한 자외선을 오래 받아 두피가 마구 가렵습니다.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좀 덜했지만, 두피 가려움이 자칫 탈모로 이어질까 걱정됩니다. 

 

A. 여름과 가을 머리카락 많이 빠지는 건 정상

 

성인의 경우 하루 평균 50~100가닥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건 정상입니다. 만약 이보다 훨씬 많은 수백 가닥이 빠진다면 탈모를 의심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머리카락은 두피 속 모낭에서 만들어지는데요. 모낭은 발생기부터 성장기, 퇴행기, 휴지기를 순서대로 거칩니다. 구간별 진행속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두피 표면 깊숙한 곳에서 모낭이 발생하면 2~8년간 성장기를 거칩니다. 주변 모세혈관을 통해 모낭에 영양분이 공급돼 머리카락이 자라납니다. 한 모낭에서 여러 개의 머리카락이 자라날수록 모낭의 활동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엔 2~3주간 퇴행기가 진행됩니다. 모낭이 성장하지 않는 시기로 각종 영양 공급이 끊겨 모낭이 위축됩니다. 그다음 1~3개월 동안은 모낭이 활동을 아예 멈춥니다. 이 시기를 휴지기라고 부릅니다. 보통 전체 모발의 약 85%가 성장기, 약 10%가 휴지기, 나머지가 퇴행기와 발생기라고 하네요. 
모낭의 휴지기는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시기에 최대가 됩니다. 숀 크와트라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피부과 교수팀이 2004년부터 2016년까지 계절에 따른 모낭의 주기별 털 손실 빈도를 분석해 2017년 ‘영국피부학저널’에 발표했는데요. 논문에 따르면 6월에서 8월 사이에 휴지기인 모낭 수가 최대가 되고 이런 경향성은 가을까지 유지되다가 겨울철에 다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크와트라 교수는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특히 휴지기가 늘어나 손실되는 머리카락 대비 생성되는 머리카락이 줄어든다”며 “날씨와도 관련이 있겠지만 정확한 생리학적 기작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doi: 10.1111/bjd.16075 

Q. 코털이 적으면 

감염병에 취약한가요?

요즘처럼 바이러스가 대유행하는 시기에 이제 막 한 살을 넘긴 아기를 키우고 있어 걱정이 많습니다. 어디선가 코털이 바이러스나 병원균의 침투를 막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보통 아이들은 어른보다 코털이 적더라고요. 바이러스 감염에 더 취약한 건 아닐까요?

 

A. 코털이 바이러스 걸러내길 기대하긴 어려워

 

보통 감염은 다른 사람의 비말(침 등 분비물)에 묻은 항원(바이러스나 미생물)이 콧구멍과 입, 상처 부위 등을 통해 체내에 침투해 발생합니다. 
아쉽게도 코털이 콧구멍으로 들어온 비말을 얼마나 차단할 수 있는지, 그 능력을 정량적으로 측정해 비교한 연구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코털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알려주는 신호는 될 수 있습니다. 멜리사 해리스 미국 버밍햄 앨라배마대(UAB) 생물학과 교수팀은 2018년 체내에 바이러스가 침투해 면역시스템이 활성화하면, 몸에 있는 털의 일부가 회색으로 변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에 발표했습니다. doi: 10.1371/journal.pbio.2003648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항원이 들어와 면역시스템이 활성화되면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 발현에 영향을 주는 전사인자(MITF)의 양이 줄어들고,  그 결과 회색 털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멜라노사이트는 멜라닌이라는 색소를 생성하는 세포입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머리나 피부에 있는 털의 일부가 회색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겁니다. 연구팀은 털의 색깔 변화가 감염병에 걸린 횟수나 병을 앓은 강도 등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추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2020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진호 기자
  • 일러스트

    프리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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