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image.dongascience.com/Photo/2020/12/601726b2024aa42b87c340caa2d5c880.png)
요즘 축사에서는 때가 되면 알아서 밥이 나온다. 소에게 알약 하나만 먹이면 언제 어디에서든 몸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수많은 소 사이에서 어떤 소가 가장 나이 많은 영감인지, 어떤 소가 얼마 전에 치료를 받은 녀석인지 알아낼 수도 있다. 2021년 신축년을 맞이해 스마트한 소의 건강생활을 확인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외양간은 과거 소나 말을 기르는 곳이었다. 부서진 외양간을 고치지 않아 소를 도둑맞은 다음 텅 빈 외양간을 고쳐봤자 소용없다는 말이다. 할 일을 제때 하지 않아 그르쳐서 후회한 들 소용없다는 교훈을 주는 속담이다.
물론 과거 선조들의 뜻은 충분히 알겠다만, 앞으로는 외양간이 부서져도 소를 잃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행여나…, 외양간 밖을 나가 길을 잃고 떠돌지언정 걱정 없다. 인간에게만 적용되던 안면 인식 기술이 소를 비롯한 가축에도 적용되고 있어 수많은 소 사이에서 내 소를 찾을 수 있다. 심지어 내 소의 상태가 어떤지까지 알 수 있다.
개별 소 맞춤 관리 ‘우면인식’
-
남들에겐 그저 가축이지만 주인에게는 자식처럼 금지옥엽으로 키우는 가족이다. 밥은 잘 먹는지, 젖은 잘 짜고 있는지, 병에 걸리지 않았는지 등 신경 쓰이는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 기술 개발자들이 이런 주인의 마음을 알았을까. 얼굴 인식 기술을 이용하면 소의 세세한 건강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가축의 얼굴을 인식하는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축사에서 가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인도 연구팀은 소 120마리의 얼굴을 각각 10장씩 찍어 총 1200개 이미지로 식별 알고리즘을 만들었는데, 92.5%의 정확도로 소를 구별할 수 있었다. 소가 다 똑같이 생겼다는 말을 부정할 수 있는 수치다. doi: 10.1109 / ICIIP.2015.7414742
이를 적용한 사례가 있다. 인도의 스타트업 무팜은 각각의 소를 95% 확률로 식별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계학습으로 만들어진 AI는 데이터를 분석해 소의 나이, 품종, 수명주기까지 분석한다. 애쉬나 싱 무팜 공동창립자는 “현재 소는 대부분 (귀 등에 달린) 무선인식태그(RFID)를 이용해 식별하는데, 이를 얼굴 인식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미국 식량회사 카길은 아일랜드의 케인투스와 함께 젖소 농장에 얼굴 인식 기술을 도입해 단 몇 초 만에 개별 소를 식별할 수 있는 수학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알고리즘은 단순히 소를 구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개별 소를 식별한 다음 소의 음식 섭취 행동, 열 감지, 행동 패턴 등을 분석해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주인은 개별 소의 상태에 맞게 사료의 양을 조절하거나 관리를 하며 효율적으로 가축을 관리할 수 있다.
중국의 베이징 유니트레이스 테크도 젖소의 얼굴 이미지를 촬영하고 움직임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료 먹이통 위에 카메라를 설치해 소를 식별하고, 개별 소가 하루에 먹는 사료의 양과 물의 양을 수치로 기록한다. 평소와 다르게 소에 이상한 징후가 발생하면 이를 감지해 사전에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질병까지 감지하는 소를 위한 액세서리
애플 워치, 갤럭시 워치, 핏빗. 스마트 워치는 최근 유행하는 ‘인싸템’ 중 하나다. 손목에 차기만 하면 걸음 횟수, 총 소모 칼로리, 평균 심박수, 수면의 질 등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한눈에 확인해 볼 수 있다. 평소 건강상태를 시시각각 확인하며 몸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사람만 쓰는 게 아니다. 일부 ‘인싸’ 소에게서도 스마트 워치 같은 액세서리를 찾아볼 수 있다. 세계 각국의 기업이 소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질병과 번식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서 생산량을 높이는 것이다.
장착할 수 있는 부위는 다양하다. 소 몸에 부착하는 소형 센서부터 목걸이나 발찌 형태의 액세서리형 측정장치, 심지어 소가 삼키면 위에 남아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경구형 장치까지 있다.
네덜란드 커넥테라가 개발한 소 목걸이는 센서가 내장돼 있어 목걸이를 찬 소가 움직일 때마다 움직임과 체온 데이터가 PC나 앱으로 전송돼서 언제 어디서든 소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런 지표는 특정 소의 질병 감염 여부나 번식기를 예측할 수 있다.
![](http://image.dongascience.com/Photo/2020/12/b39a2e6ef98e24e0a39554b608d0e8a8.jpg)
소는 번식기가 되면 평소보다 활동량이 증가하고, 다른 소에 올라타는 행동을 보인다. 만약 이 시기를 놓치면 다음 번식일까지 약 21일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이런 소의 행동을 매번 눈으로 확인하기는 힘들다.
이때 다리의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부위에 장치를 채워두면 평소 움직임과 비교해서 소의 번식기를 쉽게 알 수 있다. 이스라엘의 낙농 기자재업체 아피밀크는 이런 기술을 이용해 발찌를 만들었고, 소의 발걸음을 측정해서 가임기 등의 정보를 산출한다. 아피밀크의 발찌는 소의 질병까지 감지할 수 있다. 소가 음식을 먹고 되새김질하기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을 재서 시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확인해 건강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아일랜드 무콜은 소의 꼬리에 장착하는 장치를 만들어 꼬리의 움직임으로 소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장치를, 미국 렐리는 소젖에서 우유를 짜는 유축기에 센서를 부착해 유방염에 걸렸는지 확인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젖을 짜기 전에 질병에 걸렸는지 예측하고 미리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국내 기업 유라이크코리아는 소의 질병을 감지할 수 있는 알약 형태의 캡슐을 개발했다. 소가 삼키면 이 바이오 캡슐은 소의 반추위로 들어가 안착하도록 설계했다. 소의 위 구조상 캡슐은 소화되지 않고 반추위에 남는다. 이 속에서 캡슐은 체온, 활동량, 위 산성도(pH) 등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일일 최대 300번 측정할 수 있다.
캡슐에는 통신망이 탑재돼 있어 근처 안테나로 정보를 보낸다. 이 정보는 기지국을 통해 클라우드로 전송되고, 여기서 딥러닝 분석이 이뤄진다. 그리고 스마트폰, PC 등의 각종 전자 기기로 송출돼 소의 상태는 앱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소가 질병이 걸리는 등 평소와 신체 기능이 달라지면 알림이 와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번식 시기와 분만 시기는 98%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2021 복지 ‘소’사이어티
축사도 변하고 있다. 가축을 기르는 데 필요한 기술과 노동력을 정보통신기술(ICT)과 로봇 기술로 대체한 스마트 축사가 늘고 있다. 자동화 시스템으로 소를 품에 두지 않아도 훨씬 효율적으로 소를 관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소가 외양간을 뛰쳐나갈 걱정도, 외양간이 부서질 걱정도 한시름 놓아도 좋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까지 스마트 축사를 5750호까지 확대할 목표를 세우고 추진 중이다. 이는 축산전업농의 약 25% 규모다. 실제로 양돈, 양계, 낙농, 한우 농가의 스마트 축사 지원은 2016년 430호에서 2018년 1425호로, 2년간 3.3배 규모로 증가했다.
스마트 축사 형태의 낙농가에서는 온도, 풍속, 조도, 습도 등을 조절해서 소가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환경 관리 센서를 설치한다. 개별 젖소 정보를 전달받아서 소의 건강상태부터 젖소의 착유 상태까지 감지할 수 있다. 사료를 많이 먹어 젖이 많이 나오는 젖소는 그만큼 착유를 많이 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식이다.
소 축사뿐만 아니라 돼지를 사육하는 양돈과 닭, 오리를 기르는 양계장에도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이 이용된 ICT 기술을 적용하는 추세다. 데이터를 이용한 AI 분석은 가축 관리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감염병이 퍼졌을 때 살처분 범위 결정에 활용될 수 있다.
최근에는 분뇨 악취 해결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농림식품축산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스마트축사는 농가의 생산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점진적으로는 악취와 질병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경친화적 스마트 축산단지 조성 방안을 마련한 계획”이라고 밝혔다.
![](http://image.dongascience.com/Photo/2020/12/0a1c1e9dd0d27b21a53ffb28ea301a2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