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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 깔따구 유충 나온 수돗물, 정수 과정에서 대체 무슨 일이?

7월 9일 인천 서구에서 수돗물 급수 필터에 깔따구 유충이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수돗물 유충 관련 신고가 속출하고 있다. 7월 29일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에서 총 2318건이 접수됐고, 이 중 에 유입된 유충 사례는 인천에서만 발견됐으며 총 256건으로 확인됐다. 취수장에서 가정에 오기까지 여러 차례의 정수 과정을 거친 수돗물에 어떻게 유충이 남을 수 있었을까.

 

 

팔당댐 물이 수도꼭지로 흘러나오기까지


가정에서 사용하는 수돗물은 총 10단계의 정수 과정을 거친 물이다. 먼저 한강, 낙동강, 섬진강 등 취수원의 물을 끌어들여 취수장으로 보낸다. 서울은 팔당댐부터 잠실 수중보까지 약 25km 구간에 팔당(광암), 강북, 암사, 풍납(영등포), 자양(뚝도) 등 5개의 취수장이 있다. 


취수장은 수돗물 ‘원료’의 상태를 검사하는 곳이다. 강물에 클로로필-a와 같은 조류나, 페놀 같은 중극속이 포함되진 않았는지 수질을 검사한다. 


환경부는 수소이온농도(pH),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대장균갯수 등의 항목으로 수질을 평가하고, 이를 기준으로 강물을 7등급으로 나눈다. 보통은 1~2등급을 받은 강물을 수돗물의 원료로 사용하나, 3등급 강물도 정수처리를 거치면 수돗물로 사용할 수 있다. 


취수장의 물은 착수정으로 옮겨 잠시 안정시킨 뒤, 혼화지로 보내 적정량의 정수처리 약품을 섞는다. 그 다음에는 응집지로 보내 약품과 흙 같은 탁질이 잘 섞이게 한다. 


이 과정에서 미세한 불순물 입자들이 큰 덩어리로 뭉쳐진다. 그러면 침전지에서 이들을 가라앉힌 뒤 윗물만 여과지로 보낸다. 여과지에서는 물을 모래와 자갈층에 통과시켜 작은 불순물 입자들을 한 번 더 거른다. 


이렇게 걸러낸 물은 고도정수처리장으로 보내진다. 고도정수처리장에서는 오존의 산화력과 활성탄의 흡착력을 이용해 물을 정수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량의 염소를 넣어 소독까지 마치면 가정으로 보낼 준비가 끝난다.  

 

 

활성탄 여과지 관리 부실이 원인 

 

그렇다면 깔따구는 어디서 시작된 걸까. 깔따구는 모기와 비슷하게 생긴 곤충이다. 모기처럼 사람을 물거나 감염병을 옮기지는 않지만, 하수구 등 오염된 지역에서 서식해 해충으로 분류된다. 깔따구의 유충은 오염된 물속 유기물을 먹고 자란다. 


인천시와 한강유역환경청이 전문가들로 구성한 합동정밀조사단은 인천 공촌정수장과 부평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 관리가 부실했다는 중간조사 결과를 8월 10일 발표했다. 


활성탄 여과지에서는 강한 흡착력을 가진 활성탄을 이용해 냄새를 내는 유기물질 등 미세한 입자를 걸러낸다. 활성탄은 목재, 석탄, 숯 등에 약품이나 증기 등을 가해 미세한 기공이 생기도록 가공한 물질이다. 

 


크기에 따라 분말활성탄과 입상활성탄 등으로 구분되는데, 분말활성탄은 비표면적(단위 부피당 표면적)이 1000~3000m2/g 수준으로 목탄의 비표면적(400m2/g)보다 훨씬 크다. 비표면적이 넓을수록 많은 양을 흡착할 수 있다. 


조사단은 공촌정수장과 부평정수장에서 고도정수처리장의 활성탄 여과지 시설이 깔따구 유충이 쉽게 유입될 수 있는 구조임을 확인했다. 건물에 방충망은 있지만, 사람이 출입할 때 깔따구 성충이 충분히 들어올 수 있고, 또 활성탄 여과지의 상층부를 밀폐하지 않아 깔따구 성충이 물웅덩이를 산란처로 이용할 수 있다고 봤다. 


조사단은 활성탄 여과지 건물 안으로 유입된 깔따구 성충이 여과지에 알을 낳아 깔따구 유충이 번식했고, 이것이 수도관을 타고 가정집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공촌정수장과 부평정수장에서 발견된 깔따구와 가정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의 종류는 일치했다. 또 두 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 운영을 중단하자 깔따구 유충 검출량이 줄었다. 


대한상하수도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구자용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국내 고도정수처리 공정은 맹그로브, 활성탄 등 적용한 기술만 다를 뿐 선진국의 정수처리 공정과 동일하다”며 “고도정수처리 자체에 원인을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를 못 하면 어느 과정에서든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며 “정수 과정에서 유충 유입을 막지 못한 건 분명한 문제이고, 확실한 대응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깔따구, 염소 소독에도 죽지 않아


기후변화로 녹조 등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면서 정수처리 기술은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다. 가령 활성탄 여과지에서 걸러낸 물에 오존을 처리해 남아있는 미량의 유기물질을 제거하고, 소량의 염소를 넣어 소독까지 한다. 염소는 냄새가 나는 등 단점도 크기 때문에 잔류염소의 농도는 리터당 최대 1.0mg으로 유지한다. 보통 수돗물의 잔류염소는 0.2mg/L 정도로 미량이다. 


문제는 이런 소독 과정에서도 깔따구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이 7월 31일 진행한 온라인 포럼에서 채선하 한국수자원공사 케이워터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깔따구 유충은 염소에 대한 저항성이 강해 잔류염소 농도가 50mg/L인 물에서 48시간 동안 생존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구 교수는 “그렇다고 필요 이상으로 약품을 처리할 필요는 없다”며 “유충의 생존 여부는 약품의 농도, 접촉시간 등 복잡한 화학 방정식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깔따구와 같은 무척추동물이 인체에 유해하다거나 다른 전염병의 매개체가 된다는 보고는 없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인천시는 공촌정수장과 부평정수장의 활성탄 여과지 운영을 중단하고 표준정수처리 공정으로 전환한 상태다. 표준정수처리 공정은 고도정수처리 공정에서 오존 처리나 활성탄 여과를 뺀 것이다. 


구 교수는  “정수 처리 공정 단계는 지금 수준으로 충분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산화제를 이용하거나, 활성탄 하부 구조에 차단막을 설치하는 등 전문가들이 여러가지 방법을 논의해 가장 효율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라며 “노후된 수도관을 교체하거나, 대기 오염 물질이 들어갈 수 있는 저수조 관리를 강화하는 것도 수돗물 불신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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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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