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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신예, ‘태양왕’에 도전하다

신물질로 거듭나는 태양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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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태양전지 시장은 실리콘을 필두로, 염료감응형, 박막형, 고분자 등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종류만 십여 가지가 넘는다. 저마다 구조도, 이름도 다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반도체라는 점이다. 차세대 태양전지판으로 주목받고 있는 페로브스카이트도 예외가 아니다.
 
빛은 어떻게 전기로 바뀔까

모든 태양전지에 반도체가 사용되는 이유는 반도체가 빛을 받아서 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밴드갭(띠틈)'이다. 밴드갭은 전자가 불연속적으로 구분되는 몇 가지 에너지 상태를 가지기 때문에 생긴다. 원자는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로 이뤄져 있다. 원자핵은 전자를 강하게 끌어당겨 특별한 위치에너지를 가지게 만든다. 지표면에서 높이에 따라 중력에 의한 위치에너지가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 전자의 에너지 준위라고 한다. 에너지 준위는 모두 음수 값으로, 값이 클수록 원자핵에 더 강하게 끌린다. 그런데 전자는 마치 계단 같은 불연속적인 에너지 준위를 가진다. 자기 마음대로 위아래로 움직이지 못하고 항상 정해진 간격만큼 올라서거나 내려가야 한다. 가령 위치에너지가 연속적인 지구상에서 비행기는 착륙을 할 때 수천m 상공에서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내려오지만 미시세계의 전자는 10m에서 5m, 5m에서 10cm처럼 마치 계단에서 점프를 하듯 내려와야 한다. 여기까지는 원자가 하나일 때 해당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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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가 다른 원자와 결합하면 원자핵과 전자, 전자와 전자 사이에 간섭이 일어나 계단의 지형이 바뀐다. 계단끼리 서로 밀고 당겨서 계단의 높이가 변한다. 그 결과 기존 계단 주위에 여러 계단이 촘촘히 모여 마치 계단이 아닌 연속적인 내리막처럼 보이는 구간이 생긴다. 이 부분을 에너지 밴드라고 부른다.

여러 원자가 뭉친 물질의 전자는 원자핵에 종속된 채로 에너지 밴드 사이를 떠돈다. 이 중 종속된 전자가 갈 수 있는 가장 높은(원자핵으로부터 벗어나기 직전의) 구간을 '가전자밴드'라고 부른다. 가전자밴드 바로 위, 원자핵으로부터 벗어난 전자가 처음 도착하는 구간은 '전도밴드'라고 한다. 이곳에 있는 전자가 전기와 관련이 있는 자유전자다. 가전자밴드와 전도밴드는 겹치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는데, 떨어져 있는 경우 그 차이를 밴드갭이라고 한다. 밴드갭은 종속된 전자가 원자를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에너지인 셈이다.

에너지 준위가 낮은 곳(가전자밴드)에 위치한 전자는 원자핵에 묶여 자유롭게 움직이지 않아 전기가 흐르지 못한다. 전자가 전도밴드에 일부라도 존재해야만 전기를 전달할 수 있다. 항상 전기가 통하는 도체는 가전자밴드와 전도밴드가 겹치기 때문에 처음부터 자유전자가 존재한다. 반대로 부도체는 밴드갭이 너무 커서 자유전자를 만들 수 없다. 반도체의 밴드갭은 그 중간 크기로, 외부에서 적당한 에너지를 받으면 전자가 전도밴드로 뛰어 오를 수 있다. 전도밴드로 전자를 올리기 위해서는 밴드갭보다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눈치 챘겠지만 태양전지에서는 태양빛이 이 에너지를 제공한다. 전자가 전도 밴드로 올라섰다고 전기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전자가 회로를 한 바퀴 돌아야 전기가 생긴다. 이때 전자를 움직이게 하는 힘도 에너지 준위의 차이다. 반도체의 전도밴드는 태양전지에서 가장 높은 산에 비유할 수 있다. 자유전자는 가장 높은 산에서 회로의 그 다음으로 높은 산으로 움직이며 한 바퀴 돈 뒤 원래 있던 가전자밴드로 돌아오게 된다(73페이지 ②참고). 그리고 이것이 전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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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을 따라잡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처음 나온 1970년대 중반 이래 가장 효율이 좋고 싼 전지는 실리콘 태양전지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늘 최고의 효율을 기록했다. 상용화의 최소 기준인 20%를 넘긴 것도 30년 전인 1980년대 중반이다. 그 이후 20년 동안 다른 어떤 태양전지도 이 효율에 도달하지 못했다. 다른 태양전지들이 20% 벽을 넘은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그 중 2006년 태양전지계에 데뷔한 페로브스카이트가 가장 역사가 짧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천연 물질인 메타티탄칼슘(CaTiO3)처럼 ABX3 결정 구조를 갖는 모든 화합물을 말한다. 정육면체를 기준으로 했을 때 각 꼭짓점에 가장 크기가 큰 양이온 A가 있고, A보다 작은 양이온 B가 정육면체 중앙에 존재하는 구조다. B가 A보다 작을수록 구조가 안정된다. X는 보통 할로겐 음이온으로 여섯 개의 면 중앙에 위치한다(왼쪽 그림). 현재 태양전지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페로브스카이트는 메틸암모늄납요오드(CH3NH3PbI3)다. 페로브스카이트가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효율이 5% 내외였다. 교착상태를 해결한 것은 영국 옥스퍼드대 헨리 스네이스 교수다. 스네이스 교수는 2013년 기존에 전자수용체로 사용되던 이산화티타늄(TiO2)을 산화알루미늄(Al2O3)으로 바꿔 효율을 10%대로 끌어올렸다. 이 기술은 '사이언스'가 선정한 2013년 10대 성과로 뽑혔다. 페로브스카이트의 성장에 놀란 과학자들이 허겁지겁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2년 사이에 효율이 가파르게 높아져 지난해 9월에는 20%가 넘는 페로브스카이트가 처음으로 나왔다. 석상일 성균관대 에너지공학과 교수팀의 성과였다. 이제 페로브스카이트의 효율은 실리콘과 비슷한 수준까지 도달했다. 추세만 따지면 조만간 실리콘의 효율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가격도 실리콘보다 3분의 1 가량 저렴하다. 실리콘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적수를 만난 것이다. 페로브스카이트의 단점은 안정성이다. 이제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다. 전쟁의 승자는 누가될까.
 

2015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송준섭 기자
  • 도움

    최효성 한양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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