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억 년 우주의 역사를 품고 있는 하늘의 별 무리. 렌즈로 포착한, 익숙한 듯 낯선 천체의 모습은 우리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한국천문연구원과 동아사이언스가 공동 주최한 ‘제28회 천체사진공모전’에는 지구와 태양계, 그 너머에 있는 심우주의 신비로운 광경을 담은 다양한 작품들이 출품됐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전영범 한국천문연구원 보현산천문대 책임연구원은 “심우주 분야의 경우 최소 며칠부터 최대 몇 달 이상 공을 들여야 촬영할 수 있는 수준의 작품들도 많았다”며 “매년 출품작의 수준이 높아져 심사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웠다”고 평가했다.
이원정·지구와 우주 분야 금상
Lost In Space
우리은하는 수천억 개의 별이 모여 만들어진 거대한 나선은하다. 그 크기는 14만 광년에 이른다. 길을 잃은 자리에서 문득 올려다본 밤하늘의 은하수는 어떤 모습일까. 작가는 2018년 8월 18일 은하수가 서쪽으로 저무는 오전 3시 10분경 서호주 로트네스트 섬에서 은하수를 배경으로 4장의 파노라마 사진을 찍은 다음 하나로 합쳤다. 한 장에는 담을 수 없었던 무수한 별이 나타났다.
강지수·지구와 우주 분야 동상
행성과 달의 박명 일주
박명(twilight)은 일출 전이나 일몰 후 빛이 머물러 있는 상태다. 해가 뜨고 질 때 나타나는 이 어스름은 개와 늑대를 구분할 수 없는, 낮도 밤도 아닌 애매모호한 시간의 경계라는 의미에서 ‘개와 늑대의 시간’으로 불리기도 한다. 박명은 상층 대기에서 태양 빛이 반사되거나 산란돼 지표면에 도달할 때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일몰 후 1시간 30분 정도 지나야 완전히 캄캄한 밤이 된다. 사진은 충남 태안군 고남면에 위치한 운여해변에서 2019년 11월 29일 오후 6시 11분부터 80분간 촬영했다. 여름철 은하수와 함께 보이던 목성이 가장 빨리 졌고, 막 고도를 높이기 시작한 금성과 월령 3일의 초승달, 토성이 차례로 졌다.
정희창·지구와 우주 분야 동상
왕궁탑과 헤일밥 혜성
미국의 천문학자 앨런 헤일과 토마스 밥이 1995년 처음 발견한 ‘헤일-밥 혜성(Comet Hale- Bopp·C/1995 O1)’이다. 약 18개월 동안 지구에서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을 만큼 밝았다. 사진은 1997년 3월 31일 전북 익산에 있는 왕궁탑 위를 지나는 헤일-밥 혜성을 필름카메라로 촬영했다. 헤일-밥 혜성은 공전 주기가 2500년으로 장주기 혜성에 속해 지구에서 다시 관측하긴 어렵다. 올해는 헤일-밥 혜성 이후 23년 만에 대혜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5월 23일경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는 ‘아틀라스(ATLAS·C/2019 Y4)’ 혜성을 기다려 보자.
이시우·태양계 분야 은상 및 꿈나무상
‘ISS’ MOON TRANSIT
지상 330~410km 궤도에서 하루에 약 16바퀴씩 지구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은 2000년 처음으로 우주인이 머물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인류 우주 탐사의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최초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도 2008년 4월 11일간 ISS에 머물며 18종의 과학실험을 진행했다. ISS는 2024년까지 운용될 예정이며, 현재 연장 여부를 논의 중이다. 사진은 2019년 11월 11일 서울에서 달을 통과하는 ISS를 촬영했다.
윤관우·태양계 분야 동상 및 꿈나무상
금환일식 2019
금환일식은 지구와 달, 태양이 일렬로 세워질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달이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태양을 완전히 가리지 못해 마치 하늘에 금반지가 떠 있는 듯한 광경을 만들어 낸다. 2019년 연말을 장식한 금환일식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해 미국령인 괌에서 끝났다. 사진은 2019년 12월 26일 오후 괌 남부 솔레다드 요새에서 달과 겹치며 금반지 모양을 연출하고 내려앉는 해를 촬영한 것이다. 이곳에서 다시 금환일식을 보려면 2149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장승혁·대상
거대 우주 오징어
가을철 북쪽 밤하늘을 보면 2등성부터 4등성까지(겉보기등급으로 숫자가 낮을수록 밝은 천체다) 5개의 별이 오각형을 이루고 있는 케페우스(Cepheus)자리가 있다. 에티오피아 왕의 이름을 딴 케페우스자리 왼쪽으로는 그의 아내 이름을 딴 카시오페이아자리가 위치한다. 케페우스자리에 있는 거대 오징어 형상을 띠는 푸른색의 행성상 성운(Ou4)과 주변의 붉은 성운(Sh2-129)의 모습을 선명하게 포착했다. 작가가 천체사진가인 신정욱 씨와 공동으로 강원 화천군에서 2019년 8~9월 3번에 걸쳐 촬영한 것으로, 2대의 촬영 장비로 얻은 데이터를 병합했다.
이지수· 심우주 분야 동상
1억 개 점으로 나타낸 우주의 삶과 죽음
지구에서 약 5300광년 떨어진 백조자리(Cygnus)는 적색 극대거성 ‘백조자리NML’을 품고 있다. 백조자리NML은 지금까지 관측된 항성(별) 중 부피가 두 번째로 큰 극대거성으로 반지름이 태양의 약 1650배에 이른다. 작가는 백조자리에 있는 수많은 별을 담기 위해 백조자리를 9개의 패널(조각)로 나눴고, 2018년 5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총 153시간 동안 각 패널을 촬영했다. 선명하고 화려한 색감을 연출하기 위해 모자이크 방식으로 합성해 작품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