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가 고도 8km 이상 높이 날 때 항공기의 자취를 따라 생기는 긴 꼬리 모양의 비행운(飛行雲)은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기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 속 미세입자에 수증기가 달라붙으면서 비행운이 만들어지고, 이들 비행운이 지표에서 방출하는 에너지를 흡수해 지표면의 기온을 올린다.
그런데 최근 항공기의 고도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비행운에 의한 기후 강제력(climate forcing)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후 강제력은 기후 시스템의 변화를 주는 요인들을 뜻한다.
마크 스테틀러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토목및환경공학과 교수팀은 항공기 운항과 기후 강제력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단 2000ft(약 610m)만 비행 고도를 낮춰도 기후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비행운의 미세입자 중에는 소위 ‘블랙카본’이라고 불리는, 탄소로 이뤄진 2.5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하의 초미세먼지가 포함돼 있다. 이는 석탄, 석유 등 탄소가 포함된 연료가 불완전연소 됐을 때 발생한다.
연구팀은 비행에 따른 블랙 카본 배출량과 비행운에 의한 기후변화 측정을 위해 새로운 수치 모델을 만들어 일본 공역의 비행트랙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단 2.2%의 비행이 비행운에 의한 온실효과의 80%를 유발한다는 것을 밝혔다.
이후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6주 동안 항공기를 실제 비행 고도보다 2000ft 높거나 낮게 비행하도록 시간대별로 나눠 계산했다.
그 결과 전체 항공편 노선의 1.7%만 고도를 조정해도 기후 강제력이 평균 21.2% 줄었다. 날씨, 계절 등 조건을 바꾸면 최대 59.3%까지 기후 강제력을 줄일 수 있었다.
스테틀러 교수는 “대기오염 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일부 항공기의 비행 고도만 조정해도 비행운에 의한 기후 강제력을 20%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과학 및 기술’ 2월 12일자에 게재됐다. doi: 10.1021/acs.est.9b05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