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술읽혀요 | 새 책
● 과학자에게 이의를 제기합니다
도다야마 가즈히사 지음 | 전화윤 옮김
플루토 | 284쪽 | 1만6500원
2세기 경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이론을 제안했다. 지구를 중심으로 달, 수성, 금성, 태양 등 태양계가 회전하고, 바깥으로는 항성(별)이 채워져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무려 1400여 년간 우주를 설명하는 정설로 군림한 천동설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곧 천동설은 위기를 맞았다. 화성 같은 행성의 불규칙한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다.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운동한다고 전제했던 당시 천문학에서 이는 골치 아픈 문제였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성 주변에 작은 원(주전원)을 만들었다. 행성이 지구를 회전하면서 동시에 주전원 둘레를 돌고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기존의 천동설에 주전원을 적용하면 행성의 역행 같은 불규칙한 움직임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천문 관측 기술이 차츰 발달하면서 한 개의 주전원만으로는 행성의 움직임을 전부 설명할 수 없었다. 관측 결과를 일일이 설명하려고 하다 보니 나중에는 주전원이 무려 70개까지 늘었다.
코페르니쿠스에게는 이렇게 복잡해진 천동설이 아름답지 못했다. 그는 태양을 중심에 두고 지구를 움직이면 복잡함이 해소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렇게 하면 주전원의 개수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이론의 전환이, 그렇게 사고의 전환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지동설은 맞고, 천동설은 틀렸다.
그런데, 사실 과거 학자들은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사고하지 않았다. 과학은 이론과 사실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학문이 아니다. 현재 시점에서 발견된 증거에 비춰봤을 때 좀 더 설명하기 좋은 이론을 옳다고 판단하고 받아들일 뿐이다. 과학자에게 100% 완벽한 이론은 없다. 더 좋은 이론과 덜 좋은 이론이 있을 뿐이다.
옳고 그름만으로 생각하기보다는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끊임없이 더 좋은 방향으로 수정하며 생각하는 사고법을 ‘과학 리터러시’라고 부른다. 저자는 과학자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과학 리터러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980년대에는 버스, 기차, 식당 등 폐쇄된 공간에서도 흡연이 허용됐다. 담배의 유해성에 대해 몰랐고, 그래서 과학 리터러시가 작동할 수 없었다. 담배 연기가 건강에 미칠 영향이 하나씩 알려지면서 과학 리터러시도 작동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폐쇄된 공간에서의 흡연 금지다.
기술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기술의 원리를 밝히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이지만, 기술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비전문가인 대중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가령 우주개발에 민간 자본이 투입되면 우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주개발이 빚어낼 국가 간 마찰이나 불평등 문제는 없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일은 과학 리터러시에서 시작된다.
현대사회는 과학과 기술을 토대로 굴러가고 발전한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과학과 기술의 지식 습득을 뛰어넘어 맥락을 파악하고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민하고 싶다면 이 책에서 과학 리터러시를 배워보자.
●남극 생물들의 치열한 생존전략
사소하지만 중요한 남극 바닷속 무척추동물 - 킹조지섬 편
김상희·김사흥 지음 | 지오북
168쪽 | 1만5000원
남극이라고 펭귄과 고래만 산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사실 남극 해양 생태계를 지탱하고 있는 주인공은 무척추동물이다. 남극 바다의 비교적 얕은 곳에는 대형 갈조류, 삿갓조개가 깊은 곳에는 산호가 군락을 이루며 조화롭게 살고 있다. 펭귄만큼이나 오랫동안 남극에 살며 추운 날씨에 적응한 남극 고유종의 생존전략도 흥미롭다.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지내며 남극의 생태계를 연구한 저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도 눈을 즐겁게 한다.
●‘SF 덕후’를 위한 백과사전
SF 거장과 걸작의 연대기
김보영·박상준·심완선 지음 | 돌베개
374쪽 | 1만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