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봄의 불청객 황사

중국의 모래폭풍이 한국의 흙비로


아프리카 수단의 도시 근교에서 발생한 모래폭풍. 온 도시를 휩쓸 정도로 위력이 대단하다.


봄이면 찾아오는 뿌연 황토 먼지, 예로부터 흰빨래를 더럽히고 장그릇을 덮게 했던 봄의 불청객 황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황토먼지는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까지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사를 둘러싼 궁금증을 풀어본다.

노란 안개가 하늘을 뒤덮고 마루를 훔치면 누렇게 묻어나는 황토먼지는 해마다 찾아오는 봄의 불청객이다. 작년 4월에 나타난 황사현상이 아시아대륙은 물론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까지 영향을 미치더니, 올해는 우리 나라에서 황사현상이 겨울철인 1월에 관측되었다. 중국의 사막지대에서 모래폭풍으로 떠오른 황토먼지는 조선시대에도 있었다고 한다. 바람에 실려 바다를 건너는 기나긴 황사의 여정을 추적해보자.

1. 황사(黃砂) 현상이란-모래폭풍이 만든 황토먼지

황사는 아시아 대륙의 중심부에 위치한 사막과 황토(黃土) 지대의 작은 모래나 황토가 하늘에 부유하거나, 상층 바람을 타고 멀리 수송돼 다시 지면 가까이 낙하하는 현상을 말한다. 세계적으로는 ‘노란 모래’ 뜻의 황사란 용어보다 ‘아시아 먼지’로 알려져 있다. 사막지역에서는 이와 유사한 현상들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데, 아프리카 대륙 북부의 사하라 사막에서 발원하는 것은 ‘사하라 먼지’로 불린다.

우리 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의 고향은 중국의 신장과 황하 상류지역, 몽고와 중국의 경계에 걸친 넓은 건조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우리 나라에서 보이는 안개처럼 뿌연 황사가 아니라 무시무시한 모래 폭풍이 일어난다. 강한 바람과 함께 모래먼지가 갑자기 나타나 1km 밖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 모래 폭풍 중에는 엄청나게 강력해 불과 2백m 밖도 볼 수 없는 경우도 있는데, 중국에서는 이를 ‘흑풍폭(黑風暴)’이라 한다.

그러나 이 황사의 고향으로부터 수천km 떨어진 우리 나라와 일본지역에서는 중국처럼 강한 바람이 동반되는 모래 폭풍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누런 먼지가 공중에 퍼져 마치 안개가 낀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들은 햇빛을 차단해 시야가 흐려지고 하늘이 황갈색으로 변하므로 안개와 구분된다. 또한 먼지는 건물이나 자동차 등에 은밀하게 쌓여 손가락으로 글씨를 쓸 수 있을 정도이다. 황사현상 전후로 비가 내리면 흙비가 돼 건물 유리창과 자동차에 먼지 자국을 남기기도 한다.

2. 언제부터 있었을까-조선시대에도 황사기록

중국의 경우 서기 300년 이후부터는 확실한 황사 관측 기록이 남아있다. 기록들을 연대별로 분류해보면 10세기 후반이 그 이전보다 황사가 많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황사 현상에 대한 기록이 자주 나온다. 태종 11년에는 14일 동안이나 흙비가 내렸다는 기록이 있고, 성종 9년 4월에는 흙비가 내린 것에 대해 임금이 정치를 잘 못하거나 자격 없는 사람이 벼슬자리에 앉은 것에 대한 응보(應報)라고 해서 범상치 않은 재이(災異)로 기록하고 있다. 숙종 7년 4월 7일에는 강원도와 평안도에 흙비가 내려 옷에 혼탁한 황톳물 자국이 남았다는 기록도 있다.

황사현상은 그 기원이 지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매우 오래된 현상이다. 역사시대 이전에도 황사현상이 있었다는 것을 뢰스 지대의 분포를 통해 알 수 있다. 뢰스는 바람에 의해 침적한 모래와 진흙이 섞인 점토를 말한다. 현재 전세계 지표면의 10% 정도가 뢰스지대를 이루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 중 가장 두텁고 넓은 지역이 중국의 텐겔, 올도스 사막의 동남쪽 황토고원으로 오늘날 황사가 발원되는 지역과 일치하고 있다. 황토고원의 서쪽 란조우 근처에 두께가 2백m가 넘는 뢰스 침적지대가 있는데 이곳은 신장지방과 타클라마칸 사막 주변 경계에 해당한다. 그 외 중앙아시아, 남부 이스라엘, 서부 아르헨티나, 미국의 대평원 등지에서도 광범위한 뢰스지대가 분포하고 있다. 뢰스는 신생대 제4기 경(약 1백80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바람에 의한 토양의 이동과 퇴적의 역사는 매우 오랜 것임을 알 수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건조지대와 반 건조지대에서 바람에 의해 다양한 경로로 모래 먼지가 이동하는 것이 관측되고 있다. 우리 나라와 일본은 아시아 대륙 중심부로부터 비롯되는 황사에 영향을 받고 있으며, 중앙아시아에서 발원한 황사는 알래스카 북쪽 해안에도 침전된다. 하와이에서도 열흘간이나 황사현상이 관측되기도 했다. 또한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의 황사는 대서양을 건너 플로리다 반도에서도 수 차례 관측됐고, 북쪽으로 이동, 유럽에서도 관측된 바 있다.

3. 어떻게 움직일까-상층 바람 따라 멀리 이동

황사 알갱이의 크기는 발원지에 따라 다르다. 1-1천㎛의 입자를 통칭해서 모래(sand)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1-10㎛의 크기의 입자는 먼지(dust)라 부른다. 우리 나라와 일본에서 관측되는 황사의 크기는 약 1-10㎛ 이므로 우리 나라에서 관측되는 황사는 ‘황진’(黃塵, 누런 먼지)이라는 이름이 더 적합하다.

보통 지름이 20㎛ 보다 큰 입자는 강풍에 의해 입자가 움직이다가 조금 상승한 후 부근에 떨어진다. 그러나 더 작은 입자는 쉽게 떠올라 대기 상층까지 올라간다. 모래 먼지가 잘 부유하는 조건은 ①강풍이 불 것 ②건조한 모래 먼지가 많을 것 ③대기가 불안정하도록 강한 햇빛이 비칠 것 등이다. 강풍이 불면 모래알은 움직이거나 구르다가 조금씩 도약한다. 햇빛이 지표면을 강하게 가열한 상태이면 대류가 생겨 모래알이 부력을 받아 공중에 떠오르게 된다. 이때 상공에 강한 바람이 불면 부유된 모래 먼지가 우리 나라 쪽으로 멀리 날아올 수 있게 된다. 우리 나라 근처까지 이동한 먼지가 고기압 영향권에 들게 되면 지표면에 낙하하기 좋은 조건이 돼 황사 현상으로 관측된다.

우리 나라에 떨어지는 황사는 약 1-5일 전에 황사 발원지에서 떠오른 것이다. 황사 발원지의 면적은 사막이 48만km², 황토고원 30만km²에 인근 모래땅까지 합하면 한반도 면적의 약 4배나 된다. 이 황사 발원지는 가깝게는 만주(거리 약 5백km)에서부터 멀리는 타클라마칸 사막(거리 약 5천km)에까지 분포하므로 어디에서 발원된 황사인지에 따라 이동시간이 달라지고, 또 상층바람의 속도에 따라 우리 나라에 도달하는 시간이 달라진다.

발원지에서 배출되는 먼지량을 100% 라 할 때 보통 30%가 발원지에 재침전되고, 20%는 주변지역으로 수송되며, 50%는 장거리까지 수송돼 한국, 일본, 태평양 등에 침전된다. 1998년 4월의 경우는 미국까지도 수송된 것이 확인됐다.

북태평양으로 유입되는 먼지는 주로 봄철에 대기 상층의 편서풍을 타고 아시아로부터 운반된 것으로 그 총량이 자그마치 2천만t에 달한다. 보통 북위 25-40도 지역이 황사의 가장 큰 영향을 받으며, 황해를 포함한 동중국해가 황사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수 천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해저에 퇴적된 광물입자들을 분석한 결과로부터 북서 태평양 퇴적물이 아시아에서 바람에 의해 운반된 물질들을 함유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4. 어째서 봄에 생기는가-얼어 붙어있던 흙 녹아 최적 조건

건축 공사장에서는 쌓아둔 모래가 흩어지지 않도록 물을 뿌리거나 그물망으로 덮어놓기도 한다. 바싹 마른 모래나 흙이 있는 곳에 강풍이 불게 되면 모래 먼지가 바람에 날리면서 흙바람이 일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봄철에는 겨울 내내 얼어있던 건조한 토양이 녹으면서 잘 부서져 부유하기 쉬운 20㎛ 이하 크기의 모래 먼지가 많이 생긴다. 여름에는 강수도 있고 가을까지도 땅에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 모래 먼지가 묶여 있지만, 겨울을 지나면서부터는 모래 먼지가 땅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또한 황사의 고향인 유라시아대륙의 중심부는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어 건조하며, 강수량이 적고 증발이 잘 되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 1년 동안 내리는 강수량은 보통 4백㎜ 이하이며, 강수량의 변화도 심한 편이다(우리 나라의 연 강수량은 약 1천1백-1천7백㎜). 말하자면 원래부터 이 지역은 물과 식물이 부족해 항상 바람에 혼이 나고 있으며, 극단적인 더위와 추위로 고문당하는 메마른 지역이다. 이런 지역에서 모래바람은 늘 일어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멀리 떨어진 우리 나라에 영향을 줄 정도의 대규모 황사가 발생하는 시기는 주로 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황사 현상이라고 기록되는 날수는 일년에 약 3-6일로 4월에 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의 사료에도 황사 현상은 봄에 많이 발생했으며, 1년 중 약 25%의 황사가 4월에 발생했다. 일본의 경우는 1년에 평균 5일 관측되며, 주로 일본의 서쪽 규슈지방에서 자주 관측된다.

5. 어떤 영향을 미치나-토양 쓸려가 사막화 가속

우선 바람으로 인해 토양이 쓸려 가면 메마른 황토 사막지역이 증가한다. 특히 황하 중류의 표토 유실은 놀랄 정도이다. 매년 16-20억t이나 되는 비옥한 토양이 쓸려가고 식물이 성장할 지표층이 파괴된다. 지표층을 잃은 식생이 파괴되면 황하 중류는 황막하게 되고, 하류는 진흙, 모래가 퇴적돼 수해를 보게 된다. 중국 전체에서 1950년대부터 1970대 말에 걸쳐 산림 감소, 표토 유실과 모래 이동 등으로 사막화된 토지가 매년 약 1천5백km² 씩 확대되고 있다. 지금은 10만9천km2의 국토가 사막화돼 중국 총 면적의 11.4%를 차지한다.

우리 나라와 같은 주변지역에서의 피해는 주로 황토먼지에 의한 것이다. 노약자와 호흡기 질환, 안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특히 민감해서 황사가 발생하면 쉽게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콧속과 기관지, 눈의 각막은 피부의 보호막이 없는 상태라서 황사가 그대로 붙으면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반도체 등 정밀 기계 작업에 주의해야 하고, 항공기의 운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황사는 우리에게 반갑지 않은 봄손님이다.

기상청에서는 황사를 예보하기 위해 발원지에서의 황사 발생을 조사하고 기상 위성 영상자료를 분석해 수평분포 등을 조사한다. 그리고 기류의 예상 진로 등을 파악하고 기압 배치 등을 토대로 황사의 진로와 강도를 예측한다. 황사의 발원지는 아시아 대륙의 중심이지만 그것이 확대되는 것은 북반구 전체에 걸치므로 황사의 지상 관측 외에 비행기와 선박, 기상 위성에 의한 다각적인 관측과 아시아 각국이 상호 협조하는 공동 관측이 절실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레이저 레이더(Lazer Radar, 라이다라고도 함)를 이용해 황사의 연직 분포도 조사되고 있으며, 황사와 대기오염 물질의 관계,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등이 계속 연구되고 있다.

황사를 보는 눈 라이다

최근에 황사 관측에 도입된 라이다(Lazer Radar)는 황사의 연직 분포를 조사하는 귀중한 장비다. 이 장비는 레이저빔을 상공으로 발사해 공기중의 부유입자에 부딪혀 산란돼 돌아오는 빔을 통해 부유입자의 양을 측정할 수 있다. 또한 부유입자의 모양이 구형인지 각진 모양인지에 따라 편광 소멸도가 달라지므로 이를 통해 부유입자가 구름 속의 구름방울(구형)인지, 황사(각진모양)인지 구분할 수 있다.

지상에서 황사 현상이 관측될 때에는 약 1-2km 상공 부근에서 평상시와 다른 비구형의 부유입자층이 발견되며, 5-6km 상공 부근의 또 다른 황사층이 동시에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발원지가 다른 황사가 위 아래로 겹쳐서 수송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상공에 높이 떠 있는 황사는 지상에 낙하하지 못하고 강한 바람에 의해 지역을 그냥 통과하는 경우도 있다. 라이다는 황사의 양이 얼마인지, 어느 높이에 어느 농도로 존재하는지, 우리나라에 떨어지고 있는지 통과하는지를 자세히 추정해낼 수 있는 최첨단 레이저 눈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는 서울대, 경희대, 한양대에서 라이다를 이용해 황사를 직접 관측하고 있다.

겨울의 황사 누런 눈

황사는 주로 봄에 나타나지만 드물게 겨울에도 관측된다. 겨울에 관측되는 황사현상 중 특기할만한 것이 '누런 눈'이다. 일본 기상청장 다카하시 박사는 그의 책에서 '색깔있는 눈'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는은 원래 하얀 것이나 아주 드물게 누런 눈이나 빨간 눈, 때로는 검은 눈이 내리는 일도 있다."

1974년 2월23일에 일본 동북 지방에는 누런 눈이 내렸다. 다카하시는 중국 대륙의 황사가 춤추며 올라가 계절풍을 타고 날아와서 눈에 섞여 내렸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겨울철 황사로 인해 내리는 누런 눈은 매우 특이한 현상이지만 역사적으로 심심치 않게 관측됐다. 1950년에도 일본 훗카이도(북해도)에 색깔이 있는 눈이 내려서 화제가 됐는데 이 눈도 황사 때문이었다고 분석됐다.

올해 서울에서 1월에 황사가 섞인 눈이 내렸다. 누런 색이 나타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내린 눈을 녹여 산성도(pH)를 측정해보니 그 값이 6.25로 나타났다. 황토는 알칼리성이기 때문에 비나 눈에 황토가 섞이면 산성도가 떨어져 약한 알카리성을 나타낸다. 산성화된 논 바닥에 황토흙을 깔아 주어 지력을 증진시키는 것도 알칼리성인 황토를 이용한 것이다. 기상연구소에서 분석한 평상시 눈의 산성도가 5.5정도인 것을 감안해볼 때 이 때의 눈에도 황사가 섞여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9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GMMA 외
  • 전영신

🎓️ 진로 추천

  • 지구과학
  • 환경학·환경공학
  • 기상학·대기과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