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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동아 X Geekble] 미세먼지 캐리어 마스크

도시 한복판에서 알프스의 공기 한 캔 마셔보자

◇ 안어려워요 |  과학동아 X Geekble

 

 

새해 벽두에도 어김없이 미세먼지는 난리였습니다. 1월 3일 전국에는 초미세먼지(PM2.5) 수치가 평소보다 두 배가량 높은 뿌연 하늘이 드리워졌습니다. 수도권에는 올해가 시작되자마자 미세먼지 예비저감조치까지 내려졌습니다. 얼마 전 미세먼지 가득했던 크리스마스는 ‘그레이 크리스마스’라는 새로운 별명이 생겼더군요.


더는 숨 쉴 수 없는 도시의 공기를 벗어나고 싶습니다. 저 알프스의 꽃과 같은 스위스 아가씨♬와 발걸음도 가볍게 산을 오르며 요들송을 부르는 듯한 신선한 공기를 마셔보고 싶습니다.


그! 래! 서!
이번 달에도 나타납니다. ‘도와줘요, 긱블 크루~!’

 


헤파필터로 미세먼지 팡팡

 

긱블의 PD 민바크 님과 메이커 나모 님이 합심했습니다. 군 입대를 앞둔 나모 님은 당분간 마지막이 될 이번 작품에 자신의 모든 걸 쏟을 계획입니다(안녕, 호국 요람의 품으로 ^^7).


일단 미세먼지는 신체 어느 부분보다도 호흡기에 좋지 않습니다. 기관지에 미세먼지가 쌓이면 가래가 생기고 기침이 잦아지며, 기관지 점막이 건조해지면서 세균이 쉽게 침투한다는 건 미세먼지에 대한 아주 기초 상식이라 다 아는 사실이죠?


그래서 나모 님은 미세먼지 가득한 공기를 맑은 공기로 정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 겁니다. 생각나는 모든 장치를 한 데 모을 작정입니다. 일단 생각나는 대로 얘기해볼까요.


하나는 헤파필터입니다. 헤파필터는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주목받게 된 제품으로, 지름 0.3μm보다 큰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필터죠. 통상 H10~H14 단계로 나누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미세먼지 제거율이 우수합니다. 미국과 유럽의 기준에 따르면 H10은 85%, H14는 99.995%의 미세먼지를 제거합니다.


나모 님은 적당히 H11 등급의 헤파필터를 선택했습니다. 이제 첫 번째 장치인데 너무 비싼 걸 고르기에는 예산이…. 브랜드도 가성비 갑(甲)인 업체의 제품으로 선택했습니다. 약 2만 원 정도로 온라인에서 구매했습니다.


대신 주변 공기를 빨아들일 팬모터는 짱짱한 걸로 준비했습니다. 공기청정기 자체를 산 게 아니라 필터만 따로 구매했기 때문에 별도로 팬모터가 필요한데요. 약 100W의 출력을 내는 강력한 모터를 오프라인으로 구입했습니다. 나모 님이 팬모터를 작동시키고 휴지를 갖다 대봤습니다. 찢어질 기세로 휴지가 흔들립니다. 초강력 파워에 흐뭇. 가격은 10만 원대입니다(응?).

 


식물이 미세먼지 없애는 방법

 

그다음은 대표적인 공기정화 장치, 식물입니다. 식물은 단순히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꿔주는 것뿐만 아니라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세먼지가 식물 잎 표면의 왁스층에 붙잡히거나, 기공을 통해 식물체 안으로 쌓이거나, 또는 식물 효소의 작용으로 다른 성분으로 바뀔 수 있다고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연구팀은 스트라스부르 도심에 있는 나무들이 대기 중 미세먼지(초미세먼지 제외)의 7%에 해당하는 양을 제거했다는 연구 결과를 2016년에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나모 님은 근처 꽃집으로 향했습니다. 휴대할 수 있는 공기정화 장치를 만들어야 하니 나무를 뽑아서 넣을 수는 없고, 아기자기한 식물을 사보도록 하죠. 나모 님이 꽃집 직원에게 “어떤 식물이 공기정화 효과가 좋나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모든 식물은 기본적으로 공기정화가 돼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머쓱).


사실 꽃집 직원의 답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식물마다 공기정화 효과는 천차만별입니다. 중국 베이징임학대 연구팀은 학술지 ‘환경과학 및 오염연구’에 베이징 도심의 나무 분포와 미세먼지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를 2016년에 발표했는데요. 목련, 물푸레나무, 소나무는 초미세먼지 제거 능력이 뛰어나지만, 안개나무, 복숭아나무 등은 별 효과가 없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 사실을 몰랐지만, 촉이 좋은 나모 님은 직원이 추천해준 선인장 대신 미세먼지 제거에 톡톡한 역할을 할 잎이 많은 식물을 택했습니다. 무슨 식물인지는 모르지만 빨간 열매도 달린 게 공기정화 장치의 포인트 장식이 될 것 같습니다. 

 

 

 

▲ 모든 기능을 스마트폰(블루투스) 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아두이노 보드를 활용해 회로를 제작하고 코딩 작업을 진행했다.

 


UV램프와 미스트 펌프로 맑고 상쾌하게

 

두 개의 장치를 더 추가할 겁니다. 하나는 UV램프, 하나는 미스트 펌프입니다. 둘 다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건 아니지만 맑은 공기, 그리고 신선한 기분을 제공해줄 장치들입니다.


UV램프는 살균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서 공기청정기에 흔히 사용됩니다. 나모 님은 가늘고 긴 UV램프를 온라인으로 구매했는데, 생각보다 불빛이 약해서 그런지 아쉬운 표정입니다. 하지만 아쉬워 마세요. 자외선은 원래 우리 눈에 안 보이니까요. 약하게 보이는 보라색 빛은 자외선과 함께 나오는 보라색 가시광선일 뿐입니다.


UV램프와 더불어 미스트 펌프도 준비했습니다. 미세먼지는 피부를 건조하게도 만들기 때문에 미스트로 얼굴을 적셔주기 위해서죠. 미스트를 강하게 뿌리고 싶어서 치과에서도 사용하는 다이어프램 펌프 모터를 찾았습니다. 산 게 아니라, 찾았습니다. 이런 펌프 모터 정도는 긱블 공방에 발에 치이도록 있습니다. 수압이 세서 좋지만, 소음이 좀 있네요.


자, 이제 넣고 싶은 장치들은 다 마련했으니 이것들을 한 곳에 넣을 차례입니다. 어떤 형태를 만들지 고민이군요. 최종 후보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헬멧, 또 하나는 캐리어(여행용 가방)입니다. 휴대성은 헬멧이 당연히 우수합니다. 캐리어는 손으로 끌고 다녀야 하니 번거롭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얘기한 장치들을 모두 헬멧에 넣었다간 목디스크가 걸릴 겁니다. 조금 불편해도 캐리어에 넣고 호스로 연결한 마스크를 쓰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커다란 아크릴통에 헤파필터와 팬모터, 공기정화 식물, UV램프를 넣었습니다. 미스트 펌프는 마스크 앞면에 부착하고 물은 아크릴통 가장 아래에 위치시켰습니다. 끌고 다니기 위해 바퀴도 달고, 나모 님의 망가진 캐리어에서 손잡이만 떼 내 아크릴통에 붙였습니다. 


이쯤 했을 때 뭔가 문제가 발생해야 긱블인데요.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제작이 순조롭습니다. 나모 님의 메이커 인생에 큰 문제 없이 잘 작동한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완성한 공기청정 캐리어 마스크를 들고 공방 근처 서울숲을 향했습니다. 체감온도가 영하 10도인 추운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미세먼지는 없었습니다. 겨울철에 시베리아에서 발달한 대륙성 고기압이 강할 때면 매우 추운 대신 미세먼지는 적은 날이 이어지는데, 그런 날이었습니다.


미세먼지가 적으니 미스트 시연에 더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긱블의 새로운 메이커 찬스 님이 (인체)시험의 대상이 됐습니다. 미스트 펌프를 작동하자 물방울들이 강하게 찬스 님 얼굴에 부딪힙니다. 보송보송. 찬스 님은 “얼굴이 아렸지만 행복하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주변 시민들은 안쓰럽게 쳐다봅니다(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고용노동부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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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기자
  • 도움

    긱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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