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가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결심합니다. 더운 날씨에 옷을 가볍게 입으면서 노출되는 신체 부위가 많아지다 보니 아무래도 체중 감량에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다이어트는 민감한 문제입니다.
식욕억제제 처방은 16세 이상만
특히 청소년은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에 치여 지내다 보니 신체 활동량이 부족하고 영양 섭취가 불균형한 경우가 많아 쉽게 살이 찝니다. 실제로 교육부에서 올해 3월 발표한 ‘제1차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에 따르면 2018년 초·중·고 학생의 비만율(비만을 포함한 과체중 비율)이 25%로 조사됐습니다. 초·중·고 학생 4명 중 1명은 비만군에 속하는 셈입니다. 게다가 최근 청소년의 비만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5년 전(21.8%)과 비교하면 3.2%가 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다이어트 약이나 다이어트 식품에 관심을 가지는 청소년이 늘었습니다. 다이어트 약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식욕억제제입니다. 식욕억제제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해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게 하거나, 포만감을 증가시켜 식욕을 줄여줍니다.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마진돌, 디에틸프로피온 등의 성분이 있는데, 의존성과 내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로 지정돼 있습니다.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입하거나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현재 식욕억제제는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으로 비만인 사람만 처방받을 수 있습니다. 비만이란 쉽게 말해 몸에 지방이 지나치게 많이 쌓인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체지방 축적을 반영하는 지수인 BMI는 체중(kg)을 키의 제곱(m2)으로 나눠서 얻는데, 25~30이면 과체중,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구분합니다.
무엇보다도 청소년의 비만 치료는 식사와 운동 요법이 원칙이며, 식욕억제제는 성인에게만 처방이 허가돼 있는 만큼 16세 미만은 처방받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SNS 열풍 가르시니아 효과는 세 달간 0.88kg
그러다 보니 청소년은 접근이 용이한 다이어트 식품에 더 관심을 가지기 쉽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다이어트 식품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실제로 다양한 종류의 다이어트 식품들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검색어로 ‘다이어트’를 입력하면 수많은 식품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비포(before)와 애프터(after)의 차이가 극명한 사진들과, 먹고 나서 한 달 만에 10kg이 빠졌다는 등 자극적인 후기가 포함된 광고들이 많아 청소년을 유혹합니다.
이런 다이어트 식품 중에서도 최근 가르시니아 캄보지아(Garcinia cambogia) 추출물이 유독 눈에 많이 띕니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는 인도와 동남아시아에 자생하는 열대과일로, 껍질 속 활성물질인 HCA(hydroxycitric acid)가 다이어트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 다이어트 식품에는 ‘가르시니아 추출물’ 또는 ‘HCA’로 표기돼 있습니다.
HCA는 우리 몸이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전환할 때 사용하는 효소(ATP citrate lyase)의 활성을 억제하고, 뇌의 세로토닌을 증가시켜 식욕 감소 및 체중 감량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HCA의 효과는 얼마나 클까요?
가르시니아 캄보지아의 다이어트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는 여럿 있었는데요, 이들 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를 하나 살펴봅시다. 2011년 이그호 오나크포야 당시 영국 엑스터대 박사후연구원은 2010년까지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의 체중 감량 효과와 관련된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를 비만 전문 학술지 ‘비만(Journal of Obesity)’에 발표했습니다. doi:10.1155/2011/509038
오나크포야 박사는 당시까지 진행된 연구 23건 중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지’ 등 연구 적합성을 고려해 9건의 연구 결과를 선별했습니다. 그 결과,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은 평균 0.88kg의 체중 감량 효과가 있었습니다. 복용 기간은 2주에서 최장 12주(3개월), 복용량은 매일 1~2.8g으로 다양했지만, 복용 기간이나 복용량이 다이어트 효과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은 약이 아니라 식품으로 분류되는 만큼 정확한 복용량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많이 복용한다고 해서 그만큼 체중 감량 효과가 큰 것인지도 불분명합니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 섭취로 인한 일반적인 부작용(두통, 소화기관 장애)은 12주까지는 대체로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를 최장 복용 기간인 3개월간 먹었을 때 체중이 약 1kg 줄어든다고 하면 굳이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을 복용하지 않고 운동이나 식단 조절로도 충분히 감량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즉,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을 먹어도 체중 감량 효과가 크지 않을뿐더러, 3개월 이상 복용했을 때 안전 여부도 담보가 되지 않는 만큼 복용을 계획 중이라면 단기간으로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5월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의 기능성에 대해 ‘체지방감소에 도움을 줌’에서 ‘체지방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음’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뻔한 얘기라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운동과 식단 조절입니다. 몸에 들어오는 칼로리는 줄이고, 나가는 칼로리는 늘리는 것이죠. 아직까지는 안타깝게도 먹기만 하면 알아서 몸에 있는 지방을 분해해주고, 체중도 쑥쑥 줄여주는 마법 같은 다이어트 약이나 식품은 없습니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더 많이 움직이며 신체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글. 이소정
고려대에서 약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약학대학원 물리약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약학 정보를 쉽게 널리 알리기 위해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개인 맞춤형 건강서비스 스타트업인 ‘마스터큐어’ 대표약사로 있다.
mastercure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