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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술읽혀요 | 새 책

 

●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 동아시아 | 344쪽 | 1만5000원

 

 

모델만 입을 수 있었던 ‘스키니진’을 모든 사람이 입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그 후 십여 년 동안은 다리가 두꺼운 사람에게는 꽤나 고역인 시대였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이들의 한이라도 풀어주듯 펑퍼짐한 하이웨이스트진과 부츠컷 청바지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럴듯한 패션 용어 같지만 쉽게 말해 ‘배바지’와 ‘나팔바지’다. 1990년대로 돌아간 듯한 복고 패션이 다시 유행의 중심이 된 이유가 뭘까.


저자는 이를 복잡계로 설명한다. 집단 속 구성원들 간의 유기적 연결성을 읽는 것이 복잡계다. 말하자면 숲이 아니라 나무를 보는 격이다. 저자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어떻게 연결돼 숲을 형성하는지, 인간 한 명 한 명이 어떻게 연결돼 사회를 움직이고 변화시키는지 설명한다. 


스키니진을 입은 사람 100명이 사는 세상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중 한 명이 홀연히 부츠컷 청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스키니진 99대 부츠컷 청바지 1. 부츠컷을 입은 한 명을 보고 또 누군가는 슬그머니 부츠컷으로 갈아탈 수 있다. 사람이 행동을 바꾸게 되는 기준을 ‘문턱값’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부츠컷으로 갈아탄 이는 문턱값이 1인 사람이다. 이제 98대 2가 됐다. 그 다음은? 예상대로 문턱값이 2인 사람이 부츠컷 청바지로 바꿀 것이다.


이렇게 연쇄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면 모두 부츠컷 청바지를 입게 될까? 물론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누군가는 부츠컷 청바지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영원히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고, 초창기에 부츠컷 청바지를 입었던 문턱값이 낮은 ‘패피(패션피플)’들이 단을 접어서 입는 ‘롤업팬츠’로 갈아탈지도 모른다.


문턱값은 개인의 행동을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집단의 변화에도 적용된다. ‘분리의 여섯 단계 이론’에 따르면 여섯 단계만 거치면 서로 아는 사이다. 한 사람은 평생 150명 정도와 관계를 맺는다고 하는데, 한 명이 150명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셈이다. 한 단계를 더 거치면 1502명의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여섯 단계를 거치면 1506명, 약 11조3906억 명에게 정보가 전달된다. 서로 겹치는 지인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식이면 전 세계 인구 정도는 쉽게 커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한 단계가 늘어날 때마다 연결되는 사람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연결된 다수(전체)의 문턱값을 넘어서는 순간이 생긴다. 바로 사회에서 ‘상변화’가 일어나는 순간이다.


문턱값은 자연현상에도 적용된다. 물은 온도 100도라는 문턱값을 넘어서면 수증기로 바뀌는 상변화가 일어나고, 지구 중력에서 벗어나려는 로켓도 문턱값(중력탈출속도)을 넘어서야 우주라는 상변화를 경험한다. 문턱값은 사회에서도, 과학에서도 복잡계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통계물리학자인 저자는 통계학적인 개념이 자연현상과 사회현상에 얼마나 잘 들어맞는지 멋들어지게 설명한다. 그는 문턱값 외에도 누적확률분포, 팃포탯, 프랙탈, 푸아송분포, 지수함수 등 다양한 물리학적 개념을 이용해 광화문 광장의 촛불시위가 왜 우주의 암흑물질과 닮았는지, 배우이자 가수인 차은우와 저자의 어떤 공통점이 중력파 검출 방법을 설명할 수 있는지 이해시킨다. 이런 게 ‘관계의 과학’이라면서 말이다. 

 

 

● 만화로 보는 여자들의 수학

숙녀들의 수첩
글 이다솔 | 그림 갈로아 | 들녘
224쪽 | 1만7000원

 

 

137년간 발행된 최초의 영국 여성지가 수학잡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영국의 여성잡지 ‘숙녀들의 수첩’은 초기에는 연애, 결혼, 아름다움에 대한 에세이를 담았지만, 6년 만에 수학 수수께끼와 퍼즐을 담은 수학잡지로 바뀌었다. 18세기 영국에서 수학은 ‘가장 여성적인 교양’이었다. 수학이 ‘여성적’이고 ‘교양’이라는 설명에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요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과거 여성들이 수학을 얼마나 실용적으로 사용했는지 알아보자.

 

● 플라스틱 시대에 대처하는 방법

이러다 지구에 플라스틱만 남겠어
강신호 지음 | 북센스
260쪽 | 1만6000원

 

포장지에 표기된 영양성분표를 보면 음식이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금방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음식을 담고 있는 포장지 정보는 없다. 비교적 안전해 음식 포장에 많이 쓰는 페트(PET)도 열에 노출되면 중금속인 안티몬을 배출한다. 이외에도 각종 유해물질 첨가제가 들어간 플라스틱이 얼마나 안전한지는 미지수다. 저자는 플라스틱의 성분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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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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