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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동아 X Geekble] 치킨 발사기! 맹맹한 프라이드 치킨에 허니콤보 소스를 입혀주마

안 어려워요│과학공학 콘텐츠 제작소

긱블은 2017년부터 쓸모없고 이상하지만, 그럴싸하고 재밌는 기계들을 수없이 만들었습니다. 과학동아와 긱블이 함께 하는 첫 번째 기사에서는 그중 자타공인 ‘레전드’ 작품으로 꼽는 ‘치킨 발사기’의 뒷얘기를 낱낱이 파헤쳐볼까 합니다. ‘왜 때문에’ 치킨 발사기를 만든 건지 궁금하면 따라오세요~!

 

INTRO 긱블 팬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이번엔 또 어떤 걸 만들어서 보여줄까.’ 


언제나 긱블은 재미있는 ‘뻘짓’을 하기 위한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하지만 때론 긱블의 팬들이 긱블보다 더 엄청난 ‘뻘짓’을 떠올리곤 하죠. 이번에 소개할 ‘치킨 발사기’ 역시 긱블의 유튜브 채널에 달린 댓글에서 시작된 아이템입니다.

 


긱블의 PD 태정태세 님은 이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보고 메이커인 지뇽쿤 님에게 일단 들이밀었습니다. 그리고 세 가지 기능을 꼭 넣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우선 치킨이 발사돼야 하고, 동시에 허니콤보 소스가 묻어나오길 바랐습니다. 또 어디든 가져가서 사용할 수 있도록 휴대성도 요구했죠. 지뇽쿤 님은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속으로는 신이 났습니다. 재밌는 기계가 바로 머릿속에 떠올랐거든요.

 


STEP 1 이산화탄소 인젝터와 열역학 제1 법칙

우선 발사를 해야 하니 순간적으로 치킨을 강하게 밀어낼 힘이 필요합니다. 지뇽쿤 님은 순간 ‘이산화탄소 인젝터’를 떠올렸습니다. 이산화탄소 인젝터는 압축된 이산화탄소 기체를 순간적으로 강하게 뿜어내는 장치입니다. 아주 강력하게 분사되는 스프레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일단 이산화탄소 인젝터로 치킨을 발사할 수 있을지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치킨부터 시켜야 합니다. 지뇽쿤 님이 메뉴를 고민합니다. 이산화탄소 인젝터를 떠올릴 때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발사돼서 날아갈 테니 날개 부위가 좋을 것 같은데, 사실 지뇽쿤 님은 닭다리가 먹고 싶습니다. 긱블 영상도 중요하지만 사람 식욕을 이길 순 없습니다. 결국 프라이드 닭다리가 배달됩니다.


긱블 공방에 있던 긴 원통형 아크릴관 끝에 치킨을 넣고, 이산화탄소 인젝터를 분사해봤습니다. 순식간에 닭다리가 발사됩니다. 발사 장치는 이거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조심해야 할 점도 알게 됐습니다. 이산화탄소가 분사될 때 이산화탄소가 담긴 용기와 인젝터 입구가 급격히 차가워진다는 것입니다. 이산화탄소 기체가 드라이아이스로 변할 만큼 온도가 급격히 내려갑니다. 드라이아이스를 맨손으로 만지면 화상을 입는 것처럼, 분사할 때 맨손으로 인젝터를 잡고 있으면 손을 다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는 건 단열팽창이라는 현상 때문입니다. 단열팽창은 외부와의 열 교환 없이 기체의 부피가 늘어나는 현상입니다. 그 결과로 내부 온도는 내려가죠. 고등학교 과학 시간에 배웁니다.


어떤 기체의 부피가 커진다는 건 주변 기체를 밀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에너지를 쓰게 됩니다. 이때 부피가 커진 기체의 내부 에너지는 낮아져 온도 역시 낮아지는 것이죠. 이런 단열팽창은 ‘에너지는 형태가 변할 뿐 만들어지거나 파괴되지 않는다’는 열역학 제1 법칙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소개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압축된 이산화탄소 기체도 이산화탄소 인젝터 바깥으로 나오면서 부피가 급팽창하기 때문에 온도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지뇽쿤 님이 구매한 인젝터의 손잡이 부분에는 EVA라는 합성수지로 만든 커버가 씌워져 있습니다.


STEP 2 치킨 발사기가 아닌 케첩 발사기?

‘인젝터가 있으니, 이제 하루면 만들 수 있겠지.’


지뇽쿤 님은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일단 투명한 아크릴관 두 개를 주문 제작했습니다. 하나는 치킨이 발사되는 관이고, 다른 하나는 소스가 발사되는 관입니다. 두 관을 위아래로 이어붙이고, 그 사이에 구멍을 뚫었습니다. 치킨이 발사될 때 아래에 있는 아크릴관에서 소스가 분수처럼 뿜어져 치킨에 묻을 겁니다.


두 관을 체결하는 브래킷은 3D 프린터로 직접 제작했습니다. 브래킷으로 아크릴관 두 개를 단단히 묶고, 두 개의 아크릴관 한쪽 끝에 각각 이산화탄소 인젝터를 꽂습니다. 어디든 놓고 발사할 수 있도록 받침대도 만들었습니다. 치킨 발사기가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췄습니다.


긱블 크루가 모두 모여 시사회를 하기로 했습니다. 긱블의 메이커들은 작품 하나가 완성되면 모든 긱블 크루 앞에서 시연을 합니다. 작품 이름은 치킨 발사기지만, 시연은 모양이 비슷한 핫도그로 했습니다. 핫도그가 치킨보다 빨리 구할 수 있고, 돈도 적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위쪽 관에 핫도그를 놓고, 아래쪽 관에 케첩을 듬뿍 넣었습니다. 케첩은 구멍을 통해 위로만 분사될 수 있도록 앞쪽 입구는 마개로 막아놨습니다. 이제 인젝터 버튼만 누르면 됩니다.


“4, 3, 2, 1, 발사!”


“퍽. 후두둗두두둑.”


핫도그의 소시지는 제자리에 있고 겉의 빵 부분만 앞으로 날아갔습니다. 게다가 케첩은 나오라는 구멍에서는 안 나오고 앞부분의 마개가 튕겨 나가면서 전방으로 분출됐습니다. 덕분에 앞에서 발사 장면을 보던 긱블의 대장 차누 님도, 공방 입구의 문도 케첩으로 범벅이 되는 대참사가 일어났습니다. 


“망했다.”


아름답게 케첩이 입혀진 핫도그가 깔끔하게 발사되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렸던 지뇽쿤 님은 아연실색했습니다. 치킨 발사기가 아닌 케첩 발사기라는 오명까지 얻었습니다. 

 


STEP 3 조선시대 대포 구조 응용해 완성

 

원인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핫도그가 날아가지 않았다는 겁니다. 치킨으로 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분명 이산화탄소 인젝터의 힘은 셉니다. 문제는 분사된 기체가 치킨과 아크릴관 사이 틈으로 다 새어 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크릴관에 치킨을 꽉 끼게 넣으면 치킨이 날아가지 않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또 다른 긱블의 메이커 나모 님이 아이디어를 하나 건넸습니다.


“조선시대 화포에서 화약과 대포알 사이에 나무토막이나 흙덩이를 놓은 것처럼 인젝터와 치킨 사이에 뭔가를 넣는 건 어때요?”


‘갓(God) 나모.’ 


조선시대 대포인 승자총통에는 화약과 철환(대포알) 사이에 토격이라는 흙덩이를 넣었습니다. 화약이 폭발할 때의 힘이 바로 철환에 닿는 것이 아니라, 우선 흙덩이에 고스란히 전달된 뒤 흙덩이가 다시 철환을 밀어내는 방식이죠. 이렇게 하면 화약이 만들어낸 힘이 부리(대포 몸통)와 철환 사이로 새나가지 않고 철환에 거의 그대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지뇽쿤 님은 바로 레이저 커팅기를 이용해 아크릴관에 쏙 들어갈 원통형의 아크릴 토막을 만들었습니다. 인젝터에서 이산화탄소 기체가 분사되면 이 토막이 앞으로 밀려 나가면서 재차 치킨을 밀어내는 방식입니다.


소스용 아크릴관 앞부분의 마개는 순간접착제를 사용하는 대신 볼트로 더 단단하게 고정해 더 이상 ‘케첩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했습니다.


다시 한번 열린 시사회에 다시 한번 긱블 크루가 모였습니다. 이번에는 진짜 치킨 닭다리를 장전하고, 허니콤보 소스도 직접 만들어 주입했습니다. 다시 한번 카운트다운.


“4, 3, 2, 1, 발사!”


“슈욱~, 툭!”


온전한 치킨 닭다리에 허니콤보 소스가 적당히 묻어 나왔습니다. 소스도 새어 나오지 않고 깔끔했습니다. 대성공이었습니다. 


지뇽쿤 님의 가장 큰 바람 중 하나는 사람들이 영상을 보고 “실패해도 다양한 방법으로 끝까지 시도하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는 거라고 합니다. 케첩 참사에서 완벽한 치킨 발사기로 거듭나기까지, 지뇽쿤 님이 겪은 고뇌와 노력은 긱블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덕분인지 치킨 발사기를 담은 영상은 2019년 긱블의 영상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구독자들, 팬들과 함께 새로운 ‘치킨 발사기 2’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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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기자
  • 도움

    긱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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