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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야, 너 진짜 펭귄 맞니? 펭수 vs. 펭귄 전격 분석

안어려워요┃펭수를 둘러싼 6대 의혹 전격 분석

EBS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가 오픈한 지 약 9개월 만에 구독자 143만(12월 21일 기준)을 기록하며 대세로 떠올랐다. 그 1등 공신은 단연 채널의 주인공인 크리에이터 연습생 펭수다. 펭수의 정체가 궁금해진 과학동아는 펭수의 고향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서 연구 중이던 펭귄 전문가 김정훈 극지연구소 극지생명과학연구부 책임연구원에게 이에 대해 물었다. 지금부터 펭수의 ‘과학적인 정체’를 공개한다.

 

의혹 1. 펭귄 키가 210cm? 

‘자이언트 펭TV’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펭수의 키는 210cm다. 207cm의 큰 키를 앞세워 코트를 주름 잡던 ‘국보 센터’ 서장훈보다 크다. 펭수만큼 키가 큰 펭귄이 실제로도 존재할까?


현존하는 펭귄 중 가장 키가 큰 종은 황제펭귄이다. 황제펭귄은 120cm 정도 된다. 그렇다고 펭수의 키가 비현실적으로 크다고만은 할 수 없다. 펭귄의 조상 중에는 거구의 종이 있었다. 2014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박물관 연구팀은 남극 시모어섬에서 발견된 펭귄 화석을 분석해 약 3700만~4000만 년 전 살았던 거대한 펭귄(Palaeeudyptes klekowskii)의 키가 약 2m, 몸무게는 약 114kg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doi: 10.1016/crpv.2014.03.008


김 책임연구원은 “2017년 뉴질랜드에서 화석으로 발견된 고대 펭귄도 키 177cm, 몸무게 101kg의 거구로 추정됐다”며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고대 ‘거인 펭귄’의 살아남은 후손이 펭수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커도 너무 큰 펭수의 키에 대한 의심은 일단 접어 두자.

 

의혹 2. 펭귄 다리가 곧아?  

이번에는 다리다. 펭수는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는 이들에게 펭귄임을 어필하기 위해 방송에서 X선 촬영 사진을 공개했다. X선 촬영 사진에서 펭수의 다리는 곧게 펴져 있었다. 그런데 펭수가 한 가지 몰랐던 사실이 있다. 실제로 펭귄의 다리는 직각에 가깝게 굽어있다. 


사람과 펭귄은 둘 다 이족보행을 하며, 다리의 골격구조도 기본적으로 같다. 하지만 사람의 발목뼈는 매우 짧은 반면 펭귄을 포함한 조류의 발목뼈는 매우 길어 형태에서는 차이가 크다. 펭귄의 무릎은 몸 안쪽으로 숨겨져 있으며, 밖에서 무릎관절처럼 보이는 부분이 실제로는 발목관절이다. 이 때문에 사람의 다리와 달리 펭귄의 다리는 뒤로 꺾인 것처럼 보인다. 


김 책임연구원은 “넙다리뼈와 정강이뼈가 거의 직각을 이루고 있어 사람이 걷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족보행하기는 어렵다”면서 “대신 헤엄을 칠 때 강한 힘을 낼 수 있어 일생의 대부분을 수중에서 보내는 펭귄에게 적합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의혹 3. 펭귄이 달리기를 잘해? 

 

다리가 굽어있는데 달리기는 할 수 있을까? 펭수는 2019년 9월 ‘자이언트 펭TV에’ 올린 ‘EBS 아이돌 육상대회(이육대)’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MBC의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대회(아육대)’를 패러디해 ‘번개맨’ ‘뚝딱이’ ‘뿡뿡이’ 등 EBS의 대표 캐릭터들이 총출동했다. 펭수는 계주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빼어난 달리기 실력을 뽐냈다. 김 책임연구원은 “남극에서도 마치 육상경기를 하듯 열심히 뛰는 펭귄 무리를 종종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펭귄이 미끄러운 얼음 위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비결은 단단하고 날카로운 발톱에 있다. 사람이 빙벽을 등반하거나 빙판을 걸을 때 바닥에 스파이크가 달린 아이젠을 신고 얼음을 찍듯 걷는 것처럼 펭귄은 발톱을 곧추세워 얼음을 찍으면서 달린다. 다만 눈이 쌓여있는 지역에서는 넓은 표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발톱 대신 물갈퀴를 마치 설피(산간 지대에서 눈에 빠지지 않도록 신발 바닥에 대는 넓적한 덧신)처럼 활용한다.

 

 

의혹 4. 펭귄이 무성(無性)? 


펭수는 성별이 따로 없는 무성(無性)이다. 실제로 펭귄은 겉모습으로 성별을 구분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일반적으로 조류는 포유류와 달리 외부 생식기가 없어 성별 확인이 쉽지 않다. 대신 교미와 산란, 배설을 모두 해결하는 총배설강이라는 기관을 갖고 있다. 특히 펭귄은 꿩이나 닭과 달리 암컷과 수컷의 생김새에 큰 차이가 없어 구분이 잘 안 된다. 


물론 성별을 구별하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몸의 크기를 측정해 암컷과 수컷을 구분하거나, 유전자 분석으로 성염색체(암컷은 ZW, 수컷은 ZZ)를 확인할 수도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몸 크기 측정이나 유전자 분석은 펭귄을 직접 포획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며 “다만 짝짓기 상황을 목격한다면 위에 있는 개체가 수컷, 아래에 있는 개체가 암컷”이라고 설명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펭수가 혈액이나 모근이 달린 깃털을 제공해 준다면 유전자를 분석해 성별을 확인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펭수는 스타답게 ‘열애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펭수는 공식적으로 성 정체성이 없는데, 연애 감정이 생길 수 있을까. 김 책임연구원은 “펭귄을 포함해 조류나 영장류의 동성애 사례가 학계에 종종 보고된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펭수도 충분히 연애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펭귄의 동성애는 남극 케이프 어데어에 서식하는 아델리펭귄에게서 최초로 확인됐다. 1911~1912년 영국의 로버트 스콧이 이끄는 남극 원정대의 일원이었던 외과의사 조지 레빅이 아델리펭귄의 생활사를 기록했는데, 여기에 수컷끼리 짝짓기를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당시에는 내용이 충격적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고, 100년이 지난 2012년에야 비로소 대중에 공개됐다. 


2019년 7월 영국 시라이프 런던수족관에 사는 젠투펭귄 암컷 동성 부부는 새끼 펭귄을 입양해 먹이를 공급하고 둥지를 지키는 등 일반적인 부모의 역할을 했고, 8월에는 독일 베를린 동물원의 황제펭귄 수컷 동성 부부가 알을 입양해 돌본 사실이 미국 CNN의 보도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은 알을 부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의혹 5. 펭귄고 물범이 친구? 

 


펭수는 열 살로 알려져 있다. 펭귄의 수명으로 따지면 펭수는 얼마나 나이를 먹은 걸까. 김 책임연구원은 “황제펭귄의 수명은 약 20년”이라며 “인간의 평균수명을 80세라고 하면 펭수는 사람 나이로 40세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펭수는 ‘남극 유치원 2기’ 졸업생이기도 하다. 펭수는 졸업앨범을 증거물로 공개했는데, 앨범에는 아델리펭귄과 마카로니펭귄, 턱끈펭귄 그리고 물범(일반적인 물범과 달리 ‘채식주의 물범’이라고 한다)이 함께 찍혀있다. 펭수가 굳이 ‘채식주의 물범’이라고 못을 박은 이유는 뭘까. 


남극에는 남방코끼리물범, 웨델물범, 표범물범, 게잡이물범, 로스물범 등 물범 5종이 서식한다. 그중에서도 표범물범은 다른 물범이나 펭귄을 사냥해 포식하는 종이다. 


따라서 만약 남극유치원에 다니던 물범이 채식주의가 아닌 표범물범이었다면 펭수가 매번 피해 다녀야 했을 것이다. 웨델물범도 안심할 수 없다. 김 책임연구원은 “최근 극지연구소 연구팀이 ‘남극의 순둥이’로 알려졌던 웨델물범도 아델리펭귄을 사냥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대신 펭귄은 이족보행으로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다. 반면 물범은 땅에서든 얼음에서든 앞다리와 복부를 이용해 기어 다니기 때문에 느리고 둔하다. 김 책임연구원은 “펭귄이 물범을 물속에서 마주친다면 위험하겠지만, 육상에서는 물범이 펭귄을 추격해 사냥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며 “남극 유치원이 수중 유치원이 아니라 육상 유치원이라면 펭수와 물범이 함께 다녀도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혹 ⑥ 스위스에서 헤엄쳐 왔다? 

 

마지막으로 펭수가 한국까지 오게 된 여정을 살펴보자. 펭수는 남극에서 비행기를 타고 스위스에 도착한 뒤 스위스에서 한국까지 헤엄쳐왔다고 말한다. 스위스는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인 만큼 일단 남극부터 우리나라까지 헤엄쳐왔다는 가정하에 펭수가 얼마나 고생했을지 계산해 보자. 


펭귄은 종에 따라 수영 속도가 다르다. 황제펭귄은 물속에서 평균 시속 11km, 아델리펭귄은 시속 8.2km, 쇠푸른펭귄은 시속 6.5km 정도로 헤엄친다. 일단 펭수의 체구와 가장 비슷한 황제펭귄을 기준으로 삼자. 


출발지도 필요하다. 황제펭귄은 남극의 여러 지역에 서식하는데, 그중 한 군데가 극지연구소가 현재 조사 중인 케이프 워싱턴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케이프 워싱턴에서 인천 앞바다까지는 거리가 약 1만2700km”라며 “황제펭귄의 수영 실력으로 쉬지 않고 48일 동안 헤엄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펭귄이 서식지를 벗어나 먼 곳까지 헤엄쳐 간 경우가 있다. 2007년 칠레 남부 마젤란 군도에 서식하는 마젤란펭귄은 약 5000km 떨어진 페루에서 발견됐고, 2011년 남극에서 3400km 떨어진 뉴질랜드 페카페카 해변에는 새끼 황제펭귄이 상륙해 화제가 됐다. 

 

2020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신용수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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