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도 마찬가지겠지만, 중국 대학의 기말고사도 꽤 어려운 편이다. 전 과목이 서술형 시험으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책을 보고 내용을 이해해 쓰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해한 내용을 중국어로 암기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내 경우에는 한자가 잘 외워지지 않아 더욱 신경 써서 공부해야 한다.
우한대의 경우 과목에 따라 시험이 중국어나 영어로 출제된다. 이는 유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에게 해당한다. 한국 대학도 많은 경우 시험이 영어로 출제된다고 들었는데, 이런 점은 중국이나 한국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일반적으로 유학생이 시험을 볼 때는 중국어 사전을 들고 갈 수 있는지, 또는 답안을 영어로 작성해도 되는지 사전에 교수에게 동의를 구한다. 승인 여부는 교수에 따라 다른데,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좋게 봐 대부분 동의해주는 편이다.
시험 기간은 학기마다 조금씩 다르다. 기말고사는 학기 수업이 모두 끝난 뒤 정해진다. 우한대는 9월에 개강하는 1학기와 3월에 개강하는 2학기로 나뉜다. 1학기의 경우 가장 늦게 종강하는 과목은 17주차까지 수업을 하며, 2학기의 경우 보통 가장 늦게 종강하는 과목이 14주차까지 진행된다. 그래서 대개 1학기는 12월 말, 2학기는 6월 초쯤 끝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시험까지 모두 마치면 1학기는 1월 중순, 2학기는 6월 말쯤 끝난다.
우한대는 주말과 관계없이 시험 일정이 잡힌다. 일요일에 시험을 치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는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기에 가능하다.
유학생이 치러야 할 시험 과목은 크게 체육과 국제교육원 교양 그리고 전공으로 구분된다. 체육 과목의 경우 모든 학생이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교양필수이며, 2학년까지만 들으면 된다. 1학기 때는 자신이 선택한 과목에서 기초적인 내용을 배우고, 2학기 때는 자동으로 1학기 때 선택했던 과목의 고급 과정을 수강한다.
국제교육원 교양은 유학생에게만 해당하는 수업인데, 중국 학생들이 듣는 교양필수 및 교양선택 과목에 해당한다. 국제교육원이라는 강의동에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국제교육원 교양으로 불린다. 중국 개황, 중국 문화, 한어 종합, 고등수학을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하며, 교양선택 대신 중국 무술, HSK 5급 및 6급 시험 지도 과정, 서예, 번역의 이론과 기교 등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국제교육원 교양 시험은 일반적으로 종강 바로 다음 주에 치른다. 전공 시험과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하는 학교 측의 배려라고나 할까. 국제교육원 교양 시험이 끝나면 전공 시험만 남는다.
실기 평가가 필요한 체육 과목과 일부 국제교육원 교양 과목을 제외하면 서술형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과목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출결과 과제가 30%, 중간고사가 20%, 기말고사가 50%의 비중으로 평가된다. 중간고사의 비중이 작고 기말고사의 비중이 큰 게 특징이다. 심지어 일부 과목의 경우 중간고사를 치르지 않기도 한다. 또 출결이나 중간고사와 관계없이, 기말고사에서 60점을 넘기지 못하면 학사관리시스템에서 자동으로 과락 처리돼 재수강해야 한다.
시험 기간에 학생들은 주로 도서관에서 공부한다. 학교에 있는 도서관 4개 중 유일하게 정보학부 도서관에만 시험 기간 중 24시간 개방하는 장소가 있다. 물론 그마저도 1학기에만 개방하고 2학기에는 개방하지 않는다.
이런 사정 때문에 시험 기간에는 정보학부 도서관의 인기가 폭발한다. 예약은 전날 오후 10시 45분부터 가능한데, 마치 수강 신청을 하듯 예약이 시작되자마자 신청해야 한다. 예약하지 못한 경우에는 카페에서 공부한다. 인근에 카페가 많지 않은 탓에 카페도 학생들로 넘쳐난다.
내 경우에는 보통 종강 2주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험 준비에 들어간다. 벼락치기는 절대 불가능하다. 공부해야 할 양이 매우 많아 평소에 과제를 꾸준히 하면서 학업에 신경을 써야만 시간 내에 시험 범위를 모두 공부할 수 있다.
다만 공부에 필요한 시간을 조금 줄일 수 있는 비법이 하나 있는데, 한국 대학에서도 흔히 ‘족보’라고 부르는 기출문제 모음이다. 시험 기간이 가까워지면 교내 복사점에서 족보를 팔기 시작한다. 학부마다 또는 과목마다 약 10년 전까지 시험지를 묶어서 판매한다.
특히 족보는 중국 학생들의 공부법과 잘 맞는다. 중국 학생들의 공부법 중 ‘슈아티(刷题)’라는 게 있다. 여기서 ‘슈아(刷)’는 인쇄하다는 뜻으로 중국에서는 ‘슈아웨이보(刷微博·웨이보의 영상이나 소식을 한꺼번에 몰아서 봄)’ 등으로 쓴다. 즉, 슈아티는 인쇄로 찍어내듯 문제를 몰아서 푼다는 뜻이다. 중국 학생 대부분이 문제를 몰아 풀면서 그동안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 시험에 대비한다.
중국 대학의 시험 기간 분위기는 한국의 수험생들과 비슷하다. 그렇게 해야 시험을 통과할 수 있고 졸업도 할 수 있다. 평소에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수능을 준비하듯 우한대에서도 규칙적으로 공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