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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오빠논문연구소] 질병 진단의 패러다임 전환 스마트 콘택트렌즈

 

삶의 질이 향상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생체 신호를 감지하는 전자기기 기술이 급격히 발전했습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건강 상태를 알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스마트워치 같은 전자기기를 통해 간편하게 수면 상태를 분석하고 심박수를 측정하는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생체 정보를 측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유연하고 신축성이 좋은 소재를 사용해 몸에 붙이거나 삽입해 생체 신호를 지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전자기기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 중 콘택트렌즈 형태의 웨어러블 전자기기, 일명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눈물에서 검출되는 체내 성분들을 측정해 안과 질환뿐만 아니라 당뇨병과 같은 질병까지 진단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겨울이 시작되는 11월은 당뇨 환자에게는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겨울철 유행하는 독감에 걸리기라도 하면 혈당이 오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독감 치료제도 혈당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매서운 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해 혈압조절이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논문은 혈당과 안압을 측정해 당뇨병과 같은 질병 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콘택트렌즈의 개발에 기여한 논문입니다. 

 

 

Q 왜 콘택트렌즈를 질병 진단에 사용하게 됐나요?


눈으로부터 알 수 있는 생체 정보는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질병의 지표가 되는 바이오마커들이 체내 혈장과 성분이 비슷한 눈물 속에 포함돼 있고, 안압이나 안구의 움직임 같은 물리적인 요인도 생체 정보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바이오마커인 혈중 포도당(혈당)을 예로 들어봅시다. 혈당을 측정하는 일은 당뇨 환자에게는 꼭 필요한 일과 중 하나입니다. 치료법이 없어 환자 스스로 혈당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의료계에서 통용되는 혈당 측정 방식은 손가락 끝을 바늘로 찔러 피를 뽑아 측정기에 입력하는 침습적 방식입니다. 환자에게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고, 이로 인해 혈당 측정 횟수에도 제한이 있었습니다.


당뇨병뿐만이 아닙니다. 라식이나 라섹 수술로 시력을 교정한 사람에게는 안압 관리가 필수입니다. 건강한 사람의 안압은 10mmHg 수준으로 유지되는데, 이보다 높은 상태가 계속되면 시신경이 손상되고 녹내장 등 시력 장애가 발생하게 됩니다. 


현재는 안과에 가서 안압계로 안압을 측정해야 하는 만큼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있습니다. 또 안압을 간헐적으로 측정하면 질병을 예방하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 4월 박장웅 당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은 물리화학적 생체 정보들을 동시에 지속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했고, 이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습니다. doi: 10.1038/ncomms14997
이 스마트 콘택트렌즈 내부에는 포도당 센서와 압력 센서가 붙어 있고, 이를 통해 혈당 농도와 안압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센서가 감지한 전기신호들은 무선으로 외부에 전송됩니다. 


박 교수팀은 토끼와 소의 안구로 진행한 실험에서 혈당은 1μM(마이크로몰·1μM은 100만분의 1M)~10mM(밀리몰), 안압은 5~50mmHg에서 각각 농도와 압력 변화를 감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바늘로 피부를 찌를 필요가 없어 사용자의 고통이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고,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생체 정보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Q 스마트 콘택트렌즈에는 어떤 소재가 사용되나요?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한, 또 지금도 사용하는 전자기기 대부분은 딱딱하고 구부러지지 않습니다. 전자기기를 구성하는 소재들이 딱딱하고 구부러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소재를 사용한 전자기기는 콘택트렌즈 형태로 만든다고 해도 눈에 씌울 수 없습니다. 눈에 상처를 낼 수도 있으니까요.  
따라서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연하고 변형이 자유로운 소재가 필요합니다. 시야를 방해하지 않아야 하므로 투명하기도 해야 합니다. 박 교수팀은 지름이 수십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인 은(Ag) 나노와이어를 그물 구조로 만들어 투명하고 변형이 자유로운 전기 전도체를 만들었습니다. 


은은 원래 불투명합니다. 그런데 은을 가늘고 긴 나노와이어로 만들고 이를 그물 구조로 엮으면 그물 사이에 생기는 구멍으로 빛이 통과해 투명해집니다. 또 은 나노와이어 한 가닥은 양 끝을 잡아당겼을 때 늘어나지 않지만, 그물 상태에서는 고기잡이용 그물이 늘어나듯 자유자재로 변형됩니다.  


여기에 외부 환경에 따라 전기 전도도가 달라지는 반도체 소재도 적용했습니다. 체내 물질의 농도변화를 통해 전류의 변화도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스마트 콘택트렌즈가 투명하고 신축성 있는 반도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육각형 탄소 구조로 된 그래핀을 사용했습니다. 


그래핀 표면에 포도당 산화 효소들을 부착하면, 눈물에 존재하는 포도당이 그래핀 표면에서 산화-환원 반응을 일으킵니다. 이로 인해 그래핀의 전기 저항이 포도당 농도에 따라 변하게 되는데, 이를 역으로 분석해 포도당의 농도 변화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전류가 흐르지 않게 하는 부도체 소재는 스마트 콘택트렌즈에서 유전체로 사용됩니다. 유전체는 전하를 모아놓는 역할을 하는 물질입니다. 투명하면서 변형이 가능한 고무와 같은 실리콘 탄성 중합체를 유전체로 사용합니다. 


안압에 따라 실리콘 탄성 중합체의 두께가 변하면서 센서를 누르는 압력이 달라지는데, 이를 정전 용량 값으로 측정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투명하고 신축성을 가지는 다양한 소재들이 복합적으로 결합한 기술입니다. 

 

 

Q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까요?


스마트 콘택트렌즈만으로 바이오마커들을 최대한 많이, 그리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굳이 병원에 가서 종합검진을 받을 필요가 없어질 겁니다. 


물론 아직은 당뇨나 녹내장 같은 일부 질병에 국한된 기술이긴 하지만, 필자를 포함한 많은 연구자가 스마트 콘택트렌즈로 질병을 더욱 정밀하게 측정하고, 이렇게 측정할 수 있는 질병의 수를 확대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체내로 약물을 전달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질병 진단과 약물 전달이 동시에 가능한 스마트 콘택트렌즈가 개발된다면 신체의 이상 신호를 감지하는 즉시 약물을 투여해 신체를 정상으로 돌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질병 진단 이외에도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많습니다. 스마트 콘택트렌즈로 투명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면 증강현실(AR)용 전자기기로 사용할 수 있고, 콘택트렌즈 속에 카메라 기능을 넣으면 눈의 깜빡임 만으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을 겁니다.


스마트폰이 전화를 거는 기능 이외에 정보 검색, 게임, 쇼핑, 금융 업무 등 여러 기능의 허브(hub)가 된 것처럼 스마트 콘택트렌즈 기술도 질병 진단과 치료,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등 다양한 기능을 하는 차세대 웨어러블 전자기기로 발전하길 기대합니다. 

 

 

박영근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웨어러블융합전자연구실 박사과정 연구원이다. 다양한 소재들의 고해상도 3차원(3D) 프린팅을 이용해 신체 표면에 붙이거나 신체 내부에 삽입할 수 있는 웨어러블 전자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younggeun@wearablelab.net

2019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박영근
  • 에디터

    김진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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