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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유학일기] 물가 비싸기로 소문난 런던 생존기

 

나는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생활비의 한도를 정해두고 생활하는 편이다. 구매한 것들을 기록하는 가계부가 아니라, 정해진 한도에서 계속 차감하는 식으로 가계부를 적는다.


지금은 이런 방식에 완전히 적응한 덕분에 스마트폰에서 가계부 애플리케이션(앱)을 지웠지만, 처음 자취를 시작할 때는 ‘생존 가계부’라는 앱을 이용했다. 돈이 차감될 때마다 나무가 말라 죽어가는 가계부 앱이다. 지출 내역을 기록해가며 한 달을 되돌아본 뒤 반성하는 것보다 빠르게 절약 습관을 들일 수 있다.


기숙사비와 교통비를 제외한 한 달 생활비는 평균 45파운드(약 6만7000원)다. 과외 활동이 적었던 1학년 때는 간혹 한 달간 15파운드(약 2만2000원)로 버틴 적도 있었다. 이 시기에는 고구마와 우유, 달걀 정도만 먹었다.


나는 생활비를 스스로 벌고 있어서 다소 극단적인 절약이 습관화돼있다. 때문에 내 생활비는 일반적인 런던 유학생의 생활비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노력하면 런던에서도 생활비를 이만큼 줄일 수 있다는 정도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지난 2년간 나는 임페리얼칼리지에서 가장 저렴한 기숙사인 우드워드 빌딩(Woodward building)과 코스튬 스토어(The costume store)에 살았다. 기숙사비는 일주일에 약 130파운드(약 19만 원)로, 런던의 다른 대학 기숙사비의 절반 정도다. 비교적 새로 지어진 기숙사들이라 시설도 훌륭하고 기숙사 이벤트도 많은 편이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학교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2, 3존(Zone 2, 3)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드워드 빌딩은 1학년용 기숙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1학년들이 이 기숙사 생활을 포기하고 다른 기숙사로 옮겨 빈자리가 생긴다. 덕분에 2학년도 우드워드 빌딩에 배정받을 수 있다.


런던은 센트럴 런던인 1존(Zone 1)을 중심으로 9존(Zone 9)까지 나눠져 있다. 2존은 그나마 도시 같은 분위기가 나지만, 3존만 가도 편의시설은 대형 할인마트 정도가 전부다. 나는 기숙사 바로 앞의 편의점에서 샐러드와 물, 그리고 우유를 사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샐러드를 살 때는 사는 날이 ‘Best before date’인 제품을 구매한다. 한국의 유통기한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판매 기한이 완료되는 날짜가 아니라 ‘이 날짜 전에 먹는 것이 가장 신선하다’는 의미다. 이런 제품은 0.3파운드(약 440원) 정도로 대폭 할인하기 때문에 식비를 절약할 수 있다. 요리하기 전 물에 담가두면 금방 신선해진다. 매달 말일에는 견과류 등도 할인 가격으로 나올 때가 많아 이때 사서 필요하면 냉동실에 얼려 둔다.


대형 할인마트에서는 2주에 한 번 장을 본다. 한 번 장을 볼 때마다 11~15파운드(약 1만6000~2만2000원)를 지출한다. 육류와 어류는 이틀에 한 번 먹을 양으로, 그 외 양배추, 고구마나 감자, 당일 할인 중인 과일, 달걀, 파스타, 식빵 등을 주로 산다. 고구마는 1kg에 2파운드(약 3000원), 감자는 10kg에 5파운드(약 7400원) 정도 된다. 대량으로 저렴하게 구매한 경우에는 함께 장을 본 기숙사 친구들과 나누기도 한다.


식빵 등 빨리 먹어야 하는 음식들은 냉동실에 얼려두고 2주 내내 먹는 편이다. 토마토 파스타 소스는 얼리지도 못하고 금방 상하기 때문에 우유와 버터, 밀가루를 이용해서 직접 크림파스타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닭다리는 1kg에 1.8파운드(약 2600원)인데, 이 재료로 한국의 ‘닭한마리’와 같은 국물 요리를 해 먹으면 별미다. 8개에 3.5파운드(약 5100원)인 햄버거 패티를 사서 이틀에 한 번씩 수제 햄버거를 점심으로 싸가는 것도 괜찮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영양 성분은 나름 꼼꼼히 챙긴다. 지출을 최소화하느라 놓치는 영양소는 영양제로 보충한다. 특히 영국은 햇볕이 강하지 않아서 비타민D는 필수적으로 챙길 필요가 있고, 기숙사 생활을 하는 터라 생선을 먹기가 여의치 않아 오메가3 등도 챙겨 먹는다.


한 학기에 한 번씩은 평소보다 25파운드(약 3만7100원)가량 지출이 더 생길 때가 있다. 한인마트에서 쌀과 말린 미역을 주문할 때다. 말린 미역은 2.3파운드(약 3400원)로 한 번 사면 한 달은 먹을 수 있다. 나는 주로 미역국을 끓여 먹는 편이다. 쌀도 한 번 사면 세 달간 먹는데, 18파운드(약 2만6000원) 정도 한다.


1존과 2존을 오가며 생활하는 경우 한 달 교통비는 약 100파운드(약 14만8000원)가 드는데, 나처럼 조금 더 걷기를 선택하면 70파운드(약 10만4000원)까지 줄일 수 있다. 2존과 3존 사이의 지하철은 한 달 이용권을 끊으면 런던 전역에서 버스가 무료여서 조금 더 걷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다행히(?) 쇼핑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생활비의 대부분을 식비로 사용하며 절약하는 일이 심하게 고되지는 않다. 이렇게 최대한 아끼고, 한 달 한도인 45파운드 중 남은 돈을 모아뒀다가 여가비로 사용한다. 대부분의 여가비는 동아리 활동이나 뮤지컬 관람에 쓴다. 뮤지컬 한 번에 3주치 생활비를 쓰지만, 가끔 스스로에게 상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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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고승연
  • 에디터

    서동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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