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신경 써도 장이 꾸룩꾸룩, 스트레스를 받으면 설사나 변비에 시달리는 청소년이 많습니다. 특히 예민할 때 설사를 하는 청소년은 시험이나 장거리 이동을 앞두고 엄청난 불안감에 시달리곤 합니다.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 이처럼 배가 아프고 불편하거나, 설사나 변비 등 배변 장애가 나타나는 기능성 장 질환을 ‘과민성대장증후군(IBS·Irritable Bowel Syndrome)’이라고 합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 목숨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을 방해해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적절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 치료에 항우울제?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왜 생기는지, 명확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심리적인 문제, 면역체계 이상, 장내 감염, 유전적 소인, 장내 미생물의 변화 등 다양한 가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최근 남자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짧은 수면시간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doi: 10.15434/kssh.2019.32.1.1
과민성대장증후군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설사가 주된 증상인 설사 우세형(IBS-D), 변비가 주된 증상인 변비 우세형(IBS-C),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는 혼합형(IBS-M), 그리고 이들 세 유형에 들어가지 않는 비정상적인 배변 형태를 보이는 정의하기 힘든 미분류형(IBS-U)이 있습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치료제는 일반적인 설사나 변비약에 비해 다양합니다. 먼저 복부 통증에는 디사이클로민과 같은 성분의 진경제와 TCA(삼환계항우울제)나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계열의 항우울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진경제는 장의 경련을 억제해 통증을 줄여주고, 항우울제는 심리적인 상태를 안정시켜 통증을 줄여줄 뿐 아니라 설사나 변비 등의 증상을 개선합니다. 배가 아픈데 왜 항우울제를 먹는지 의아해할 수도 있는데,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의 50%가 심리적인 문제가 큰 만큼 심리 상태가 안정되면 장의 상태도 안정될 수 있습니다.
설사 우세형 환자의 경우에는 지사제 중에서 유일하게 장관의 운동성을 감소시키는 로페라미드 성분의 지사제와 설사를 줄여주는 라모세트론 성분의 약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변비 우세형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의 경우에는 섬유질 섭취나 수분 섭취가 가장 좋고, 그 밖에 수분을 빨아들여 변의 부피를 키워 변을 배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차전자피(질경이 씨앗 껍질) 성분의 팽창성 완화제를 먹는 것이 좋습니다.
약물보다 음식 조절하고 스트레스 줄여야
두 타입 모두 프로바이오틱스 섭취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프로바이오틱스는 설사 우세형에 더욱 효과적입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섭취 시 건강에 유익한 효과를 주는 생균’을 말합니다. 이런 프로바이오틱스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산균이 포함돼있습니다.
우리 장에는 유익균과 유해균이 존재하는데, 스트레스나 피로, 잘못된 식습관, 항생제 사용 등으로 두 균 사이의 균형(장내 세균 균형)이 깨지면 복부 통증, 팽만감, 변비, 설사 등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적합한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해 장내 세균 균형을 회복시켜주면 설사나 변비 등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와 이름이 비슷한 프리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가 되는 식품을 뜻합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의 경우 프리바이오틱스를 복용하면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어 프리바이오틱스 대신 신선한 과일과 채소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편 프로바이오틱스는 생균이기 때문에 제조 단계에서 품질 관리가 중요합니다. 그렇지 못한 제품은 오히려 배탈이나 감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약국에서 구매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마크가 있는지 확인하고 구매해야 합니다.
또한 프로바이오틱스는 우리 몸의 소화액인 위산이나 담즙산에 의해 죽기 때문에 되도록 식사를 피해 아침 식전 등에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특정한 음식을 섭취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발생하거나 악화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때문에 약물치료보다 음식 조절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합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 약물치료보다는 심리치료, 식단 조절 그리고 프로바이오틱스 복용을 우선하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해도 마음먹은 대로 스트레스를 줄이기란 쉽지 않죠. 그래서 음식 섭취라도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는 환자 스스로 본인이 어떤 음식을 먹을 때 증상이 더 심해지는지, 어떤 상황을 앞두고 증상이 악화되는지 잘 파악했다가 이런 요인들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고지방식이나 맵고 자극적인 음식, 술, 커피 등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소정
고려대에서 약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약학대학원 물리약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약학 정보를 쉽게 널리 알리기 위해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개인 맞춤형 건강서비스 스타트업인 ‘마스터큐어’ 대표약사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