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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 약 2.5mg, 아무리 커봐야 몸길이 2cm 이하. 손바닥 벽치기 한 번이면 바로 죽고 마는 미미하고 나약한 존재. 그런데 해마다 약 70만 명의 인간을 ‘살해’하는 최악의 인간 킬러. 모기 얘기다. 

 

1993년, 고교 시절 마지막 여름은 그리 덥지 않았다. 대신 흐렸고, 습했고, 비도 자주 내렸다. 학교가 산자락에 있어서 모기가 많았다. 흔히 ‘산모기’라고 불리는, 시커멓고 흰줄이 듬성듬성 있는 독한 놈들이었다. 적당히 온화하고 적당히 습한 당시 기후도 산모기 개체 수 증가에 한 몫 했을 터였다.

 

느 날 오른팔이 가려웠다. 산모기에 물렸나보군.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하루가 지났는데, 아뿔싸, 물린 부위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팔의 절반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욱신욱신 쑤시고 아프기까지 했다. 몸에 열이 오르는 것도 같았다. 일본뇌염, 말라리아, 뎅기열…. 모기가 옮기는 감염병들에 생각이 미치자 병원으로 달려갔다. 

 

질병관리본부가 올해 6월 발간한 ‘2018 감염병 감시연보’에 따르면 국내에서 말라리아는 2007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다가 지난해 다시 11.8% 증가해 57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18 말라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에만 말라리아로 43만5000명이 죽었다. 말라리아는 여전히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감염병이다.    

 

최근 과학계는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모기와의 전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여기에는 첨단 유전자 교정 기술이 활용된다. 일단 모기 중에서도 인간의 피를 빠는 암컷이 알을 낳지 못하도록 알 껍질 형성을 방해했다. 모기가 번식하지 못하도록 ‘불임 유전자’도 주입했다. 성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교정해 수컷을 불임이 되게 만들거나 불임이 아니어도 수컷만 낳게 만들었다.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 정부는 7월 1일 성 결정 유전자 교정 방식을 적용한 유전자 조작(GM·gene tically modified) 모기를 숲에 방사해 효과가 있는지 실험을 시작했다. 

 

인간의 목숨을 앗아가는 모기는 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기가 자연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일원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GM 모기 방사가 인류의 구원 투수가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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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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