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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박쥐 아리랑5호

밤낮, 날씨 상관없이 24시간 지구 관찰한다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5호’가 올해 러시아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아리랑5호는 국내 최초의 영상레이더위성으로 밤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지상을 촬영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위성 개발에 참여한 신재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직접 아리랑5호를 소개한다.

‘다목적실용위성5호’는 전파로 사진을 찍는 우리나라 최초의 영상레이더 위성이다. ‘아리랑5호’로도 부르는 이 위성은 우리나라의 4번째 저궤도위성이다.

위성은 궤도와 기능에 따라 구분한다. 저궤도위성은 지구와 가까운 곳에서 지구를 하루에 여러 번 돈다. 현재 우리나라가 운용중인 저궤도위성은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광학위성인 ‘아리랑2호’다. 성능이 더 좋은 광학 카메라를 탑재한 아리랑3호도 만들고 있다. 아리랑3호는 2012년 발사할 예정이다. 이밖에 우리나라는 3만 6000km 고도에서 우리나라를 항상 관찰하는 정지궤도위성인 천리안 위성도 운영하고 있다.

광학위성은 디지털카메라와 원리가 거의 비슷하다. 디지털카메라는 빛 없이 좋은 사진을 찍기가 매우 어렵다. 마찬가지로 광학위성은 햇빛이 있는 낮에만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구름이 많거나 비가 오면 영상을 촬영할 수 없거나 찍더라도 좋은 영상을 얻을 수 없다.

우리나라 최초의 영상레이더위성
영상레이더(SAR)가 달린 아리랑5호는 광학위성과 다르게 낮뿐 아니라 어두운 밤에도 우리나라를 관찰할 수 있다. 또 비가 많이 오거나 구름이 잔득 낀 날에도 영상촬영이 가능하다. 햇빛에 반사된 영상을 담는 광학위성과 달리 전파를 발사한 뒤 물체에 반사된 전파를 받아 영상을 만들기 때문이다. 어두운 동굴에서 박쥐가 초음파를 쏴 앞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는 것과 비슷하다. 광학위성의 광학카메라를 수동형 탑재체라 부르고, 영상레이더는 스스로 전파를 발사하기 때문에 능동형 탑재체라고 부른다.

아리랑5호는 무게가 1.4t이고, 높이와 본체의 지름이 각각 3.67m, 2.56m다. 날개처럼 생긴 태양전지판을 좌우로 펼치면 길이가 9.12m나 된다. 아리랑2호와 3호보다 크고 무거운 중형위성이다. 영상레이더는 이탈리아 TAS-I사와 함께 개발했으며, 위성시스템, 본체, 지상국은 국내에서 독자개발했다. 아리랑1호, 2호를 개발하며 축척된 기술을 최대한 활용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영상레이더위성에 어깨를 나란히 할 기술 수준을 갖고 있다.

아리랑5호는 다양한 단계를 거쳐 개발했다. 2006년 3월 개발 초기 위성설계를 위한 요구사항들을 구성하고 검토하는 ‘시스템 요구사항검토(SRR)’라는 단계를 수행했다. 그 이후 위성설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순차적으로 ‘시스템 기본설계(SDR)’, ‘시스템 예비설계(PDR)’, ‘시스템 상세설계(CDR)’를 거쳐 최종 위성을 설계했다. 개발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위성도 동시에 제작했다. 2008년 10월 비행모델(FM) 총조립 및 시험착수를 진행했다. 2009년 5월 이탈리아 TAS-I와 공동 개발한 영상레이더 탑재체 비행 모델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인도됐다.

총조립 뒤 전자파 간섭 여부를 확인하는 전자파환경시험, 우주환경(고진공, 고온·저온)에서 위성성능을 검증하는 궤도환경시험, 발사 시 극심한 진동·충격·소음에서 위성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발사환경시험을 모두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앞으로 최종운용 및 적합성시험을 완료하고, 위성발사를 위해 위성중량을 측정하는 질량 특성시험이 끝나면, 러시아 발사장으로 운송돼 최종 위성상태 점검을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러시아 야스니 발사장으로 옮겨져, 대한민국 최초의 영상레이더위성을 발사하게 된다. 발사 뒤 지구로부터 550km 높이의 우주에서 매일 15회씩 지구를 돌며 우리나라와 외국 곳곳에서 레이더 영상을 얻는다. 설계된 위성의 수명은 5년으로 아리랑2호의 3년보다 2년 더 길다. 설계수명보다 더 오래 레이더 영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상레이더로 얻은 서울 지역 영상.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여러 차례 촬영한 뒤 합성해 이 같은 영상을 얻는다.]


영상레이더위성은 길이와 폭이 각각 4.5m, 0.7m 정도의 판 형태의 긴 안테나를 갖고 있다. 이 안테나에서 지구로 전파를 발사하면 산이나 땅, 도로, 건물 같은 지형과 물체에 반사돼 위성으로 돌아온다. 돌아온 전파를 다시 받아 지상국의 안테나로 정보를 보낸다. 위성에서 보낸 정보는 바로 볼 수 있는 영상이 아니다. 따라서 지상국에서 영상레이더 처리장치(SAR Processor)를 거쳐야만 흑백사진과 비슷한 영상이 나온다.

전파의 특성 중 ‘편파’를 이용하면, 칼라영상과 유사하게 만들 수 있다. 편파는 전파가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파도와 비슷하게 수직 또는 수평으로 움직이며 나아가는 것이다. 아리랑5호는 편파를 수직이나 수평으로 선택해서 쏘고 받을 수 있다. 각 편파마다 반사되는 특성이 달라 이들 정보를 분석하면 식물 및 나무의 성장상태 및 종류, 지표의 수분함유 정도 등도 알아낼 수 있다.



밀고 당기고 원하는 대로 찍는다
광학위성은 여러 방향으로 영상을 찍기 위해서 우주공간에서 여러 가지 자세로 바꿔가며 촬영을 한다. 그러나 레이더위성은 왼쪽이나 오른쪽에서 촬영할지를 먼저 결정해 +33.7°나 -33.7°로 위성의 자세를 고정한다. 그 뒤 자세를 변경하지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전파를 쏴 그 지역의 레이더영상을 얻을 수 있다. 이 전파를 다른 말로 ‘빔’이라고 부른다.

영상레이더를 운영하는 방법을 변경하면 1m, 3m, 20m의 3가지 해상도를 얻을 수 있다. 마치 디지털카메라의 확대 축소 같은 기능이다. 해상도는 같은 크기의 사진에서 물체를 얼마나 자세하게 표현하는지를 나타낸다. 가장 높은 1m 해상도(고해상도방식)는 5km 정도의 좁은 지역을 세밀하게 볼 수 있다. 3m 해상도(표준해상도방식)는 30km 지역을 볼 수 있어, 서울이나 대전 크기의 도시를 한 번에 훑어 볼 수 있다.
 
20m 해상도(광역해상도방식)로 영상을 찍으면 100km 정도 크기로, 해양기름 오염과 같이 아주 넓은 지역을 한 번에 감시할 수도 있다. 인공위성에는 자동차의 ‘내비게이션’ 같은 장치가 달려있다. 덕분에 궤도에서 위성의 높이와 위치를 알 수 있다. 아리랑5호는 매우 정밀한 내비게이션 기능을 위해 ‘POD안테나’와 ‘레이저반사경(LRRA)’을 갖고 있다. POD안테나는 정밀한 궤도를 결정하기 위한 GPS수신기인데 내비게이션처럼 GPS를 이용한다. LRRA는 지상에서 송출한 레이저빔을 반사해 위성이 정확한 높이에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정확히 자기의 위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아리랑5호는 촬영하고 싶은 곳에서 정확히 촬영할 수 있다. 이런 기능들을 복합적으로 이용해 아리랑5호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아리랑5호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자파 환경실험실에서 위성 시험 마지막 단계인 종단 시험을 하고 있다. 이 시험은 지상기지국과 위성이 정상적으로 교신하는지 점검한다. 영상레이더에서 강한 전파가 나와 인체에 유해하다. 그래서 뾰족한 전자파 흡수체로 둘러싼 밀폐된 방에서 시험한다.]

5가지 금빛 임무
아리랑5호의 임무는 5가지로 영어약자로는 GOLDEN이라고 부른다. G는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땅과 산, 바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묶어 지도를 만들거나 종합적인 지리정보를 구축할 수 있다. O는 바다(Ocean)를 의미한다. 해안선 변화 탐지, 선박 탐지, 해상풍 관측 외에도 기름에 의한 바다 오염 등 해양환경오염을 감시할 수 있다. L은 땅(Land)를 의미한다. 도심지가 어떻게 변하는지, 농사가 잘 됐는지, 산에 어떤 나무가 많이 자라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D는 재해(Disaster)다. 홍수, 산불, 가뭄, 태풍 등의 재해가 발생했을 때 위성영상으로 확인해 위험을 알리거나 예방한다. 앞서 말한대로 광학위성과 달리 밤이나 기상이 좋지 않아도 영상을 얻을 수 있어 더 큰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EN은 환경(ENvironment)으로 자연재해나 인재로 오염된 바다, 땅, 대기의 환경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본다.

이처럼 다양한 임무를 맡은 아리랑5호는 앞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밤낮, 날씨를 가리지 않고 24시간 황금박쥐처럼 지구를 관찰할 아리랑5호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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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종립 기자, 신재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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