윽! 이 징그러운 녀석이 내 뱃속에서 영양분을 뺏어 먹으며 기생하고 있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매년 봄, 가을에 엄마가 사다주시던 기생충 약을 안 먹은지 얼마나 됐더라. 회도 육회도 좋아하는 내 뱃속에 기생충이 가득 꿈틀거리고 있는 건 아닐까. 우웩!
흔히 볼 수 없지만, 그나마 있는 기생충 20
기생충은 체내 감염부위에 따라 조직내 기생충, 장내 기생충, 혈액내 기생충, 인체 표피 절지동물로 나눌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장내 기생충 감염 실태조사를 보면 1971년 84.3%이던 충란양성률(대변검사에서 알이 나온 비율)이 2012년에는 2.6%, 2014년에는 6.6%로 현저히 낮아져 기생충 감염은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또 기생충에 감염된다고 해도 건강한 사람이라면 특별한 증상 없이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물론 기생충이 과다 증식하거나 면역력이 낮은 경우에는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흔치 않지만,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생충 20가지를 소개한다.
흔히 볼 수 없지만, 그나마 있는 기생충 20
기생충은 체내 감염부위에 따라 조직내 기생충, 장내 기생충, 혈액내 기생충, 인체 표피 절지동물로 나눌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장내 기생충 감염 실태조사를 보면 1971년 84.3%이던 충란양성률(대변검사에서 알이 나온 비율)이 2012년에는 2.6%, 2014년에는 6.6%로 현저히 낮아져 기생충 감염은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또 기생충에 감염된다고 해도 건강한 사람이라면 특별한 증상 없이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물론 기생충이 과다 증식하거나 면역력이 낮은 경우에는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흔치 않지만,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생충 20가지를 소개한다.
몸속 생태계 주인, 질병을 치료하다
인간은 기생충과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해 왔다. 그러다가 최근 50~100년 사이에 갑자기 우리 몸에서 기생충들이 사라졌다. 이 때문에 알레르기나 천식 같은 질병이 많아졌다는 ‘위생가설’이 있다. 기생충이 없어지자, 면역 시스템이 공격하지 않아도 되는 음식이나 꽃가루 같은 항원, 또는 우리 몸의 세포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우리 몸을 지키는 병정들이 늘 침입하던 기생충이 오지 않자 적이 아닌 엉뚱한 대상을 공격하거나, 내부에서 싸움을 일으킨다는 말이다. 우리 몸은 기생충과 함께 할 때 가장 최적화된 면역계를 유지한다.
이 때문에 기생충을 알레르기와 천식, 아토피성피부염은 물론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과 궤양성대장
염, 류마티스관절염, 다발성경화증, 자폐증 등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지난 2015년 5월 ‘진화의학저널’에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실렸다. 미국 듀크대 의학센터의 안나 청 연구팀이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기생충을 이용한 치료와 치료를 받은 사람을 조사한 결과다. 논문에 따르면 2015년 1월을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6000~7000명의 사람들이 기생충으로 다양한 자가 면역 질환을 치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생충을 이용해 질병을 치료한 58명의 사람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 약을 이용한 치료보다 기생충을 이용한 치료가 더 효과가 좋고, 부작용도 적다고 답했다(doi:10.4303/jem/235910).
인간은 기생충과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해 왔다. 그러다가 최근 50~100년 사이에 갑자기 우리 몸에서 기생충들이 사라졌다. 이 때문에 알레르기나 천식 같은 질병이 많아졌다는 ‘위생가설’이 있다. 기생충이 없어지자, 면역 시스템이 공격하지 않아도 되는 음식이나 꽃가루 같은 항원, 또는 우리 몸의 세포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우리 몸을 지키는 병정들이 늘 침입하던 기생충이 오지 않자 적이 아닌 엉뚱한 대상을 공격하거나, 내부에서 싸움을 일으킨다는 말이다. 우리 몸은 기생충과 함께 할 때 가장 최적화된 면역계를 유지한다.
이 때문에 기생충을 알레르기와 천식, 아토피성피부염은 물론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과 궤양성대장
염, 류마티스관절염, 다발성경화증, 자폐증 등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지난 2015년 5월 ‘진화의학저널’에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실렸다. 미국 듀크대 의학센터의 안나 청 연구팀이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기생충을 이용한 치료와 치료를 받은 사람을 조사한 결과다. 논문에 따르면 2015년 1월을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6000~7000명의 사람들이 기생충으로 다양한 자가 면역 질환을 치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생충을 이용해 질병을 치료한 58명의 사람들을 설문 조사한 결과, 약을 이용한 치료보다 기생충을 이용한 치료가 더 효과가 좋고, 부작용도 적다고 답했다(doi:10.4303/jem/235910).
2017년 5월, ‘기생충학저널’에는 미국 듀크대 의학센터의 진 리우 교수팀이 기생충으로 자폐증을 치료하는 의사와 453명의 환자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기생충을 이용한 자폐증 치료 효과는 40~95%로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위쪽 표, doi:10.1017/S0022149X16000316).
두 논문의 교신저자인 미국 듀크대 의학센터 윌리엄 파커 교수는 e메일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알려진 면역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면 우리가 건강한 면역체계를 갖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기생충에 노출돼야 한다는 사실이 분명하다”며 “너무 깨끗하기 때문이라는 위생가설이 아니라, 우리 몸속 생태계의 고갈이라고 보는 게 더 명확하다. 우리는 우리 몸 생태계에 속해 있던 종을 잃었고, 이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생충 치료는 어떻게 할까?
기생충이 모든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치료에 사용하는 기생충들은 다음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거의 없어야 하고, 사람의 몸에서 무한 증식하지 않아야 한다. 흔히 먹는 약에는 영향을 받지 않지만, 제거를 원할 때는 약으로 간단하게 없앨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전염도 잘 되지 않아야 한다.
현재 치료에 사용하는 기생충은 인간의 기생충인 편충과 구충, 그리고 돼지편충과 쥐조충이다. 돼지편충과 편충은 알이 담긴 액체를 마시는 형태로, 쥐조충은 유충이 담긴 액체를 마셔서 소화기관에 기생충들이 자라게 한다. 구충은 피부에 유충이 있는 붕대를 감으면 유충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 소화기
관으로 이동한다.
2종 이상의 기생충을 조합해 치료에 이용하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돼지편충의 알이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로 승인돼 있다. 현재 전세계 5개 회사가 치료를 위한 기생충을 판매하고 있다.
기생충, 알츠하이머에 암까지 치료한다?
기생충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이하 알츠하이머)와 암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지난 2012년 3월 학술지 ‘플로스원’에는 톡소포자충을 뇌에 감염시키면 알츠하이머로 인한 신경퇴화를 막고 학습 및 기억 능력의 손상을 방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논문의 교신 저자인 신은희 서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는 “처음에는 톡소포자충이 알츠하이머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예상하고 실험을 시작했는데,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며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가 발현되도록 한 쥐에게 톡소포자충을 감염시키자 증상이 억제되고, 뇌의 병변도 적었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뇌에는 끈적한 단백질 덩어리인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생긴다. 이 물질이 뇌세포 사이의 신호전달체계를 막아 뇌세포를 사멸시켜 치매를 유발한다. 그런데 톡소포자충을 뇌에 감염시키자 톡소포자충이 뇌의 면역 반응을 조절해 플라크의 생성을 막은 것이다. 신 교수는 “톡소포자충이 자신이 살기 위해 뇌 속의 면역기능을 조절하는데, 이것이 알츠하이머의 발현을 억제시켰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람의 뇌에 톡소포자충을 감염시킬 수는 없으므로 톡소포자충이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없애는 면역 반응은 무엇인지, 어떤 물질이 이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톡소포자충을 감염시키면 항암 효과가 있는 선천성면역이 증가해 암 세포의 증식을 저해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신 교수팀은 더 나아가 톡소포자충에서 뽑아 낸 항원을 암에 걸린 쥐에게 주입하면 암세포가 더 많이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했다. 자가 암 세포를 체내에 주입해 암에 면역을 갖게 만드는 것을 암 백신이라고 하는데, 톡소포자충에 있는 프로필린과 유사한 단백질이 암 백신의 효과를 높인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기생충이 모든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치료에 사용하는 기생충들은 다음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거의 없어야 하고, 사람의 몸에서 무한 증식하지 않아야 한다. 흔히 먹는 약에는 영향을 받지 않지만, 제거를 원할 때는 약으로 간단하게 없앨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전염도 잘 되지 않아야 한다.
현재 치료에 사용하는 기생충은 인간의 기생충인 편충과 구충, 그리고 돼지편충과 쥐조충이다. 돼지편충과 편충은 알이 담긴 액체를 마시는 형태로, 쥐조충은 유충이 담긴 액체를 마셔서 소화기관에 기생충들이 자라게 한다. 구충은 피부에 유충이 있는 붕대를 감으면 유충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 소화기
관으로 이동한다.
2종 이상의 기생충을 조합해 치료에 이용하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돼지편충의 알이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로 승인돼 있다. 현재 전세계 5개 회사가 치료를 위한 기생충을 판매하고 있다.
기생충, 알츠하이머에 암까지 치료한다?
기생충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이하 알츠하이머)와 암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지난 2012년 3월 학술지 ‘플로스원’에는 톡소포자충을 뇌에 감염시키면 알츠하이머로 인한 신경퇴화를 막고 학습 및 기억 능력의 손상을 방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논문의 교신 저자인 신은희 서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는 “처음에는 톡소포자충이 알츠하이머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예상하고 실험을 시작했는데,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며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가 발현되도록 한 쥐에게 톡소포자충을 감염시키자 증상이 억제되고, 뇌의 병변도 적었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뇌에는 끈적한 단백질 덩어리인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생긴다. 이 물질이 뇌세포 사이의 신호전달체계를 막아 뇌세포를 사멸시켜 치매를 유발한다. 그런데 톡소포자충을 뇌에 감염시키자 톡소포자충이 뇌의 면역 반응을 조절해 플라크의 생성을 막은 것이다. 신 교수는 “톡소포자충이 자신이 살기 위해 뇌 속의 면역기능을 조절하는데, 이것이 알츠하이머의 발현을 억제시켰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람의 뇌에 톡소포자충을 감염시킬 수는 없으므로 톡소포자충이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없애는 면역 반응은 무엇인지, 어떤 물질이 이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톡소포자충을 감염시키면 항암 효과가 있는 선천성면역이 증가해 암 세포의 증식을 저해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신 교수팀은 더 나아가 톡소포자충에서 뽑아 낸 항원을 암에 걸린 쥐에게 주입하면 암세포가 더 많이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했다. 자가 암 세포를 체내에 주입해 암에 면역을 갖게 만드는 것을 암 백신이라고 하는데, 톡소포자충에 있는 프로필린과 유사한 단백질이 암 백신의 효과를 높인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유학선 부산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는 기생충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조절T세포를 늘리
는 기생충의 단백질을 유산균과 같은 박테리아에 실어 장으로 보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비만 치료에 기생충을 이용하는 방법도 개발 중이다. 기생충이 단순히 영양분을 빼앗기 때문에 살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비만을 막는 다른 원리가 있는 것으로 보고 이를 찾고 있다.
기생충 이용 치료, 언제쯤 받을 수 있을까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실제로 우리가 기생충을 이용해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먼저 사람들의 기생충에 대한 혐오가 걸림돌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기생충 자체가 아닌 기생충의 단백질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지만 기생충 자체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소규모의 효과 검증이 아닌 대규모 임상 실험도 필요하다. 유 단장은 “학술적인 연구 성과와는 별개로 환자들이 임상에서 널리 사용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실험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기생충을 공생충으로 불러야할 것 같다. 앞으로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챙겨 먹는 것처럼 기생충을 챙기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전에 기생충을 바라보던 혐오스러운 눈길부터 거둬야하지 않을까.
+ 더 읽을거리
n 과학동아 31년 기사 디라이브러리(정기독자 무료)
특집 ‘제2의 나, 장내미생물’(2012.5)
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1205N006
기획 ‘기생충은 살아있다’(2005.6)
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0506N021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Intro. 바퀴벌레, 기생충 - 동거생물의 이유있는 동거
Part 1. 우리 집 불청객, 바퀴벌레
Part 2. 몸 속 생태계의 주인 - 기생충의 귀환